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향수를 선물했다. 선물은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즐겁다. 그런데 이 향수는 선물을 준 내가 더 즐겁다. 향이 내 맘에도 꼭 든다. 아내에게서 좋은 향이 느껴지니 더 가까이하고 싶다. 언젠가 아내가 진주 갤러리아 백화점을 다녀온 후 나에게 꼭 받고 싶은 게 있다고 말했다. 뭐냐고 물었더니 바로 이 녀석 마이 블랙 버버리라고 했다. 맘에 들었으면 그냥 사 왔으면 되는데, 왜 선물 타령이냐고 했더니 비싸다고 했다. 그게 엄마고 아내인 것 같다. 이 말을 대부분의 엄마들은 공감할 것 같다. 아내도 그렇다. 남편과 아이들에게는 쉽게 옷이고 뭐고 사는데 자신에게는 돈 쓰는 게 인색하다. 그래서 나에게 선물로 받고 싶다고 말한 거 같았다. 뭐 그까지 것 향수가 얼마나 한다고 사준다고 말했는데 조금 비싸다. 비싸다는 기준은 단순한 가격을 놓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크기와 양에 비해 비싸다는 것이다.
백화점에서만 취급을 하는 것 같다. 온라인에서 구매를 했는데 백화점에서 물건이 도착했다. 그것도 재고가 없어서 수입 물량이 풀리고 나서야 배송이 되었다. 아내로부터 문자가 왔다. 선물을 발견한 모양이다. 좋단다. 선물을 받고 기분이 나빠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자신이 갖고 싶어 했던 선물이니 기쁨이 더 할 것이다. 기뻐하는 아내의 모습을 생각하니 나도 기뻤다.
퇴근 후 향수를 뿌렸다며,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향기를 맡아보라고 했다. 나는 뭐 향수가 다 비슷할 거라 생각했는데 다르다. 지금까지 맡아본 향수와 뭔가 다르다.
제품 박스다. 50ml의 작은 병이다. 요구르트 병의 절반 정도의 크기라 생각하면 된다. 작다. 아주 작다. 그런데 10만 원이 넘는다.
모양은 고급스럽게 생겼다. 그래도 작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뚜껑을 열고 향수를 살짝 뿌려 보았다. 남자가 사용해도 무난할 것 같은데 여성용 향수라고 한다.
아내가 이 향수를 사용한 지 일주일 정도 되었다. 이제 아내에게서 은은하게 마이 블랙 버버리의 향이 배어 있다. 좋다. 가끔은 퇴근 후 아내 가까이서 킁킁 거리며 향을 느껴 본다. 이런 내가 변태 같다. 그래도 향은 좋다. 아마도 내가 좋아서 이 향수는 계속 아내에게 선물을 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