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책 100권 읽기 스물세 번째 책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읽어 보고 싶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라서 그의 책을 읽어 보고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할 즈음에 내 눈에 들어온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이 '꿈에서 만나요'라는 책이었다. 작년 가을쯤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 책을 읽고 무척이나 실망을 했다. 이후로 굳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읽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무라카미 하루키는 내게서 멀어졌다. 내가 틀렸다. 첫인상의 편견을 가지고 그의 책을 끝까지 읽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다면 분명 나중에 후회를 했을 것 같다. 다행히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기 전에 그의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이번에도 소설이 아닌 에세이다. 그가 <앙앙>이라는 주간지에 일 년간 단편으로 올린 50여 편의 글을 모아서 책으로 낸 에세이다. 무라카미 라디오 시리즈로 3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첫 번째가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이다.
원래 에세이는 내가 즐겨 읽는 분야가 아니다. 아니 거의 읽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에세이를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앞서 읽었던 하태완 작가의 '모든 순간이 너였다'라는 책의 영향이다. 20대 풋풋한 사랑을 하고 있어야만 표현할 수 있는 감성적인 글이 좋았다. 그래서 에세이를 읽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그때에 리디북스에서 운명처럼 무라카미 하루키의 무라카미 라디오 시리즈가 내 눈에 띄었다.
일단 좋았다. 책을 읽기가 편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30분, 점심 먹고 나서 30분, 퇴근하고 나서 1시간 정도면 책을 완독 할 수 있어서 좋았다. 퇴근이 늦은 날에는 하루에 한 권의 책을 읽기가 쉽지 않은데 이 책은 충분히 하루에 한 권을 여유를 가지면서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짧은 단편의 글에서도 많은 깨달음과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지금부터는 이 책을 읽으면서 짧게 내가 생각했던 내용들이다.
리스토란테의 밤
이 글을 읽으며 에세이가 어떤 글인지 알 것 같았다. 느낌은 이렇다. 일기와 같은 장르로 보면 될 것 같다. 일상에서 내가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서술하는 것이다. 그러나 작가의 기질을 이용해서 섬세하게 묘사하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은 있어야 할 것 같다.
네코야마 씨는 어디로 가는가?
에세이는 때로는 하나의 사물을 대상으로 철저히 작가의 상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분야이다.
당근
때로는 오래된 노래 가사말에서 자신의 이런저런 생각을 풀어내는 것도 에세이다.
뛰기 전에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무라카미 하루키 그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그는 뉴스, 음악, 그림, 인물, 책, 음식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에세이가 쉽게 일기처럼 쓸 수 있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단조롭지 않고 다양한 이야기를 쓰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자기고 있어야 함을 알 수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 다양한 책을 읽고, 정보를 접하고, 무엇보다 사물을 자세히 관찰하는 능력이 필요할 것 같다. 때문에 세상을 빠르게 사는 것보다 천천히 즐기면서 사는 능력이 필요하다. 나에게 필요한 사항이다.
파스타나 삶아!
에세이의 주제는 제한이 없다. 작가의 상상으로도 글을 쓸 수 있다.
사과의 마음
에세이를 읽으면 사람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스킬이 늘 것 같다. 예를 들면 예전에 내가 읽은 책에 이런 얘기가 있었는데 말이야, 무라카미 하루키 씨는 그의 에세이에서... 이런 형태 말이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 증대될 것이다. 또한 쉽게 읽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야기가 작가의 상상력에 따라 어디로 튈지 예상되지 않는 것도 에세이를 읽는 재미라고 생각한다.
2017/05/19 - [Reading Story] - #0071 -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1)
2017/06/08 - [Reading Story] - #0075 -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과 얕은 지식 : 현실너머 편
김밥과 야구장 - 이런 것이 인생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고 할까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단어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의 에세이에서 처음으로 언급되었다는 얘기를 알고 있다. 설마 그 에세이가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삼십 년 전에 일어난 일
에세이는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고 잡담을 하면서 그냥 막 생각나는 것을 갈기는 것 같아서 좋다. 그냥 누군가와 얘기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서 책을 읽는 동안 혼자가 아닌 것 같아서 좋았다.
도넛
도넛을 먹으면서 도넛에 구멍을 누가, 언제, 왜 내었을까를 생각하는 사람이 무라카미 하루키다. 그가 작가가 되기 위한 노력과 방법으로 호기심이 많아야 한다고 말한 이유를 알 것 같다.
판화
살아가면서 겪는 소소한 일들을 글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모여서 한 권의 에세이라 탄생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생각했던 내용들을 다 옮겨 적고 싶었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미 책을 읽으며 그 순간의 생각을 노트로 기록했는데, 그 내용을 이곳으로 다시 옮기는 것이 큰 의미는 없을 것 같아서 이 정도로 마무리한다. 중요한 것은 내가 한 권의 짧은 에세이를 통해서도 꽤 많은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