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책 100권 읽기 일흔네 번째 책입니다.
독학으로 사진을 배우고 있다. 이제 독학으로 사진을 시작한 지 6개월이 되어간다.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다. 뭔가 부족하다. 부족해도 많이 부족하다. 지금까지 사진과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지만 쉽게 실력이 늘지 않는다. 아무래도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기본기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내가 읽은 책을 보더라도 기본기보다는 사진에 대한 감성적인 내용을 다룬 책이 많았다. 우선 내가 보유하고 있는 카메라의 매뉴얼을 정독했다. 요즘은 어지간한 카메라의 매뉴얼도 한 권의 책 수준이다. 매뉴얼 한 권으로 기본기가 다져지지 않는다. 사진의 기본기를 다질 수 있도록 더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곁에 두고 오래 볼 수 있는 바이블 같은 책도 있어야 한다. 사진과 관련된 책이 너무나 많다 쉽게 책을 선택해서 구입하기도 어렵다. 이럴 때는 나만의 방식으로 책을 선택한다.
사람들마다 배움에 임하는 자세나 방식이 다르다. 나는 새로운 관심분야에 대해 학습을 할 경우 한 권의 책을 천천히 정독하는 방식보다 관련 분야의 책을 속독으로 많이 읽는다. 특정 분야의 책을 최소 50권에서 100권 정도 읽다 보면 그 분야에 대한 큰 그림이 그려지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 분야를 설명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에 이른다. 그다음부터는 책을 읽더라도 내 기준에 맞춰서 정리가 된다. 전문가는 아니더라도 그제야 독학으로 뭔가 할 수 있는 수준이 되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험난한 이 세상에 뛰어들고 나서는 나는 그렇게 세상을 배워나갔다. 제조업에서 부서 이동에 따라 관련 부서의 일을 배울 때도 그랬고, 결혼을 하고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 재테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할 때도 그랬고, 뭔가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가질 때도 그랬다. 이제는 뭔가 새로운 것이 내게 닥치더라도 두렵지 않다. 나만의 방식이 생겼기 때문이다.
지금은 독학으로 사진을 배우고 있다. 사진은 많이 찍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서, 그들의 말대로 카메라를 늘 들고 다니면서, 카메라가 없을 때는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으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말처럼 사진이 늘지는 않았다. 다른 이의 말이 아닌 내 방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사진의 기초를 하나씩 배워 나가기 위해 사천 도서관에서 사진의 기초와 관련된 책을 몇 권 빌렸다. '좋은 사진을 찍는 DSLR 촬영가이드' 책을 선택해서 읽었다. 나쁘지 않았다. 다양한 기법으로 찍은 사진들이 소개되어 있고 간략하게나마 사진을 찍은 상황이나 조건들에 대해 설명이 되고 있다. 그러나 아쉽다. 아직 내가 사진에 대한 기초가 부족한 탓이겠지만 이 책에서 설명된 내용만으로 책에서 소개된 사진을 구현하기에는 설명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양한 촬영 기법을 책에 담아서 많은 것을 소개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그 보다는 많이 활용되는 촬영 기법을 누구라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좀 더 상세하게 설명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불평을 하자면 사진에 대한 메타 정보나 어떤 렌즈를 사용했는지 초점거리에 대한 정보 등도 제공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은 아쉬움이 많은 책이다. 아마 다시 이 책을 볼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이 책을 대하는 평가는 사람마다 다 다를 것이다. 그것은 이 책을 대하는 사람들의 사진에 대한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의 내 수준 그러니까 막 사진을 시작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리 추천할만한 책은 아닌 것 같다. 앞으로 계속 사진과 관련된 책을 읽을 것이다. 나중에 다른 책을을 읽으면서 내 수준이 높아진다면 이 책에 대한 나의 평가가 현재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그렇다고 이 책을 통해 내가 배운 게 없다거나 얻을 게 없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나는 내 방식대로 조금씩 사진에 대해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