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Life/Photo Essay

내가 사진을 배워 나가는 과정 (10) 사진을 책으로 배웠어요

하나모자란천사 2018. 10. 11. 00:39

사진을 배워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가장 쉬운 방법은 뭘까? 내 주변에는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나는 다른 누군가에게 사진을 배울만한 기본적인 소양은 갖추고 있는가? 그보다 다른 누군가에게 사진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은 있는가? 이런저런 조건을 따지다 보니 쉬운 방법으로 사진을 배울 수 있지 않았다. 그래도 사진을 배워야 한다. 방법은 독학이다. 스스로 배우는 수밖에 없다. 독학으로 배워 나가는 것이 두렵지 않다. 게다가 언제까지 배워야 한다는 기한도 없다. 천천히 배워도 된다. 그래서 책을 통해 사진을 배워 나가기로 했다. 올해는 나의 독서 목표 중 사진과 관련된 책이 많을 것이다. 그 생각대로 사진과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다. 매년 100권의 독서를 목표로 정하는데 올해는 벌써 그 목표를 달성했다. 10월 현재 112권의 책을 읽었다. 그중에서 사진과 관련된 책은 몇 권이나 될까? 올해 읽은 도서목록을 정리한 후 사진 카테고리 항목의 책을 필터링했다. 67권이다.




꽤 많은 줄 알았는데, 아직 멀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나만의 기준이 정해졌다. 독서를 통해 특정 분야에 있어 대학에서 관련 분야를 전공한 학부 학생의 수준에 이르기 위해서는 관련 분야의 책을 얼마나 읽어야 할까? 나는 100권이라 생각한다. 대학생활 4년 동안 매 학기 21학점씩 8학기면 168학점이다. 과목당 평균 2학점이라 생각하면 대략 84권 정도의 책을 본다. 물론 기초나 교양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리포트를 위해 참고로 읽는 책을 포함한다면 대략 100권이면 대학 4년간 전공으로 배우는 지식의 수준이라 생각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내 생각에 반박을 하고자 하는 이들이 많을 수도 있다. 상관없다. 앞서 말했지만 내 기준이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아직 사진에 관해서는 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더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 최근에는 사진과 관련해서 읽는 책도 바뀌고 있다. 초반에는 카메라를 다루는 요령이나 사진을 잘 찍는 방법과 관련된 책을 읽었지만, 지금은 사진이란 무엇인지? 사진의 맛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책을 읽고 있다. 늦은 나이에 시작했으나 사진을 제대로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유는 사진을 통해 나의 내면을 알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사실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작년에 심리학 카테고리의 책을 많이 읽으며 자아를 찾고자 했던 노력의 일환이라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책을 통해서 사진을 배워 나가고 있는 중이다. 현재 진행형이다. 진행은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아직 사진을 찍는 기술도 부족하다. 그런 내가 사진을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내 방법이 틀려도 상관없다. 더 빠른 방법이 있을지 모른다. 둘러가도 상관없다. 겨우 사진의 맛이 뭔지 이해 정도는 할 것 같다. 처음 사진과 관련된 책을 읽을 때부터 '사진은 빛이다'라는 표현을 보았는데, 이제야 그 말 뜻을 이해할 것 같다. 또 '사진은 가까운 곳에서 시작해서 멀리 보라'는 그 말도 조금은 알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이해한 것을 한 장의 사진으로 대신하고, 더 많은 깨달음은 앞으로 그 순간마다 한 장의 사진으로 정리하고 싶다.


사진은 가족과 함께 여수 여행 중 도심의 길가에 핀 꽃을 찍은 것이다. 길가에 나 홀로 핀 꽃은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저 꽃은 그냥 길가가 아니다. 소호 해변의 잘 정돈된 블록 틈에 뿌려진 씨앗, 생명을 틔우기 힘든 곳에서 생명을 틔웠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저렇게 꽃을 피워 누군가의 시선을 이끌고 있다. 내가 아니 내가 사진을 배워 나가는 과정이 저렇게 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