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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2 - 사진학교에서 배운 것들, 임영균의 사진과 삶에 대한 단상

하나모자란천사 2018. 7. 23. 10:48

 2018년 책 100권 읽기 일흔일곱 번째 책입니다.


사천 도서관에서 사진과 관련된 새로운 책들을 빌렸다. 이 책의 저자이자 사진가 임영균의 프로필은 대단했다. 사진가로서 부족함이 없는 스펙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가 사진가로 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어떻게 해야 좋은 사진을 만들 수 있냐?”는 것이라고 한다. 좋은 사진을 위한 조건은 너무도 많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뛰어난 관찰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훌륭한 눈을 갖는 것이 사진가로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관찰력은 모든 분야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이다. 이미 다른 책을 통해서도 관찰력이 내 삶의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아직도 난 관찰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 부족함을 사진을 통해 채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처음 사진기를 발명한 사람의 직업은 무엇이었을까? 아닌 서양 미술사라는 책을 통해 해답을 알고 있다. 눈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내가 서양 미술사를 언급했을 때 사진기를 처음 발명한 사람이 화가라고 눈치를 챘을 것이다. 세상의 발명은 결국 필요에 의해서 생겨나는 것이다. 사진기의 발명도 초상화를 빨리 그리고자 하는 욕구에서 생겨났다고 들었다. 그래서 과학자가 아닌 화가가 최초의 사진기를 발명한 것이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초상화를 빨리 그리기 위해 발명된 사진기로 인해 초상화를 그려 생계를 연명하던 화가들이 생계를 잃게 되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화가 폴 들라로시는 사진의 발견을 두고 “이로써 오늘부터 그림은 죽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1839년에 등장한 사진기로 인해 19세기 미술은 변화하기 시작한다. 인상파로부터 시작된 미술의 변화는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추상적인 그림이었다. 왜 그렇게 변할 수밖에 없었는지는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다. 화가라는 생업을 잃은 작가들 중 사진가로 직업을 전환한 이들도 많다고 하니 결코 사진의 발명이 나쁘지 않았다.



생각의 눈,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자. 사진을 통해 인생의 여유로움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작가 임영균이 바라는 것이고 내가 바라는 것이다. 사진가에도 마음속의 여유가 필요하다. 느림의 미학이라는 말을 생각하자. 삶을 위한 사진인가, 사진을 위한 삶인가. 아직 난 메멘토 모리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그림이든, 조각이든, 음악이든, 영화든 이들 분야들을 통틀어 예술이라 부른다. 그리고 그들의 활동을 창작이라고 한다. 왜 그럴까? 예술 활동의 생명력은 창의력이다. 결국은 남들과 같지 않은 새로움이 있어야 한다. 사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남들과 똑같은 사진이 아니라 자신만의 사진 세계가 필요하다. 그런데 웃기다. 아직 사진에 대해 쥐뿔도 아는 게 없는 놈이 이런 얘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너무 책만 많이 읽어서 머리로만 말로만 앞서고 있다. 뭐 어떠랴. 이렇게 하나씩 배워 나가고 내 것으로 정리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결정적인 순간 포착, 찰나의 일상의 포착 브레송은 사진이 가지고 있는 ‘찰나의 미학’을 가장 잘 표현한 작가다. 그는 캔디드 포토 기법을 이용해 ‘결정적 순간’이라는 말을 만들어 냈다. 캔디드 포토란 스냅사진을 일컫는 것으로 ‘꾸미지 않고 보이는 그대로’라는 뜻이다. 눈앞에 보이는 상황을 연출하지 않으면서 인물이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 가장 솔직한 표면을 카메라에 담는 것이다.


작가가 생각하는 좋은 사진이란? 다른 사람에게 감동과 새로운 느낌, 그리고 상상력을 주는 사진이다. 작가의 글에서 힘을 얻는다. 독학이지만 내가 사진을 배워 나가고 있는 방법이 틀리지 않았다고 위로를 해 주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사진가는 누구보다 관찰력이 뛰어나고 작은 변화를 감지해 낼 만큼 섬세하며, 올바른 통찰을 지녀야 한다. 그러니 할 수 있는 한 많이 경험하고 많은 책을 읽는 것이 좋다. 많은 곳을 거닐며 그곳의 문화와 사람들, 생각을 가슴에 새겨 넣자. 나도 그렇게 해 보자. 출발은 나쁘지 않다. 


전설적인 종군 사진작가 로버트 카파, 할리우드 영화감독 존 포드, 너무나 유명한 화가 피카소, 소설가 헤밍웨이, 그리고 게리 쿠퍼, 잉그리드 버그만 그들은 각자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지만 함께 영화를 제작하며 아름다운 우정을 남기기도 했다.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일했던 이들이 어떤 계기로 우정을 쌓게 되었을까? 궁금하면 오백 원. 그가 남긴 유명한 말은 거의 모든 사진가들에게 구전되고 글로 전해지고 있다. “만약 당신의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것은 충분히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혼이 담긴 사진이란? “최근 몇 년 사이에 디지털카메라가 확산되면서 수많은 아마추어 사진가가 탄생했다. 그로 인해 예쁘고 감각적인 사진은 수없이 등장했다. 하지만 네가 이야기한 살가도의 사진처럼 목마른 우리 영혼의 갈증을 해소해 주는 사진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사진이란 작가의 끊임없는 관찰과 정신력을 렌즈 한곳에 집중했을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결정체다. 이것이 사진, 즉 영혼이 담긴 사진에 대한 내 생각이다” 이는 작가가 사진을 많이 찍어서 한 장을 건지려는 제자에게 직접 건넨 말이다.


카메라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기계다. 우리 눈이 보아야 할 것을 렌즈가 대신해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진을 찍는 사람의 마음과 카메라가 교감하지 못하면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없다. 사진이란 카메라를 손에 쥔 사람의 감정의 피드백이며 그것이 곧 카메라의 힘이다. 


모든 예술은 그 시대와 인간의 삶을 반영한다. 그중에서도 사진은 우리의 삶을 가장 꾸밈없이 보여주는 기록이자 예술이다. 


이 책에는 흑백 사진들만 담겨 있다. 1950년대의 사진부터 2000년대의 사진까지 모두 흑백 사진들이다. 흑백 사진은 단조로울 것이라는 것은 편견이다. 사진을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이런 책이 좋다. 좋은 사진을 대한 정의로부터 시작해서 사진을 너머 예술까지 그리고 삶에 대한 통찰까지 결국은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을 사진에서도 만나게 되었다. 좋다. 단숨에 책을 읽었다. 책을 읽는 동안 많은 생각을 했고, 책을 통해서 다양한 인물을 만났다. 이 책에서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을 만났고,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파블로 피카소를 만났다. 문학, 미술, 사진 등 다른 분야이지만 이렇게 만날 수 있는 것은 사람이 중심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 만남이 좋다. 나도 그런 만남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