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에게 그냥 스치고 지나갈 수 없는 곳이 방앗간이라면, 나에게는 아지트가 있습니다. 주말 딱히 일정이 없어도 향하는 곳이 이곳이고, 다른 이와 만남이 있을 때도 이곳에서 만납니다. 이곳은 'TIAMO'라는 커피숍으로 나에게는 아지트와 같은 곳입니다. 오늘도 오전 일정을 소화하고 점심을 먹은 후 이곳으로 나왔습니다. 이곳에서 제가 시키는 메뉴는 거의 고정입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이면 혼자서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초여름 날씨라 따뜻한 아메리카노 대신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킵니다. 오늘도 제가 늘 앉는 자리가 비어 있어서 그곳으로 향합니다.
창가 모퉁이 이곳이 제가 늘 앉는 자리입니다. 오전에도 햇살이 잘 드는 곳이고 오후에도 햇살이 잘 드는 곳입니다. 무엇보다 이 자리는 푹신한 소파라서 등받이 쿠션을 대고 가장 편안한 자세로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인터넷도 즐길 수 있어 이 자리를 선호합니다.
오늘은 날씨가 더워서 바람이 부는 바깥 테이블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미세먼지도 덜하고 하늘도 청명한데 바깥에 한 번 나가 볼까요? 아직 저 자리에 앉아 보질 못했네요.
아직 나 외에 다른 손님이 보이지 않아 카메라를 꺼내어 아지트의 이곳저곳을 사진으로 남겨 봅니다.
이 자리는 제가 노트북을 사용할 때 이용하는 자리입니다. TIAMO는 콘센트를 사용할 수 있는 자리가 정해져 있습니다. 때문에 노트북을 사용할 때는 안쪽 자리를 종종 이용합니다.
저 안쪽 구석진 자리도 혼자 조용히 있고 싶을 때는 이용을 합니다. 안쪽 자리에도 전기 콘센트가 있어서 노트북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NX200에 45mm 단렌즈를 꽂아서 나왔습니다. 사진 찍을 생각이 없었는데 이제는 카메라 없이 다니는 게 서운해서 가벼운 녀석으로 챙겨서 나왔습니다. 사진을 배우고 싶다면 손에서 카메라를 내려놓지 말라는 말에 자극을 받은 것 같습니다. 가능하면 그렇게 하려 합니다.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나왔습니다. 어느 커피가 좋다 나쁘다를 구별할 정도로 커피를 식별할 수 있는 입맛이 아닙니다. 커피의 맛보다는 커피를 마시는 분위기를 좋아합니다. 그래도 이곳 커피는 가장 많이 마신 커피라 그런지 나에게 최고의 커피입니다.
지금까지는 햇살을 즐겼는데 오늘은 햇살이 따가워 블라인드를 내립니다. 블라인드에 새겨진 Caffe TIAMO와 유리에 새겨진 Caffe TIAMO가 남긴 그림자... 그냥 막 셔트를 눌러봅니다.
적당히 카메라를 가지고 놀다가 오늘도 아이패드를 꺼내어 책을 읽습니다. 오늘도 백석 시인의 '사슴' 중 일부를 읽습니다. 여전히 나에게는 쉽지 않은 분야가 시입니다. 그래도 이제는 조금씩 시를 읽는 게 가능해졌습니다. 비약적인 발전입니다. 감히 시를 읽게 되리라 생각을 못했습니다.
시를 통해 나에게 부족했던 감수성을 채울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백석의 시를 읽으면 촌놈인 제가 어릴 적 동무들과 함께 뛰어놀았던 시절과 시간을 거슬러 그 시절 동무들의 모습과 고향의 모습을 떠 올리게 됩니다. 몇 줄 안 되는 짧은 글을 통해 그런 즐거운 상상을 하는 시간이 즐겁습니다. 남들은 어떻게 시를 읽는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그렇게 시가 다가왔고, 백석 시인이 그렇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감사한 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