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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8 - 사진의 맛, 우종철

하나모자란천사 2018. 10. 12. 06:43

 2018년 책 100권 읽기 백 열세 번째 책입니다.


'사진의 맛, 느낌 있는 사진을 만드는 크리에이티브 사진 강의'이란 제목에 이끌렸다. 이제는 사진의 기술적인 부분보다 사진을 이해하고, 즐겁게 찍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 사진과 관련해서 대략 70권 정도의 책을 읽었다. 책을 통해서 독학으로 사진을 배우고 있다 보니 사진 실력이 잘 늘지 않는다. 기술적이고 이론적인 부분에 대해 이해는 되지만 실제 느낌 있는 사진을 찍는 것은 어렵다. 어떻게 하면 느낌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순간에 이 책에 내게 다가왔다. 궁하면 통하는 법이다. 이 책이 좋다. 많은 생각을 하면 이 책을 읽었다. 빨리 읽고 싶지 않았다. 천천히 책의 내용을 곱씹어 보면서 읽고 싶었다. 좋은 책이다. 누군가 나처럼 사진 배우기를 시작하고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어떤 이들이 읽어야 할까? 저자는 도입부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선 창조적 사진을 열망하는 사진학과 학생이나, 얼마간의 사진 경험이 있는 사진 애호가들 또는 진지하게 사진의 세계를 접해 보고자 하는 사진 입문자들이라고 한다. 딱 나를 위한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사진의 본질과 매력, 어려움이 어떤 것인지 미리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진의 매력은 바로 예술적 형식을 통해 매우 신속하고 쉽게 개인성과 본성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기계적 특성 때문에 사진기는 지극히 짧은 시간에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때문에 이 순간에 인간의 의식이 개입할 여지는 별로 없다. 그렇다면 사진을 통해 개인의 본성을 표현하는 것은 어려운 것일까? 작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어떤 의도도 없이 자신의 본성을 보고자 하는 것을 느끼는 순간 셔터를 누르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직관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이다. 쉽지 않지만 사진에서 중요한 테크닉이란 바로 본성의 눈으로 바라보는 눈의 훈련이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사진의 평면성을 이해해야 한다. 사진은 모든 공간을 오직 평면으로 기록할 수 있을 뿐이며, 인간의 감정과는 달리 지극히 기계적으로 사물을 묘사한다. 사람이 느끼고 보는 것과, 사진으로 표현되는 것이 항상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 사진의 특성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진의 특성, 사진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작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선 현실의 공간이 평면적인 사진 이미지로 표현되었을 때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 미리 예측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또한 자신의 느낌이나 의도가 결과물로 만들어졌을 때 예상과 어떻게 다른지를 반복적으로 분석해 보아야 한다. 아마도 예상과 결과물이 차이를 보인다면 그것은 자신이 생각했던 피사체의 공간감이 축소되었거나 왜곡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기본적으로 셔터와 조리개의 메커니즘을 이용해야 한다. 이 둘의 조합에 의해 사진의 밝기가 결정된다. 밝기는 흑백 사진과 컬러 사진, 최종 결과물인 인화나 디지털 이미지 모두에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적정 노출이 아니라 '자기 노출'을 확립하는 것이다. 이는 사진가의 스타일을 만드는 것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사진의 밝기에 따라 사진의 내용, 의미, 인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동이든 자동이든 카메라가 지시하는 적정 노출값에 맹복적으로 따르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사진의 밝기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한 장의 사진에 담으려고 하는 메시지 혹은 의도에 맞는 톤을 제대로 선택할 때, 그 사진은 훨씬 더 소통에 효과적일 수 있다.


사진가는 단지 카메라의 한쪽을 조금 낮추는 것만으로 이미지에 긴장감을 줄 수 있으며, 자유로운 분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다. 또한 좌우로 약간을 움직여서 어떤 연인의 관계를 친밀하게, 혹은 낯선 사람처럼 보일게 만들 수도 있다. 전방에 어ㄸ너 부피의 대상을 포함하느냐에 따라 의미 있는 배경들이 감춰지기도 하고 나타나기도 한다. 전혀 무관한 소재들이 심리적으로 연관성을 촉발하는 조형성을 만들어 내기도 하며, 우연히 프레임 안으로 들어온 새 한 마리가 사진의 내용을 지배하기도 한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사진은 많이 걷고, 많이 움직일수록 좋은 사진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높다는 사실을 염두 해 두어야 한다.


사람들은 프레임에 의해 만들어진 사진가의 비전을 보고 있지만, 심리적으로는 프레임 밖으로 잘려 나간 더 많은 것들도 함께 보는 경우가 많다. 즉 상상하고 유추하여 자기 방식대로 이해하려는 경향을 가직 있다. 이러한 심리적 경향을 많이 불러내는 사진일수록 좋은 사진이 될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사진가는 프레임에 의해 잘려 나가는 부분까지 고려하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이 책을 읽고 사진에 대한 철학서라고 생각했다. 어렵다. 사진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찍는 것이다. 어떻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찍을 수 있을까? 도대체 이 말을 이해할 수 없다. 작가는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것이 사진을 배워 나가는 여정이며, 이 책의 여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럼 나는 사진을 배우고 있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다행이다.


사진에 있어 본다는 것은 '본질'을 의미하는 것이다. 눈을 고정하고 바라보는 것만으로 세상은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이것이 보는 방법의 기본이다. 그다음에는 천천히 생각을 멈추어야 한다. 스스로를 비우는 순간 내 안으로 차오르는 것이 많은 법이다. 관념을 버리고 온전히 대상에 집중할 때, 거짓 없는 자신의 본연(자신의 그릇)이 드러나고, 대상과 진정한 의미에서 교감이 이루어질 수 있다. 결국 많이 보고, 오랫동안 관찰하고, 함께 공유한 시간이 많은 사람들의 사진이 뭔가 다르게 느껴지고, 좋아 보이는 이유는 자명한 사실이다. 이는 대상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많이 지켜보고, 많이 사랑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찍을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이 한 장의 사진을 통해 답을 찾았다. 이 한 장의 사진이 의미 있는 것은 이 순간이 인생의 특별한 날을 기록한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이 되었다는 것, 결혼을 한다는 것, 부모가 된다는 것 등. 인생은 결국 그 어떤 순간들로 채워지는 것이고, 사진은 그 순간들을 부동의 것으로 만들어 기억하게 된다. 먼 훗날 아이들은 비로소 이 사진의 가치, 이 순간들의 가치를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가 그렇듯 말이다.



사진의 출발은 잘 아는 것, 익숙한 것, 좋아하고 사랑하는 대상을 바라보고 찍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좋은 사진의 기본은 자신의 관점을 드러내고 자신의 진솔한 모습을 표현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의 관심이 무엇인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 결국 자신을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사진을 배우는 목적이고, 작년에 내가 자아를 찾기 위해 책을 읽은 결과물이기도 하다.



사진가는 한 가지 특정한 주제를 지속적으로 찍어 봄으로써 자신의 그릇을 판단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다. 자신의 한계를 알게 되고 창의력의 진가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또한, 정해진 주제를 오랫동안 찍게 되면 자신을 발견하고 그 변화를 감지하게 된다. 처음에는 사진을 찍으러 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을 만나게 된다. 자신의 고민, 자신의 삶, 자신의 이웃, 자신의 목적, 자신의 바람 등 매일 매 순간 반복되거나 변화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볼 기회가 많아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찍는 사진의 프로세스를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잘 찍은 사진과 좋은 사진의 결정적 차이는 개인성을 드러내는가의 문제라 생각된다. 알다시피 일반적으로 예술의 본질은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고, 개인의 관점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것이 깊이 있는 성찰을 통해 진정성으로 드러날 때,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좋은 사진이란?


웃음 짓게 하는 것,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것, 아프게 하는 것, 떠나고 싶은 충동을 주는 것, 차분하게 만들어 주는 것, 그냥 오랫동안 바라보게 하고 싶은 것, 집에 걸어 두고 간직하고 싶은 것, 뭔가 이상하고 궁금하게 만드는 것...




사진가는 사진을 찍는 순간, 최종 결과물이 어떻게 표현될지를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보이는 현실, 사물과 완전히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노출과 앵글만으로도 어떤 부분을 강조하거나, 어떤 대상을 블랙 계조에 묻어서 사진의 상에서 사라지게 만들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사진가는 처음부터 이런 것들을 고려해 자신만의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상은 아주 짧은 순간에 머릿속에 번쩍 생각날 수도 있고, 많은 고민 끝에 그려질 수도 있다.



사진은 한 편의 시와 같다. 사진은 설명해서 보여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이 압축된 하나의 결과물로 표현되는 것이기에 찍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직관에 의존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한 장의 사진은 온전히 그 자체로 어떤 느낌, 뉘앙스를 전달해야 한다.



사진가의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보는 재미를 반감시킨다. 사진가의 의식이 아니라 사진 속의 대상물이 스스로 만들어 내는 공명이 있어야 한다.



한 장의 사진이 독창적이며 남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은 개인성, 즉 자신의 모습이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진가가 소재를 선택하고 주제를 정하고 프레임을 정하는 다양한 형식들은 모두 개인성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개인성이 얼마나 일관성 있고 독창적인 스타일이 되느냐 하는 것은, 세상과 삶에 대한 개인의 자각과 성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자각이 깊을수록, 고민이 많을수록 자신의 본질에 그만큼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는 이러한 자각과 감수성이 순간적으로, 직관적으로 표출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생각을 버려야 한다. 생각, 의도, 깊이, 철학, 고민은 평소에 해야 한다. 일상으로 품는 우리의 의식이 한 개인의 감수성을 만들어 낸다. 이것이 곰삭아 내면을 만들고 무의식을 만들어 낸다. 사진을 찍는 순간에는 생각을 버리고 그저 우리의 내면이 만든 마음의 눈에 의존해야 한다. 이것이 직관이다. 직관으로 찍은 한 장의 사진에는 자연스럽게 한 개인의 내면이 드러나게 되어 있다.



또 한 권의 좋은 책을 읽었다. 작가의 책을 통해 얻은 것이 무엇일까? 지금까지 내가 읽은 대부분의 책에서는 사진은 빛이 전부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에서도 빛에 많은 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그만큼 사진에 있어 빛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사진가에게 빛은 자연광이든 인공 광원이든 결국 자신의 심미안에 부합하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다루어야 하는 재료 중 하나이다. 이를 위해 사진가는 가시광선, 색온도, 컬러, 방향, 강도, 확산, 반사, 간섭 등 빛의 성질에 대해 공부하고 인공조명을 다루는 기술을 습득한다. 이러한 제반 지식과 경험, 이해는 사진의 계조를 만들고, 노출을 만들고, 컬러를 만들고, 콘트라스트를 만들고, 명암을 만들고, 그리고 종국에는 하나의 분위기를 만든다.


때문에 작가는 어쩌면 사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빛이라기보다는 분위기라고 설명하고 있다. 분위기는 빛을 포함해 사물을 총체적인 감각으로 직관하는 대상이다. 사진가는 이 분위기를 찍을 수 있어야 한다. 빛이 아니라 분위기이다. 아직 사진을 모르지만 지금부터 사진에 나만의 분위기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모든 사진가가 결국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일일 것이다. 엄격히 말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 안에 있는 어떤 것을 끄집어내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한 장의 사진이 아무리 훌륭한들 세상 모든 사람을 감동시킬 수 없고, 설령 감동을 준다 해도 영원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은 신기한 것들로 둘러싸여 있고, 감동을 주는 것은 매 순간, 어느 곳에나 존재한다. 사진가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먼저 자신을 감동시키는 한순간을 발견해야 하며, 한편으론 그 순간이 어떤 사람에게는 정말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