2017년 책 52권 읽기 여든한 번째 책입니다.
리디북스 전자책으로 11월에 구입한 책이다. 이번에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 필요했다. 이유는 앞서 읽었던 넛지 때문이다. 책 읽는 것에 흥미를 잃지 않기 위해서 재미있는 책을 읽어야 한다. 왠지 이 책은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장 최근에 구입한 책이지만 이 책을 선택했다. 현명한 선택이었다. 저자는 '도대체'라는 필명을 사용한다. 도대체라는 이름이 실명은 아닐다. 내 생각이다. 책은 글과 삽화가 섞여 있어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때문에 책을 잡고 나서는 중단 없이 쭈욱 읽을 수 있었다. 이런 책이 좋다.
책은 도대체 자신의 이야기다.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기록했다. 도대체 씨의 나이가 궁금하다. 일과 직장에 있어서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 다양한 경험이 자신의 의지와 계획에 의한 것보다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택한 선택임을 알 수 있다. 직장 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느껴본 경험이다. 살기 위해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처절하다. 그러나 그것이 직장생활이다. 이런 직장인들의 마음을 잘 읽었다. 그리고 글로 그 아픈 마음을 잘 표현했다. 그렇지만 너무 부정적인 측면으로만 직장 생활을 해석하는 것 같아서 조금은 염려스러웠다. 만약 아직 사회에 첫 발을 내딛지 않은 청년들이 이 책을 읽으면 어떤 생각을 가질까? 그것이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책을 계속 읽다 보면 그런 생각들은 다 사라진다. 그냥 내가 그녀의 삶에 빠져 든다. 모르겠다. 나도 그런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이 책은 직장인들의 생활을 잘 표현한 책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그냥 가볍게 한 번 읽으면 좋을 책이다. 굳이 구입보다는 대여를 했더라면 좋았을 책이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아직은 아니지만 나도 이런 작가가 되고 싶다. 그냥 내 일상의 얘기들 내가 좋아하고 즐기는 것들이나 또는 반대로 내가 아프고 상처받은 이야기를 나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고 싶다. 언젠가는 꼭 그러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 이런 이름 없는 저자의 책을 구입해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내가 작가가 되었을 때 누군가가 나처럼 책을 구입재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나도 회사를 그만둔 적이 있다.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한다. 그런데 결국 마음을 접는다. 이유 아닌 이유로 생각을 접고 웃고 만다. 결국 내가 직장 생활을 하는 이유는 저자와 같은 마음이다. 아래 저자의 글에서 동병상련의 마음을 느낀다.
규칙적인 생활은 나를 억지로 일으켜서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렇게 움직이며 깊은 우울 속으로 빠져들지 않을 수 있었다. 누군가는 한없이 슬퍼할 자유도 없는 월급쟁이의 비애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일상의 힘이라 믿는다.
저자는 어떤 면에서는 나와 정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나는 정리정돈을 잘하는 편이다. 저자처럼 정리정돈 없이 사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엉뚱한 생각을 해 보았다. 어쩌면 그렇게 살았기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지금처럼 너무 계산적이기에 수지타산을 따지느라 나의 자아를 찾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도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올해 내가 미니멀 라이프와 관련된 책을 읽고 확 달라졌기에 저자에게도 관련 책을 꼭 읽어 보라고 하고 싶다. 어쩌면 다행이다. 아내가 이러지 않아서... 그런데 나랑 궁합은 맞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와는 반대되는 성향을 지녔다. 나는 한 번 가본 길을 다음부터는 그냥 찾는다. 초행길도 지도만 한 번 보면 찾아간다. 그런데 저자는 반대다. 재미있을 것 같다. 이런 여자와 살아봐... 책을 읽으면서 엉뚱한 상상을 해 보았다. 상상은 상상일 뿐이니까.
책에 특별한 내용은 없다. 그냥 작가의 얘기다. 그녀의 일상의 얘기를 적었다. 그런데 재미가 있다. 글을 재미가 있으면 읽힌다. 괜히 복잡하고 어렵게 쓸 필요가 없다. 그녀의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가 진솔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좋다. 나도 그냥 이런 글을 쓰보고 싶다.
책을 읽는 동안 많이 웃었다. 즐거웠다. 재미있는 아가씨다. 계속 글을 읽다 보면 가벼운 글에 깊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녀는 그녀 자신을 깨닫고 알아 가는 과정에 있다. 그런데 나는 아직 나 자신을 알지 못한다. 그녀가 부럽다.
처음에는 가벼운 책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그녀의 매력에 점점 더 빠져들고 있다. 일상의 소소한 것들에서 우리의 인생을 비유로 풀어내는 그녀의 문장에 점점 빠지고 있는 중이다.
‘힘들었던 날은 이 음식을 먹는다!’라는 규칙을 정해 지켜보자. 그 음식을 먹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하며 자기만의 의식을 치르는 것이다. 자기만의 소울 푸드라면 좋을 것이다.
나도 그녀의 이 규칙을 따라 하고 싶다. 나는 무엇을 먹지? 무엇을 좋아하지? 그래 나는 힘들었던 날은 도가니탕을 먹을 것이다. 장뇌삼 한 뿌리와 도가니탕 한 그릇으로 그냥 힘들었던 모든 것을 날려버릴 것이다. 단골집이 있다. 다행이다.
모든 생물은 아무 이유 없이 태어나,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자기 몫을 살다 간다는 것이다. 그런 걸 생각하면 사람이라고 특별히 다를 리가 있나 싶기도 하다. 우리는 자기 삶이 멋지지 않다는 이유로 괴로워하기도 하지만, 애초에 누구든 멋지게 살아야 할 의무가 없다.
왜 책의 제목이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일까? 저자의 이 글에서 나는 제목이 떠 올랐다. 세상엔 각자 그 나름대로 존재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내가 잘나지 않은 것도 딱 그 위치에서 그 만큼의 존재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세상에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다 못난 사람이 있기에 가능한 것 아니겠는가 때문에 지금 이대로의 나의 모습에 감사할 줄 아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내가 저자라면 독자라 이런 생각을 하기를 바랬을 것 같다.
마무리...
아주 오래간만에 한 권의 책을 쉼 없이 쭈욱 읽어 내려갔습니다. 처음에는 세상을 너무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게 아닌가 했는데 책을 읽을 록 알 수 없는 도대체 그녀에게 푹 빠져 버렸습니다. 나와 정 반대되는 성격을 가진 여자 세상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는 나와는 달리 그녀는 모든 게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무엇보다 일상의 소소한 작은 일들에서 우리네 인생을 읽어내고 글로 풀어내는 력이 대단하네요. 지는 걸 알지만 부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