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에도 가족과 함께 매월 가족산행을 다녀옵니다. 1월은 남해 응봉산과 설흘산, 2월에는 사천 정동면과 사남면에 걸쳐 있는 이구산을 그리고 3월에는 이제 개통이 임박한 사천 바다케이블카의 시험운행 모습을 보기 위해 삼천포 각산 봉수대 산행을 다녀왔습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산행 후에는 맛집에 들러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다 함께 목욕탕에 갑니다. 하산하면서 오늘은 어디에 가서 무엇을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최근에 제가 두 번 헛걸음 한 항아리 수제비를 제안했고, 아내도 아이들도 좋다고 했습니다.
일요일이고 장날이 아니어서 삼천포 종합시장 주변은 인적이 많지 않았습니다. 주차를 하는 동안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먼저 항아리 수제비로 갔습니다. 제가 주차를 하고 항아리 수제비라 가는데 아내가 오늘도 문은 열었지만 장사를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벌써 세 번째 헛걸음입니다. 슬슬 오기가 생기네요. 처음 두 번은 내가 도착한 시간이 저녁 7시 무렵인데 그 시간에 벌써 정리를 하고 있어서 퇴자를 맞았고, 오늘은 일요일이라 퇴자를 맞았습니다.
아침도 간단히 먹고 출발한 산행이고 점심때도 지나고 있어서 가까운 곳에서 허기를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마침 지난번 이곳에 방문했을 때 말로만 들었던 유정김밥이 여기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아내에게 김밥과 라면 또는 국수 어떠냐고 했더니 아내도 가까운 곳에서 먹자는 내 제안에 동의를 했습니다. 그래서 유정김밥으로 정했습니다. 위치는 삼천포 종합시장이 있는 동금동이고, 아마도 경남 아파트 나동과 다동 골목으로 기억합니다. 위 지도 참고하시고, 아니면 요즘 좀처럼 보기 힘든 엔젤 만화를 찾으면 됩니다.
식당은 오래된 재래시장에 있는 여느 식당과 다름이 없습니다. 메뉴도 팥손칼국수, 칼국수, 물국수(잔치국수), 라면, 떡국, 수제비, 김밥이 전부입니다. 이 집은 김밥이 유명합니다. 간판도 유정식당이 아닌 '유정김밥'으로 걸었 놓았는데 김밥이 맛이 있겠죠. 삼천포 장날에는 줄을 서서 먹는다고 합니다. 오래되었지만 삼천포 시민들에게는 꽤 유명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예전부터 한 번 오고 싶었는데 이제야 발걸음을 하게 되었습니다. 김밥이 맛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여기는 다른 김밥 프랜차이즈와 달리 다양한 김밥을 판매하지 않고 어머니께서 싸 주시는 그 맛 그대로 일반 김밥만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재료가 없는데도 이곳 김밥이 맛있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했습니다.
식당에 들어가서 뭘 시킬까 고민을 하다가 일단 김밥을 시키고 2줄이 기본입니다. 칼국수와 물국수를 시켰습니다. 김밥이 먼저 나왔습니다.
배가 고팠는지 사진을 찍는 동안에 아내와 아이들이 김밥을 집어 먹고 있네요. 이러다가 금방 사라질 것 같은데... 저도 얼른 한 개를 손으로 집어 먹은 후 김밥의 속재료를 보기 위해 사진을 찍어 봅니다. 여느 김밥집 재료와 특별히 달라 보이지 않죠?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일반 김밥에 빠지지 않는 재료가 빠져 있습니다. 발견하셨나요?
뭘까요? 찾으셨나요? 유정김밥에는 햄이 없습니다. 대신에 우엉이 들어가 있네요. 다른 김밥집에서도 우엉은 재료로 사용하니 유정김밥에서 재료의 특별함은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먹다 보면 은근히 중독됩니다. 자꾸만 김밥에 손이 갑니다. 특별한 재료가 없는데 맛이 있는 것이 유정 김밥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네요.
밑반찬은 간단하게 오이무침과 무김치가 나옵니다. 깔끔하니 좋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칼국수가 나왔습니니다. 국수 가격은 5천 원입니다. 처음 가격표를 보고 조금 비싸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릇을 보고 그 생각이 사라졌습니다. 기본이 다른 곳의 곱빼기 수준입니다. 김밥과 마찬가지로 칼국수에도 특별한 재료는 없습니다. 맛은 어떨까요? 맛있네요. 육수가 정말 시원합니다. 멸치 육수에 새우살과 조개도 같이 넣고 끓은 것 같네요. 그래서 시원한 맛이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잠시 후 물국수(잔치국수)도 나왔습니다. 일반적으로 국숫집에 가면 잔치국수보다 칼국수가 비싼데 이곳은 잔치국수도 칼국수와 같은 5천 원입니다. 역시나 물국수를 받아 보기 전에는 비싸다고 생각을 했는데 직접 보면 그 생각이 사라집니다. 늘 식탐이 많은 아내가 오늘도 국수를 3개를 시키려 했는데, 먹어 보고 시키자고 하기를 정말 잘했습니다. 정말 푸짐하게 나왔습니다.
물국수는 기본 멸치육수 베이스에 다대기 양념장을 올려줍니다. 때문에 매콤하고 얼큰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칼국수보다 물국수를 좋아해서 물국수를 먹는데 이날은 아내가 얼큰한 것을 먹고 싶다고 해서 물국수와 칼국수를 나눠서 먹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따로 그릇을 챙겨 주셔서 아이들도 물국수와 칼국수 모두를 먹었습니다. 아이들도 맛있게 잘 먹네요.
4인 가족이 물국수 하나, 칼국수 하나, 김밥 2줄에 배불리 한 끼를 해결했습니다. 맛집 인증은 깨끗하게 비운 그릇이 증명하죠. 요즘은 어딜 가도 일반 김밥 한 줄이 2천 원 하니 가격은 동일하고, 국수는 처음에는 조금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받아 보고 나서는 그 생각이 사라졌습니다. 4인 가족이 한 끼 외식을 하는데 1만 4천 원이면 정말 저렴하게 해결한 것 아닌가요. 지금은 김밥을 더 먹을 수 없어서 나중에 먹으려고 김밥 3줄을 포장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유정김밥의 메뉴판입니다. 중요한 내용인데 빠지면 안 되죠. 김밥 3줄은 일요일 저녁 산행 후 피곤한 아내를 위해 저녁으로 간단하게 해결하고 설거지에서 해방을 시키려고 사 왔는데, 목욕 후 아내와 함께 낮잠을 자고 저녁 무렵에 일어났는데 두 아이들이 김밥 3줄을 다 먹어 치우고 없네요. 일반 김밥인데도 아이들이 맛있어하는 걸 보면 유정김밥 맛집임이 틀림없네요.
갑자기 이 글이 조회수가 올라갔네요. 왜 그럴까? 궁금했습니다. 참고로 저희 집에는 TV가 없습니다. 때문에 방송국에서 밀어내기식으로 보내는 방송을 시청하지 않고, 꼭 원하는 프로그램만 골라서 인터넷으로 방송을 시청합니다. 그래서 몰랐습니다. 최근 유정김밥이 SBS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은둔식당, 사천 김밥·냉국수의 달인으로 소개가 되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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