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Life

우리 동네 사천 맛집 (9) 시골찌개촌

하나모자란천사 2018. 3. 12. 15:33

바닷가 시골마을에서 자랐습니다. 고깃배를 타셨던 부모님 덕분에 늘 싱싱한 해산물을 먹고 자랐습니다. 밥상에는 매일 마을 앞바다에서 잡은 싱싱한 생선으로 끓여낸 매운탕이 올라왔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어머니의 밥상을 받아먹다 보니 국물 없이 밥을 먹는 것이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성인이 되고 혼자 독립을 하면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식품에 입맛이 길들여졌습니다. 오랜 자취 생활 동안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을 좋아했지만 가능하면 국물이 있는 것이 좋았습니다. 어려서 길들여진 습관이나 입맛은 쉽게 바뀌지 않나 봅니다. 가끔은 어머니가 끓여주는 국물이 그립습니다. 그럴 땐 주저 없이 고향 마을로 향합니다. 갑자기 찾은 발걸음에도 어머니는 있는 밑반찬에 국물을 끓여 밥상을 차려줍니다. 그 맛이 그리웠는지 허겁지겁 공깃밥 한 그릇을 뚝딱 해 치웁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밥 먹는 모습을 지켜보시고는 혹 급하게 먹고 체할까 봐 걱정입니다.





살다 보면 갑자기 어머니의 그 맛이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그 맛이 생각날 때는 가장 비슷하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생각합니다. 어머니의 매운탕이 그리울 때 가끔 들리는 곳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곳이 바로 그곳입니다. 사천 사남에 있는 '시골찌개촌'입니다. 여기의 전문은 동태탕입니다. 기호에 따라 매운탕 또는 맑은탕을 선택해서 드실 수 있습니다. 저는 얼큰하고 매콤한 매운탕이 좋습니다.



일요일 오전 비는 내리지 않고 날씨는 흐려서 아이들을 집에 두고 아내와 둘이서 이구산 산행을 다녀왔습니다. 산행 후 아내와 둘이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사실 아내는 국물이 있는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함께한 세월 때문인지 요즘은 남편인 나의 식성에 가까워졌습니다. 아내가 먼저 이곳을 떠 올려 저는 놀랐습니다. 처음 사천에 내려와서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이곳을 몇 번 이용하고 나서 제 입맛에 딱 맞아서 가족들과 종종 들리기도 했고, 지인들이 사천에 놀러 오면 이곳에서 식사를 대신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자주 찾았던 곳인데, 근무지를 정촌으로 옮기면서 발걸음이 뜸했습니다. 뜻밖에도 아내가 먼저 이곳에 언급해서 놀랬습니다.



찌개를 시키면 나오는 기본 밑반찬입니다. 밑반찬은 바뀌지 않고 예전과 같이 나왔습니다.



매운탕을 사람에 맞게 시키면 공깃밥은 같이 나옵니다. 잠시 후 명태탕이 나왔습니다. 초벌로 끓여서 나오지만 생선이기에 센 불로 다시 한번 보글보글 끓인 후에 먹습니다.



산행이라 카메라를 들로 나갔기에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있으니 주인아주머니가 식구들 먹으려 만든 시금치 무침이라면서 이것도 함께 먹어 보라고 내어 주시네요. 역시나 장사도 좋지만 가족들이 더 우선인 것 같습니다. 시금치 무침이 정말 맛있었어요. 아이들과 함께 왔다면 계란찜을 더 시켰겠지만 시금치 무침을 더 달라고 해서 먹었습니다.



반찬들은 모두 흰 접시에 정갈하게 담겨 나왔습니다.



세상에나 아내의 입맛이 확실이 바뀌었네요. 예전에는 징그럽다고 잘 먹지도 않았던 곤이가 맛있다며 곤이를 추가로 시켜서 먹었습니다. 참고로 매운탕에 라면사리를 추가로 시켜서 먹을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주로 라면사리를 추가로 시켜 먹었는데 남편의 고혈압과 체중관리 때문에 나를 배려해서 곤이를 시킨 것 같네요.




맛집 인증은 누가 뭐래도 깨끗하게 비운 빈그릇입니다. 아내와 둘이서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정말 오래간만에 들렸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은 음식 맛이 좋았습니다. 다시 이곳을 자주 찾게 될 것 같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맛집을 찾는 것보다 기존 맛있는 집들을 다시 방문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이것도 늙어 가는 과정 중 하나이겠죠? 이상 우리 동네 맛집 9번째 사천 사남면에 있는 '시골찌개촌'에 대한 소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