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책 52권 읽기 여든세 번째 책입니다.
최근에는 구입하고 오랫동안 읽지 않았던 책을 골라서 읽고 있습니다. 아마 우리 세대라면 어릴 적 셜록 홈즈 단편은 누구나 한 번쯤은 읽지 않았을까요?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책의 내용에도 몰입할 수 있었지만 어릴 적 향수를 떠 올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요즘은 출판 인쇄술이 발전하고 1인 미디어 시대가 되면서 출판물이 넘쳐나고 있지만 '경남 하동군 진교면 술상리'라는 시골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나에게는 선택할 수 있는 책이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그 시절 재미있게 읽었던 책을 꼽아 보라고 한다면 바로 셜록 홈즈 단편 시리즈입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200 페이지 이내의 얇은 분량에 빨간색 표지의 책으로 시리즈가 전집 형태로 되어 있었고, 한글판과 영문판으로 나뉘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처럼 인터넷과 컴퓨터가 있던 시절이 아니라면 방학이면 낮에는 친구들과 함께 들과 산에서 뛰어놀고 밤이면 긴 밤을 이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떠 오릅니다.
이 책은 2015년에 리디북스를 통해서 구입을 했네요. 구입 후 무려 5년이 지나고서야 이 책을 읽었습니다. 아마도 어릴 적 전집을 읽었다는 이유로 미루고 또 미뤘던 것 같습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어릴 때처럼 책의 사건에 빠져서 12편의 단편집을 쭉 읽어 내려갔습니다. 참 이 책은 셜록 홈즈 단편 중 베스트 12편으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셜록 홈즈 단편 베스트 12
1. 얼룩 끈
2. 빨간 머리 연맹
3. 춤추는 인형
4. 마지막 사건
5. 보헤미아의 스캔들
6. 빈집의 모험
7. 다섯 개의 오렌지 씨
8. 제2의 얼룩
9. 악마의 발
10. 프라이어리 스쿨
11. 머스그레브 가의 의식
12. 라이게이트의 대지주
이 중에서 얼룩 끈, 빨간 머리 연행, 춤추는 인형, 마지막 사건 등의 단편은 사건의 내용이 여전히 기억에 남아 있었습니다. 아마도 다른 단편보다 재미가 있어서 반복해서 읽었을 겁니다. 다시 읽어도 재미가 있는 책입니다. 이런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거나 독서노트를 남기려고 하니 막상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할지 떠 오르는 게 별로 없네요. 분명 책을 읽을 때의 몰입도는 높은데 내려놓고 나면 생각의 정리가 되지 않습니다.
한 가지 셜록 홈즈는 어떻게 사건을 추리하는 것일까? 그가 특별히 시력이 좋다거나 처음부터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데 동일한 사건을 어떻게 그는 다른 사람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일까? 아마 주인공인 셜록 홈즈라는 인물을 좋아하게 되는 것도 그의 문제 해결 능력 때문이 아닐까요? 그런데 그 문제 해결 능력은 범죄 사건을 해결하는데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필요한 것입니다.
특히나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다양 방면에서 많은 문제를 접하게 됩니다. 실제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데 직장에서도 사람들마다 문제 해결 능력의 차이를 보입니다. 과연 그 차이는 무엇일까요? 그 차이를 생각하면서 책을 읽었습니다. 책에서 홈즈가 친구인 왓슨에게 하는 말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자네는 보기만 할 뿐 관찰을 하지 않아. 보는 것과 관찰하는 것은 완전히 달라. 예를 들면, 자네도 현관에서 이 방으로 올라오는 계단을 여러 번 보았겠지? … <중략> … 그렇다면 계단이 모두 몇 개인가? … <중략> … 그것 봐. 관찰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그러나 보고는 있어.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 점이야. 잘 듣게나. 나는 계단이 모두 열일곱 개라고 알고 있어. 그것은 보는 것과 동시에 관찰하기 때문이야.
결국 홈즈가 가지는 비범함의 시작은 '관찰'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건이 일어난 곳에서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관찰하는 것이다. 문제의 해답은 문제가 발생한 그곳에 있다는 불변의 진리 하에 그 사건 현장을 얼마나 유심히 관찰을 하느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제조업에서 오랜 시간 동안 관리자로 일하면서 다양한 문제를 직면했고, 해결한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도 있었지만 대부분 문제의 해답은 문제가 발생한 그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사실 나의 아이디어보다는 현장에서 현장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 현장에 속한 사람들에게서 답을 듣게 된다. 그래서 나도 신입 사원들 교육을 할 때에 '3현 주의'를 강조하는데, 3현 주의란 '현장'에서, '현물'을 보고 '현실감'있게 내용을 검토하라는 것이다. 어쩌면 3현 주의도 바로 관찰을 기본으로 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나의 문제 해결 능력은 어릴 적 읽었던 셜록 홈즈 단편에서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부모로서 우리 아이들에게 미래의 문제 해결 능력 배양을 위해서 셜록 홈즈와 같은 추리 소설을 읽게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상으로 이 책에 대한 독서노트를 정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