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Life/Weekend getaway

tvN 놀토(놀라운 토요일)로 인해 시작된 의령 한우산 가을 산행

하나모자란천사 2018. 10. 10. 10:57

가을이다. 가을을 만끽하고 싶다. 그러나 이제는 가을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짧아졌다. 가수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이라는 노랫말에 '뚜렷한 사계절이 있기에'라는 말도 옛말이 되었다. 뚜렷한 사계절이 있었던 시절은 나의 어린 시절 추억에만 있을 뿐이다. 곧 추운 겨울이 시작된다. 때를 놓치지 않고 가을을 즐겨야 한다. 이런 생각은 아내도 같았다. 그래서 가족이 함께 가을 산행을 시작했다. 이번 목적지는 의령이다. 자굴산과 한우산을 놓고 고민을 했지만 한우산으로 정했다. 이번 산행은 tvN에서 방영되고 있는 '놀라운 토요일'의 영향이 컸다. 놀라운 토요일 의령 편이 방송된 지 약 한 달이 지났다. 지난 방송을 본 후 비를 뚫고 의령을 다녀왔었다. 그때 의령 전통시장에 들러서 의령소바와 망개떡을 사 먹었다. 이번에는 방송에서 소개되었지만 먹지 못한 '소고기국밥'을 먹기 위함도 있었다.






우리 가족은 9월의 마지막 일요일(30일)에 의령으로 향했다. 한 달 전 의령을 다녀왔기에 의령으로 가는 것은 익숙하다. 이번에는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고 진주 남강을 따라가는 1013번 지방도(자굴산로)를 선택했다. 멀지 않은 곳이라 천천히 가을을 즐기면서 이동하고 싶었다. 내비게이션은 목적지까지 약 1시간이면 도착한다고 알려주었다. 오늘 산행은 쇄목재에서 시작하여 한우산 정상까지 오르는 구간이다. 한우산은 해발 835m의 산이다. 그러나 산행을 출발하는 쇄목재가 해발 600m에 있기 때문에 실제로 오르는 높이는 235m에 지나지 않는다.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다.



쇄목재를 오르는 길은 구불구불하고 경사가 꽤 높다. 혹 운전이 서툴다면 운전을 잘 하는 사람이 핸들을 잡는 것이 좋다. 그렇게 쇄목재에 도착을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산행을 시작하고 있었다. 산행에 앞서 화장실에서 몸을 가볍게 하고 등산 안내도를 살펴보았다. 여기서 다시 자굴산과 한우산을 놓고 고민을 했지만 원래 계획대로 한우산을 선택했다.



쇄목재에서 한우산에 오르는 길은 임도를 따라 한우산 생태숲 홍보관을 지나 팔각정까지 타를 타고 오를 수 있지만 주말에는 등산객이 많아서 쇄목재에서 임도를 이용할 수 없도록 통제를 하고 있다. 가고 싶어도 입구에 말뚝이 박혀 있어 차량은 이용할 수 없다. 단, 주중에는 차를 타고, 팔각정까지 오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임도를 따라 팔각정까지 오르는 길을 선택했다. 나는 포장된 길을 걷는 것이 싫다. 산에 오르는 동안은 흙을 밟고 싶었다. 동물보호를 위해 한우산과 자굴산을 연결하는 생태통로를 지나 한우산으로 오르는 등산로를 따라 산을 올랐다. 소나무 숲을 따라 약 30분 정도 오르면 능선이다. 처음에는 이 구간은 경사도가 있다. 아직 몸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치고 올라야 하기에 힘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아내와 두 아이들이 앞서 가고 있기에 힘들다는 내색 없이 올라야만 했다. 



능선은 해발 750m 정도 높이다. 대략 150 미터 정도 치고 오르면 팔각정까지는 완만한 능선이다. 능선에 오르면 갑을리 들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름다운 마을이다. 이곳은 경남 학생 교육원과 알펜라켄 청소년 수련원이 있는 곳이다. 산행을 마치고 의령읍으로 소고기국밥을 먹기 위해서는 이곳을 지나쳐야 한다. 시간이 나면 들려보기로 생각했다.



고개를 들어 멀리 맞은편 산 능선을 바라보면 한우산에 설치된 풍력발전기들이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곳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한 것을 보면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인 것 같다. 한우산에 오르고 나면 풍력발전기를 설치하기에 나쁘지 않은 장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서남북 막힌 곳이 없다. 한우산에서 남해, 사천, 고성, 마산, 함안, 산청, 합천까지도 주변의 풍경이 다 보인다. 



뒤에서 풍경을 감상하고 있는 아내와 아이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본다. 그런데 둘째 녀석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아내와 아이를 의식하지 않고 주변의 풍경을 사진에 담으며 천천히 산을 올랐다. 가을산은 이름 모를 꽃들이 지천이다. 나는 이들의 이름을 몰라서 들국화와 비슷하게 생겨서 모두 들국화라 불렀다. 그러나 이제는 그들의 이름을 제대로 알고 부르고 싶다. 사진을 취미로 생활하면서 이들을 찍고 올리면서 엉터리 이름을 부를 수 없다. 그러나 구절초, 쑥부쟁이, 벌개미취는 아직도 그 모양과 이름을 혼동한다.



이곳이 사천의 와룡산보다 더 따뜻한가 보다. 지난번 와룡산에 올랐을 때는 억새꽃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여기는 이제 꽃이 피고 있었다. 바람에 흔들거리는 억새꽃은 가을을 느끼고자 했던 내 마음을 흔들어 놓고 있었다. 능선을 조금만 더 오르면 이제 팔각정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팔각정 보다 먼저 나를 맞는 건 사람이 아닌 도깨비다.



앞서 가고 있던 둘째 녀석도 이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철쭉 도깨비숲 입구에서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 본다. 데크를 따라 조성된 철쭉 도깨비숲을 따라 내려가면 다양한 도깨비를 만날 수 있다. 자굴산과 한우산을 놓고 한우산을 선택한 이유가 아이들 때문이다. 아이들이 이곳 철쭉 도깨비숲을 좋아할 것 같았다.



내려오면서 이곳을 구경하기로 하고, 팔각정(한우산의 이름을 딴 한우정이다)에서 쉬었다. 한우정에는 푸드 트럭이 있다. 준비해 간 과일과 도시락이 있지만 아이들의 요구로 아이스크림과 빵, 식혜 등을 사 먹었다. 잠깐 쉬면서 준비해 간 김밥, 삶은 계란, 과일을 먹었다. 



아이들이 노는 동안 매빅 에어를 꺼내어 드론 사진을 찍으려 했다. 그런데 계속해서 콤파스 오류를 띄워 처음에는 드론을 날릴 수 없었다. 캘리브레이션도 오류가 나서 장소를 옮겼다. 그제야 'Ready to Fly' 상태가 되어 드론을 띄울 수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은 한우정 아래에 대형 태양과 집진판이 있는데 아마도 이것 때문에 한우정 옆 데크에서는 드론을 띄울 수 없었던 것 같다.




산을 정상을 밟아야 제맛이다. 이제 한우산 정상에 올랐다. 한우정에서 한우산 정상까지는 데크로 등산로가 조성되어 있고, 지금 이 길은 억새가 군락을 이루고 있고, 지금 억새가 피어서 가을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인증샷을 남기고 내려올 때는 오를 때와 다른 데크 산택로를 따로 내려왔다. 방향이 다르지만 둘러서 한우정으로 내려오는 길이다. 이 길은 도토리나무가 많아서 여름에도 시원하게 거닐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한우정을 지나 철쭉 도깨비숲을 거닐었다. 길을 따라 다양한 도깨비를 만날 수 있었고, 각 도깨비마다 사연을 담고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보며 만나는 도깨비들은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친숙하고 정겨운 존재가 되어 있었다. 역시나 이곳은 아이들이 좋아했다. 올랐던 길을 되돌아 쇄목재로 하산을 했다. 이것으로 한우산 가을 산행을 마쳤다. 




다음 목적지는 의령 전통 시장 앞이다. 약속대로 이곳에서 소고기국밥을 먹어야 한다. 아마도 이번에도 시장에 들러 망개떡을 사 먹을 것 같다. 안 그러면 아이들에게 시달릴 것이다. 종로식당의 소고기국밥에 대해서는 따로 시간을 내어 글을 정리할 예정이다. 의령 한우산 가을 산행 힘들지 않게 가족들과 오를 수 있고 가을을 즐기기에 충분한 산이다. 하산하면서 갑을리를 들리려 했으나 들리지 못했다. 갑을리에서 의령읍으로 내려오는 길은 가로수가 좋다. 사진을 남기지 못한 게 아쉽다. 여기는 소나무가 가로수다. 이색적이라서 좋았다. 다음에 자굴산에 오르게 되면 갑을리도 들리고, 이 길에서 사진도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