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첫 일요일 고성 갈모봉 산림욕장으로 가족산행을 다녀왔다. 이번 산행은 온전한 가족이 아니다. 원래는 둘째 아이와 둘이서 지리산 천왕봉을 다녀오려 했었다. 그러나 태풍 쿵레이의 영향으로 계곡이 물이 넘쳐 입산 통제로 지리산을 오를 수 없었다. 서운해하는 둘째 아이를 달래기 위해서라도 다른 곳을 선택해야 했다. 그렇게 정해진 목적지가 고성 갈모봉 산림욕장인 편백 휴양림이다. 중산리를 빠져나와 단성 IC에 차를 올리면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리산을 못 가게 되었다는 내용을 전하고 갈모봉에 함께 가자고 했다. 큰 아이는 감기가 심해서 아직 일어나지 못하고 있어서 이번 산행은 큰 아이 없이 셋이서 산행을 시작했다.
갈모봉 산림욕장은 사천읍에서 고성으로 넘어가는 국도 33번을 따라가면 된다. 자세한 위치는 아래 지도를 참고하면 된다.
갈모봉 산림욕장은 사천에서 멀지 않아 가족이 종종 들리는 곳이다. 산에 가고 싶은데 마땅한 장소를 정하지 못했을 때 가는 곳이다. 이곳은 편백숲이 울창하다.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고, 여름에는 나무 그늘에서 쉼을 얻을 수 있어서 좋다. 정상인 갈모봉까지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고, 산행이 힘들다고 느껴질 경우 산책로를 따니 걸어도 좋다. 때문에 주말이면 가족 단위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갈모봉 산림욕장 입구에 있는 화장실에 들러 몸을 가볍게 하고 그곳에 주차를 하지 않고 제2주차장까지 올라갔다. 산림욕만 즐기고 싶은 경우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제1주차장까지 올라가서 산책로를 따라 산림욕을 즐기면 된다. 우리 가족은 산행이 목적이라 제2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팔각정이 있는 곳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산행코스
제2주차장 -> 이정표 -> 팔각정 -> 소금쟁이 고개 쉼터 -> 헬기장 -> 장승 -> 통천문 -> 여우 바위봉 -> 갈모봉
다시 정상에서 제2주차장으로 내려오는 원점 회귀 코스로 약 4.6Km 정도의 거리이며, 중간에 휴식 시간과 중식 시간을 포함하더라도 4시간이면 충분한 코스다.
제2주차장에 주차 후 왼쪽 등산로를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을 처음부터 약간 경사 구간을 오르지만 힘들지 않은 경사각이다. 게다가 이런 숲 길이라면 언제라도 좋다.
지리산 중산리를 둘러왔지만 새벽 일찍 집을 나섰기에 갈모봉 산행을 시작할 무렵에 산 능선을 따라 햇살이 비치고 있어 좋은 빛, 따뜻한 빛을 볼 수 있어 좋아다. 요즘 사진을 배우고 있는데 평소 보던 빛과 다른 빛을 보면 사진을 남겨 본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태풍 쿵레이의 영향으로 오전까지 비가 내렸지만 오후부터 날씨가 맑아서 등산로가 그렇게 미끄럽지 않았다.
이정표의 안내를 따라 팔각정이 있는 곳으로 올랐다.
오늘도 우리 집 날다람쥐인 둘째 아이가 앞장을 서고, 그 뒤를 아내가 따르고 나는 사진을 찍으며 천천히 산을 올랐다.
내가 갈모봉 산행을 하면서 가장 좋아하는 구간이다. 이 구간이 좋아서 나는 다른 코스를 선택하지 않고 항상 이 코스를 선택해서 갈모봉을 오른다. 이런 울창한 편백숲은 다른 곳에서도 쉽게 볼 수 없다.
갈모봉 산행은 중간중간 이정표가 잘 설치되어 있어 길을 읽을 염려도 없다.
여기가 팔각정이다. 팔각정에 오르면 고성읍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멀리 고성의 거류산이 보인다. 안내 표지판에서 고성에 대한 설명을 볼 수 있다. 다음 산행은 고성 거류산이다. 엄홍길 전시관을 시작으로 거류산 산행을 생각했다.
팔각정에서부터 소금쟁이 고개 쉼터까지는 평지와 내리막길이다. 팔각정까지 올랐다면 갈모봉까지는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이곳이 소금쟁이 고개 쉼터다. 이곳은 체육시설, 음료대, 화장실, 평상 등의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우리는 계속 산행 후 내려올 때 이곳에서 쉬었닥 가기로 했다.
소금쟁이 고개 쉼터를 지나면서부터 왼쪽으로 고성의 바다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헬기장을 지나고 다시 오르막 구간이 시작된다.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는 수준의 경사도다.
그렇게 잠깐 동안 가쁜 숨을 몰아 쉬고 오르다 보면 갈림길을 만난다. 갈림길에서 이정표를 따라 왼쪽으로 향하면 갈모봉이다. 이제 갈모봉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누군가 이곳에 장승을 세워 놓았다. 장승에는 '일소일소 일노일노'라는 글귀를 새겨 놓았다. 의미는 한 번 웃으면 그만큼 더 젊어지고, 한 번 화를 내면 그만큼 더 늙는다는 의미이다. 아내가 나를 쳐다보며 웃고 살자고 한다. 그러자고 했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숲 길을 따라 거니는데 어디선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요란하다. 아내와 아이가 소리의 출처를 찾고자 위를 쳐다보았다. 새들은 보이지 않는데...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통천문이다. 통천문을 지나고 길은 없다. 그냥 이곳에서 사진을 몇 장을 남기고 계속 산행을 시작했다.
통천문을 지나 산책로와 여우 바위봉으로 오르는 갈래길에서 우리는 여우 바위봉을 선택했다. 여우 바위봉에서 내려다보는 고성의 바닷가가 아름답다.
여우 바위봉으로 오르다 보면 조금 전 보았던 통천문의 꼭대기에 외롭게 서 있는 소나무를 만날 수 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저곳을 건너가서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이제는 통천문의 안전 상태와 소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건너지 못하도록 차단하고 있다.
여우 바위봉에 오르면 이렇게 고성의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다. 바다를 끼고 있는 누른 벌판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자란 시골 마을과 비슷한 환경이라 더 정겹게 느껴진다.
바다 건너 저편에는 사량도가 한눈에 들어왔다. 내지항에서 금평항까지 종주 구간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작년 바람이 심하게 불던 날에 우리 가족은 사량도 종주를 다녀왔었다.
여우 바위봉에서 고개를 우측으로 돌리면 와룡산이 보인다. 좌측의 봉우리가 천왕봉(상사바위)이고 중앙이 와룡산의 정상인 새섬봉이고, 오른쪽이 민재봉이다. 여우 바위봉에서 풍경을 감상하고 물과 과일을 먹으면서 충분히 휴식 후 갈모봉으로 향했다.
다시 갈림길을 만난다. 오를 때 여우 바위봉으로 올랐기 때문에 내려갈 때는 산책로를 따라 하산을 할 것이다.
갈림길에서 갈모봉 정상까지는 마지막 오르막 구간이다. 길지 않고 여우 바위봉에서 충분히 휴식을 했기에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다. 갈모봉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내려가지 전 가족사진을 남겼다.
갈모봉 산림욕장은 정상에 오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하산을 하면서 소금쟁이 고개 쉼터에서 잠시 쉬었다. 아내와 나는 그냥 누워서 바람을 즐기며 쉬는 게 좋은데 녀석은 심심한가 보다. 형이 없어서 더 그렇다.
정오 무렵의 가을 햇살은 따사로움을 지나 강렬했다. 숲 사이로 강한 빛이 내려와 둥지를 비추고 있었다. 사진은 빛이다. 사진은 보통 넓게 시작해서 세월이 지날수록 좁아진다는 것을 조금 이해할 수 있었을 것 같았다. 나는 이렇게 자연과 함께 하면서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또 사진도 하나씩 배워 나가고 있다.
태풍 쿵레이의 영향으로 계곡에는 이렇게 물이 넘치고 있었다. ND 필터를 챙겨 오지 않아 제약이 있었지만 조리개를 최대한 조이고, ISO 값을 100으로 고정 후 장노출 사진을 찍어 보았다. 한낮의 강렬한 빛으로 인해 ND 필터 없이 장노출 사진을 찍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래도 장노출 사진을 찍어 본다. 그렇게 나는 직접 부딪히며 사진을 배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