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Life/탐구생활

벽방산 산행 후 찾은 안정보리밥

하나모자란천사 2018. 11. 12. 14:11

산이 좋다. 산행이 좋다. 산행을 좋아한다면 대한민국만큼 산행하기에 좋은 곳이 없다. 주말 마음만 먹으면 산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계획을 세우지 않더라도 집 근처에서 30분 정도만 이동하면 오를 수 있는 산이 수두록하다. 대한민국 어디라도 그렇다. 등산을 취미로 활동하는 동호인들이 많다. 때문에 아웃도어가 일상복이 될 만큼 인기가 있다. 가을이면 관광버스를 이용해서 단체로 산에 오르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지금이 바로 그런 시즌이다. 가을이다. 산행하기 좋은 가을이다. 다시 산행을 시작했다. 이 시즌이 최고 등산하기에 최고 좋은 시즌이기에 가능한 매주 주말 산에 오르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아이들과 함께 통영과 고성을 아우르고 있는 벽방산에 올랐다.





다시 산행을 시작했지만 예전과 비교했을 때 달라진 것이 있다. 예전에는 산행을 계획하면 물과 간식과 함께 점심 도시락을 챙겼다. 산에서 먹는 점심이면 거의 대부분 김밥이다. 김밥을 구입해서 가거나 아니면 집에서 준비해서 산행을 떠났다. 그러나 최근에는 산행을 떠날 때 도시락을 준비하지 않는다. 갈증을 해소할 물, 오이, 귤, 배, 사과 등의 과일을 챙기로 허기를 달랠 수 있는 초코바 정도만 챙긴다. 산에서 도시락 먹는 재미도 좋지만 한 가지 메뉴를 먹는 것이 싫었다. 최근에는 산에서는 준비해 간 간식으로 가볍게 먹고, 하산 후 근처의 맛집을 이용한다.



벽방산 산행 계획을 세울 때에도 그랬다. 근처 맛집 정보를 검색했다. 그렇게 찾은 곳이 바로 '안정보리밥'이다. 보리밥은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메뉴다. 나는 대학시절부터 보리밥을 자주 먹었다. 맛있는 곳이 있으면 일부러 찾아가서 먹을 정도다.



인터넷으로 안정보리밥의 이용후기를 살폈다. 그렇게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곳을 다년간 사람들은 모두 좋게 평가를 하고 있었다. 산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통영을 다녀가면서 일부러 들릴 정도라는 평가가 나를 유혹했다.



벽방산 산행을 시작하기 위해 안정사 주차장으로 올라가면서 안정보리밥의 위치를 파악해 두었다. 하산 후 고민도 없이 바로 안정보리밥을 찾았다. 주변에 다른 식당들도 있지만 다른 곳에는 시선을 두지 않고 바로 이곳으로 향했다. 식당은 일반 가정집을 그대로 식당으로 이용하고 있다. 식당에 들어서면 마당 한 켠의 장독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놓인 장독을 보니 이곳의 음식이 맛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새시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옛 시골집을 그대로 살린 마루가 있고, 신발을 벗고 테이블이 놓인 입구 방으로 들어갔다. 



안정보리밥의 메뉴판이다. 이날은 아내 없이 두 아이와 함께 셋이서 산행을 했다. 보리밥은 어른들이 먹기에도 충분한 양이라고 확인을 했기에 보리밥 2개와 파전을 시켰다.



파전이 먼저 나왔다. 부추전이다. 파전이라는 이름을 통상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파전으로 적혀있다. 자세히 보면 작은 글씨로 부추라고 적어 놓았다. 혹 파전인데 파가 없다고 태클을 걸지 않기 바란다.



통영 바다와 가까운 곳이라 오징어가 듬뿍 들어 있다. 사진을 찍기도 전에 아이들의 젓가락이 달려들었다. 사진을 더 찍다가는 내가 먹을 파전이 남아 있지 않을 것 같아서 휴대폰을 내려놓고 나도  같이 파전을 먹었다. 꽤 큰 파전이었으나 보리밥이 나오기 전 후딱 먹어 치웠다.



잠시 후 보리밥 위한 상차림이 나왔다. 제일 먼저 보리밥에 올려놓고 비벼서 먹을 나물이 먼저 나왔다. 콩나물, 고사리, 당근 그리고 나머지 두 가지는 정확히 뭔지 모르겠다.



이 외에 밑반찬도 함께 나온다. 주인장이 무채는 찬으로 먹지 말고 보리밥에 올려서 같이 비벼서 먹으라고 했다. 그리고 보리밥에 고추장을 이용하지 말고 강된장 두 스푼을 올려서 비벼 먹어야 나물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알려 주었다.




밑반찬 중에는 오징어 젓갈이 맛있었다. 다른 반찬도 맛있었지만 특히나 오징어 젓갈이 좋았다. 젓갈을 즐기지 않는데 이날 젓갈은 혼자서 접시를 다 비웠다.



잠시 후 보리밥과 함께 된장찌개가 나왔다.



된장찌개는 그냥 보는 비주얼만으로도 충분히 맛있어 보였다. 두 아이들이 된장찌개를 맛을 보더니 밥을 먹기도 전에 찌개만 먼저 먹기 시작했다.



아이들 보리밥 위에 각종 나물을 올리고 강된장 두 스푼에 초고추장을 조금 넣고 밥을 비볐다. 



주인장이 아이들을 위해 보리밥 공기를 하나 더 미리 챙겨주셨다. 덕분에 싸우지 않고 따로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아이들도 나도 남김없이 깨끗이 보리밥을 비웠다. 먹느라 정신이 없어서 추가로 나온 반찬은 사진을 담지 못했다. 내가 좋아하는 코다리찜(명태조림)이 나온다.



생각보다 강된장에 짜다. 일단 한 스푼만 넣고 비벼서 맛을 본 후 필요하면 한 스푼을 더 넣으면 된다. 간은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맛을 보고 약하면 추가하는 것이 좋다. 나는 처음부터 강된장 두 스푼을 넣어 간이 조금 짜긴 했지만 보리 누룽지가 있어 부담이 없었다. 보기에는 집에서 담은 동동주 같아 보이기만 보리 누룽지다. 정말 구수하다.



아이들은 먼저 점심을 먹고 밖에서 길고양이랑 놀고 있었고, 나는 혼자서 천천히 보리밥을 즐겼다. 아주머니가 따로 챙겨준 공깃밥까지 넣고 다시 비벼 먹고 누룽지도 다 마셨다. 아내가 딱 좋아할 맛이다. 이날 함께 하지 못한 아내가 생각났다. 아내를 위해서라도 조만간 다시 찾을 것 같다. 고성의 10대 명산을 모두 다 오르기 위해서 고성을 찾을 날이 더 있기 때문에 걱정이 없다. 아마 조만간 이곳을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아이들과 맛있는 점심 후 통영 스카이라인 루지를 타러 갔다. 최근 여수와 함께 인기 있는 여행지가 통영이다. 혹 통영을 지나치다가 맛있는 보리밥이 생각난다면 이곳 안정보리밥을 추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