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책 100권 읽기 열아홉 번째 책입니다.
오래간만에 소설을 읽었다. 셀러리맨으로 살면서 자신에게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 중 하나가 이 책의 제목이 아닐까? 어쩌면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것도 제목이 주는 강한 이끌림 때문이다. 최근에 읽었던 책들이 끌리는 맛이 없어서 이번에는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기를 바랐다. 그렇게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좋았다. 내가 읽고 좋았다고 평가를 하는 책들은 공통점이 있다. 책을 읽는 동안 생각을 많이 이끌어 내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예전부터 고민하고 있었던 직업에 대한 생각, 자존감, 삶을 살면서 만나게 되는 벽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을 했다. 한 편의 짧은 소설을 통해서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에 놀랍다. 힘들게 대학을 졸업하고 세상에 첫 발을 내딛었는데, 내가 알고 있던 것과 다른 세상임을 확인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힘들어하고 있는 이가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책의 첫 페이지에 나오는 그림이다. 공감하지 않는가? 나 역시 이런 생각을 한 날이 많았다. 적어도 예전에는 그랬다. 그러나 요즘은 그렇지 않다. 막연하게 힘들다고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생각은 없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그래도 가끔은 '지금 내가 회사를 관둬야 하는 게 아닌가?'를 생각한다. 왜일까? 아마도 내가 하고 싶은 일, 나를 흥분시키는 일, 나의 피를 끓게 만드는 그런 일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가끔 퇴사를 생각하는 직원들을 상담한다. 대부분 일이 힘들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힘들고, 상사의 꾸지람이 힘들어서 그만둔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런저런 다른 이유를 말하지만 조금 더 편하게 얘기를 하다보다 십중팔구는 거의 이 범주에 원인이 있다. 중요한 것은 그만두고 난 다음이다. 대부분 아무런 대안도 없이 현재의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우선이다. 안타깝다. 그러나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나 역시도 그 시절에는 그랬으니까?
요즘은 팀원들에게 다르게 접근한다. 내가 작년에 자존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나를 알기 위해 노력하면서 나를 존중하는 법을 배웠던 것처럼 팀원들에게도 자신에게 시간을 투자하고, 돈을 투자하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하라고 한다. 회사에 다니는 이유도 먹고살기 위해가 아니고, 생계를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회사를 다녀야 하는 것으로 생각을 바꿔 보라고 한다.
주중에는 힘들지만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는 적어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취미 활동을 즐기라고 말한다. 취미 생활을 하려면 시간도 필요하고, 돈도 필요하다. 나는 최근에 취미로 사진이나 드론을 날리고 있다. 주말에는 사진을 찍고 드론을 날리기 위해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니고, 맛있는 음식도 먹는다. 내가 하고 싶은 놀이를 즐기니 기분이 좋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하니 더 기분이 좋다. 이런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이제 직장 생활은 내가 즐거운 활동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보조적인 수단일 뿐이다. 나를 위해, 취미 생활을 위해, 즐기기 위해 회사에 다닌다는 생각을 하면 회사 생활이 그렇게 힘들고 나쁘게만 여겨지지 않는다.
이제 소설의 얘기를 잠깐 해 보려고 한다. 주인공 다카시는 예전의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아니 대부분의 셀러리맨들이 하는 생각이다. 대한민국에서 보통의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회사에 다녀야 하고, 정규직이라는 타이틀이 있어야 기본적인 생활이 보장이 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야 결혼도 하고, 가정도 꾸리고, 아이들도 기르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기준은 누가 세운 것일까? 내가 아니라 세상의 보편적인 잣대라는 것이다. 스스로 세상의 보편적인 기준에 맞추려 하다 보니 행복하지 못한 것이다. 내 기준이 명확하고 내 기준이 확실하다면 그 기준에 맞추면 되기 때문에 힘들지 않고 불행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몇 차례의 미국 출장에서 그들의 직업관에 대해 놀랬다. 그들은 마트, 상가, 식당 등에서 파트타임 또는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것을 정상적인 직업으로 생각하고 있다. 물론 우리와 환경이 다르다. 현재 미국 내에서는 제조업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 일자리가 없기에 그런 부분도 많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소위 말하는 '니트족' 현상이다. 정규적인 직업을 가지지 않고 살아가는 세대들, 어쩌면 자유로운 영혼으로 보이지만 니트족으로 살아가는 이들 중에서 진정 자신이 원해서 니트족으로 살아가는 이가 얼마나 될까? 그들도 세상의 보편적인 기준에 들고 싶지만 제도가 받쳐주지 못하고, 환경이 받쳐주지 못해서 니트족으로 살아간다면, 과연 그들이 소설 속의 '야마모토'라는 인물처럼 회사를 그만두고 니트족으로 일하면서 행복할 수 있을까?
미국과 소설의 일본에서와 우리나라는 문화적 차이가 있다. 몇 차례 미국 출장 후 이 문제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었고, 미국에서는 왜 그것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했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나라도 점점 그렇게 변화가 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취업의 의사가 없이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활을 유지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여기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이 있게 생각을 해야 한다. 니트족들이 취업을 포기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단지 그들이 정규직이 싫어서 포기를 하고 아르바이트를 통해서 생계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 여기에 대한 얘기는 다음에 좀 더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서 오늘은 여기까지...
책에서는 주인공 다카시가 우연히 자신 앞에 나타나 친구로 발전하게 되는 야마모토의 삶이 부럽다. 그는 회사원이 아닌 니트족으로 살아가면서도 자신보다 훨씬 더 행복한 삶을 사는 것 같았다. 회사를 그만두고 야마모토처럼 살아가면 행복할 수 있을까? 글쎄... 아직은 소설은 소설일 뿐이야라는 쪽에 내 생각이 더 가깝다. 자신의 삶을 살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는다. 혼자서 산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 세대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것은 사회문제다. 인구문제로 연결이 되고 나라의 미래와도 연결이 되는 심각한 사회문제다. 그러나 해결책은 어느 누가 쉽게 마련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주 52시간 상한제 법안이 통과되어 2018년 7월 1일부터 적용이 된다. 2018년 트렌드인 워라밸을 위한 법안이다. 일과 라이프(삶)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노동 시간을 강제로 줄이겠다는 것과 개인별로 일하는 시간의 상한을 두어 일자리를 공유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다. 법으로 통과가 되었기에 일단 기업들은 따를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처음 기획된 의도대로 전개가 될 것인가의 문제이다.
한 권의 소설을 통해서 이것저것 많은 생각을 했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읽은 것은 잘한 것이라 생각한다. 좀 더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시간이 부족하다. 책에서 기억에 남는 문구를 남긴다. 주인공 다카시가 회사를 그만두고 나가면서 던진 말이다.
나는 세상을 바꿀 수 없습니다. 바꾸기는커녕 이 사회 하나, 이 부서 하나, 마주한 사람 한 명의 마음조차 바꿀 수 없는, 이토록 보잘것없고 장점 하나 없는 인간이 나예요. 하지만 이런 나라도 한 가지만은 바꿀 수 있어요. 바로 내 인생입니다. 자신의 인생을 바꾸는 것은 어쩌면 주변의 소중한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것과 이어져 있는지도 모릅니다. 거걸 깨닫게 해 준 사람이 있어요. 제게는 친구도 있어요.
이 말처럼 나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그러나 내가 생각을 바꾸면 나는 행복해질 수 있다. 그리고 나의 행복으로 인해 내 주변의 사람도 긍정적인 자극을 받아 그도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것이 다카시의 친구 야마모토가 그랬던 것처럼 내가 그럴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