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책 100권 읽기 백 열여섯 번째 책입니다.
금요일 오후 계획된 일을 마치고 시간이 남았다. 집으로 돌아와서 카메라 망원렌즈 후드를 수리하려고 했는데 에폭시 접착제가 없었다. 사천읍 다이소로 향했다. 에폭시를 구입 후 사천도서관에 들렀다. 집에 들어가면 바로 누울 것 같아서 책을 읽고 싶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데 정작 10월에는 책을 별로 읽지 못했다. 꼭 읽고 싶은 책이 있었다. 바로 이여신 선생의 '그림으로 들어간 사람들'이다. 이 책은 몇 번을 대여하려고 했으나 도서관을 찾을 때마다 다른 이가 먼저 대출을 해서 빌릴 수 없었다. 이 책 보다 먼저 읽은 책은 '사진으로 들어간 사람들'이란 책이다. 이 책을 감명 깊게 읽었다. 그리고 이여신 선생의 다른 책인 이 책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린 후 아지트인 카페로 장소를 옮겼다. 책 읽기에 편안한 곳이다. 낮에는 비가 내렸는데 지금은 비가 그치고 있고, 하늘도 조금씩 열리고 있었다. 카페에서 혼자서 책 읽는 것이 좋다. 이 책은 다 읽고 집으로 들어갈 것이라 생각했다.
책은 처음부터 몰입할 수 있었다. 이 책은 그림을 감상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림 속의 인물을 통해 당시의 역사적인 배경과 그 인물을 그림으로 그려질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책을 절반 정도 읽었는데 이내 어둠이 내렸다. 아내에게 문자를 넣고, 카페에서 책을 읽고 천천히 집에 들어간다고 알렸다.
책과 쓴 커피 한 잔은 참 잘 어울리는 궁합이다. 나는 책을 읽을 때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이유는 없다. 그냥 좋다. 이제는 습관이 되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자. 1st Day는 역사에 남은 왕과 왕비들에 대한 그림들이다. 역사에 관심이 많다. 특히나 유럽의 역사에 관심이 많다. 몇 해전 로마의 역사까지는 책으로 읽었다. 그러나 중세가 붕괴되고 이후 유럽의 역사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을 빠지지 않고 시청한다. 특히나 시즌 3은 유럽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다. 방송을 보면서 역시나 나는 유럽의 역사에 대해 너무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방송에서 보았던 인물들도 등장한다.
책은 헨리 8세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카톨릭에 기반하고 있는 중세 유럽 사회에서 이혼이 금지되어 있었으나 여섯 번씩이나 아내를 갈아치운 헨리 8세의 그림이다. 그림의 그의 모습에서 그런 고집, 뚝심이 보인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그가 여섯 번씩이나 아내를 갈아치우기 위해서는 카톨릭에서 벗어나야 했다. 때문에 그는 성공회를 세우고 영국 국교로 삼는다. 이는 영국이 유럽의 다른 다라들과 다른 노선을 가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알쓸신잡 시즌 3에서 묘지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는데, 당시 이탈리아에서는 카톨릭을 믿지 않는 유럽인들을 모두 잉글랜드인으로 통칭하는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아들을 얻기 위해 아내를 바꾸기도 했지만, 결국 그를 이은 왕은 평생 처녀로 살다 간 철의 여왕 엘리자베스 1세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왕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1st DAY 역사에 남은 왕과 왕비들
헨리 8세 - 여섯 명의 부인을 두었던 드라마틱한 왕
엘리자베스 1세 - 평생 처녀로 살다 간 철의 여왕
루이 14세 - 짐이 곧 국가다
마리 앙투아네트 - 사치의 대명사가 된 비운의 왕비
마리아 테레지아 - 뛰어난 정치력을 지닌 합스부르크 여제
나폴레옹 -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
강희제 -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명군
서태후 - 황제 위에 군림한 여인
빅토리아 여왕 -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을 건설하다
철종 - ‘강화도령’이라 불린 조선의 임금
내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읽기 편하기 때문이다. 한 장의 그림 또는 사진에서 역사적인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 번 읽고 책을 반납하기에는 아까운 책이다. 사진으로 들어간 사람들을 읽은 후에도 아내와 아이들에게 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이 책도 읽은 후 아내와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을 것 같았다. 아니다. 책을 구입해서 아내와 아이들이 이 책을 읽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2nd Day는 그림 속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각 인물들을 통해 그 시대의 상황을 엿볼 수 있다.
2nd DAY 누구를 그린 것일까?
왕회도 -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사신들
대사들 - 젊은 대사와 주교가 만난 까닭
모나리자 - 그녀의 수수께끼 같은 미소
레카미에 부인 - 나폴레옹 시대 ‘사교계의 꽃’이라 불린 여인
미인도 - 조선 최고의 미인도
루돌프 2세 - 과일 얼굴의 예술가 황제
시녀들 - 사람들이 보고 있는 것은
한복 입은 남자 - 이탈리아의 조선 상인
윤두서 - 강렬하고도 고독한 자화상
눈 없는 최북과 귀 없는 고흐 - 눈과 귀를 없애버린 천재 화가들
하연 부부와 조반 부부 - 부부를 나란히 그린 뜻
사대부 여인 - 정말로 조 대비의 초상화일까
책을 다 읽고 집으로 들어가야지라고 결심을 했지만 배가 고파왔다. 집으로 들어갔다. 책은 토요일 오후 집 근처의 카페에서 다시 읽기 시작했다. 3rd Day의 이야기는 그림 속의 인물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3rd DAY 무엇을 하고 있을까?
고구려 고분 벽화 - 놀이를 즐긴 고구려 사람들
단오풍정 - 단오를 즐기는 여인들
수계도권 - 선비들, 시와 풍류를 즐기다
김홍도의 풍속화 - 조선 사람들의 일상을 엿보다
셔틀콕을 가진 소녀 - 소녀와 배드민턴
도박 사기꾼 - 누구를 속이려고 하는 걸까
은행가와 그의 아내 - 오늘은 얼마를 벌었을까
해부학 강의 - 어리석음의 치유
선상 파티의 점심 - 파리지앵의 한가로운 오후
마지막 4th Day는 그림 속의 시대적 배경에 대한 이야기다.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4th DAY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수스 전투 - 동방을 제패한 알렉산더 대왕
최후의 만찬 - 예수와 열두 제자의 마지막 만찬
카노사의 굴욕 - 교황은 태양, 왕은 달
잔 다르크의 오를레앙 입성 - 프랑스를 구한 ‘오를레앙의 여자’
신대륙에 발을 디딘 사람들 -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
미국의 독립 선언 - ‘그레이트 아메리카’의 역사가 시작되다
조선 통신사 행렬도 - ‘한류’의 원조였던 조선 통신사
화성 행차도 - 정조가 화성으로 간 까닭은
이 책은 위 사진의 접시에 놓인 애플 와플처럼 달콤하다. 일단 책을 읽기가 편하다. 한 장의 사진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은 것이 아니라, 학생들과 수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학생과 선생이 이야기를 주고받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때문에 책에 쉽게 몰입을 할 수 있다. 모든 독자가 교육 과정을 거쳤고, 그 환경에 익숙하기 때문일 거라 생각한다. 나도 언젠가 책을 낸다면 이런 형식을 취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알쓸신잡을 책으로 만난 느낌이다. 그림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서 다양한 역사 속의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런 책들이 더 나왔으면 좋을 것 같다. 아마도 조만간 책을 구입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