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책 100권 읽기 아흔두 번째 책입니다.
또 한 권의 책을 읽었다. 사진과 관련된 책이지만 기존에 읽었던 사진과 관련된 책과는 조금 다르다. 사진이라는 연결고리는 가지고 있지만 그 폭을 조금 넓혀서 사진을 대상으로 이야기하는 에세이 같은 책이다. 이 책은 ‘사진 - 시간의 아름다운 풍경’의 개정 신판이다. 2007년 문화관광부 선정 교양도서이기도 하다. 처음이라 그런가. 조금은 어색하다. 나는 쉽게 읽어 내려갈 수 있는 글이 좋다. 그러나 한정식 작가의 글은 조금 어렵다. 아직 내가 그의 글에 적응을 못해서 그럴 수 있다.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언젠가 내가 책을 쓴다면 이런 형태의 책이지 않을까 싶다. 아니더라도 그렇게 상상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꿈이 이루어지는 과정은 결국 상상의 반복을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모든 예술이 다 그렇지만, 사진 역시 그 사람이다. 사진 찍는 사람의 지적 수준은 물론, 그의 인격에서 성품까지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 사진이다. 결국 사진을 본다는 것은 드러난 대상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을 통해 작가를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여행사진을 통해서도 우리는 낯선 풍물만이 아니라, 그 풍물을 접하는 작가를 함께 들여다볼 수 있다. 그 외국 풍물을 통해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을 들을 수 있고, 그 풍물에 묻어 있는 작가의 심성까지도 우리는 읽을 수가 있다.
모든 소재가 똑같은 비중으로 똑같은 크기로 찍히면 거기 평등이 이루어질는지는 몰라도 조화는 잃는다. 초보자들의 경우 산에 올라, 또는 바닷가에서 그 아름다운 풍광에 감탄을 하면서 셔터를 누르지만 성공하는 일이 드물다. 볼 때엔 그 아름답던 풍광이 왜 내 사진에서는 죽어 버릴까. 모든 것이 평등하게 찍힌 탓이다. 강약이 없으니까 무엇을 찍은 것인지, 어디를 보라는 말인지 알 수가 없다. 버릴 것은 버리고, 크게 할 것은 크게 해서 조화를 이루어야 볼 만한 사진이 되는 것인데, 이것도 넣고, 저것도 버릴 수가 없다. 욕심부리지 말라는 부처님 말씀을 전하려는 것이 아니다. 상하, 좌우, 어울림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사진이란 무엇일까. 사진을 찍는다고 할 때 우리가 찍는 것은 무엇일까. 사진이란 이런 사람과 사람, 사물과 사물, 그리고 사람과 사물과의, 그것이 어울림이든, 그런 관계를 밝혀주는 장치이다. 얼른 보면 나무요, 돌이요, 사람이지만, 실은 나무나 돌이 아니라 돌과 이웃과의 관계를 우리는 찍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은 삭는다. 육신이 삭고 영혼이 삭는다. 하지만 삭지 않는 것이 있다. 않을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을 더 발한다. 그것이 사진이다. 사진은 시간과 함께 자란다. 별 볼일 없는 사진도 시간이 지나면 거기 저절로 볼 맛이 생기고 의미가 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