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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후 홀로 사천강을 거닐다

하나모자란천사 2018. 4. 6. 13:33

물은 생명이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이 사실을 깨달았기에 인류의 문명은 큰 물줄기가 있는 곳에서 탄생이 되었다. 나일 강이 그랬고,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이 그랬고, 인더스 강이 그랬고, 황허 강도 그랬다. 그렇게 세계 4대 문명은 모두 큰 강이 있는 곳에서 태동이 되었다. 인류가 물이 있는 강변에 거주하는 것은 농업을 위주로 살았던 시대뿐 아니라 관개수로의 발전으로 물의 공급이 문제가 되지 않는 이 시대에도 마찬가지다. 왜일까? 물은 단순히 생명이기 이전에 우리의 삶에 여유를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직장 때문에 밀양에 2년 정도 거주했다. 그곳에 살면서 은퇴 후 노년에 이곳에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유는 낙동강 지류인 밀양강이 있기 때문이다. 강을 거니는 그 순간에는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물줄기를 따라 거닐다 보면 자연스레 힐링이 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종종 강변을 거닐었다. 




사천에는 한강, 낙동강, 밀양강, 남강과 같은 큰 물줄기가 흐르는 강은 없다. 그러나 와룡산이 있어 사시사철 물줄기가 마르지 않고 흐르는 사천강이 있다. 사천강이라는 이름보다 사천천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지만 최근에 강변에 산책로도 조성되고, 항공우주 테마공원도 생겼고, 항공우주 테마공원에는 시민의 숲 생기고, 근린 체육시설도 생겨나 조용히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부족함이 없는 장소이다.



그래서 지난 주말 사천강 주변을 거닐어 보았다. 마침 강변을 방문했을 때는 수양버들이 만개하여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바람에 흔들거리는 수양버들의 모습이 사천강에 반영되어 그 모습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했다. 



이제 막 4월로 접어들었지만 주말 오후 햇살은 따스했고, 따스한 봄을 즐기느라 사천강에서 나와 같이 산책을 즐기는 이들도 있었다.



강 건너 항공우주 테마공원에 무슨 행사가 있는 듯하다. 길가에 많은 차들이 주차가 되어 있어 징검다리를 건너서 건너편으로 넘어가려고 했다.



한 사람은 징검다리를 건너가고 다른 사람은 징검다리는 건너온다. 그림자에 비친 그 모습이 정겹다. 예전에는 시골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런 풍경이 이제는 낯선 풍경이 되었다. 그래서 사진에 담아 보았다.



저 멀리 위쪽 징검다리에는 다슬기를 줍고 있는 아주머니들이 보였다. 물이 깨끗해서 다슬기가 많다고 했다. 징검다리를 건너다가 다슬기를 줍고 있는 아주머니를 만났는데 비닐봉지에 한 가득 다슬기를 잡은 것을 보았다. 이곳에는 다슬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피리로 보이는 어린 물고기 때가 봄을 맞아 나들이를 나왔다. 



징검다리 중간에서 뒤를 돌아보니 수면에 반영된 아파트의 모습은 현시대를 반영하는 것 같았고, 강 위쪽으로 주택이 있는 마을의 반영된 모습은 전형적인 시골의 모습이다. 사천이 바로 이런 곳이다. 도시와 농촌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곳이다. 이것이 내가 사천에 살면서 사천 생활이 즐거운 이유 중 하나다.



날씨가 따뜻해서 강변을 따라 산책을 하는 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도심 한가운데 이런 징검다리를 건널 수 있는 곳이 어디 있으랴 사람들의 발걸음에서 행복이 묻어 있음이 느껴진다. 나만 그런가?




항공우주 테마공원에는 산책로가 조성이 되어 있고, 근린 체육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마침 이곳에서는 시도대항 전국 족구대회가 열리고 있어서 잠깐 구경을 했다. 오늘은 예선전의 시작이라 약간은 어설픈 모습이 더 정겹다. 



족구를 구경하다 항공우주 테마공원 내의 시민의 숲 주변을 거닐었다. 이제 완연한 봄이다. 곳곳에 봄을 알리는 민들레가 자태를 뽐내고 있다. 민들레는 군락이 아니라 홀로 외롭게 피었기에 더 아름다운 것 같다. 잡초들 사이에서 강한 생명령으로 이렇게 노랗게 꽃을 피워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고 애쓴다. 나는 어떤가? 잠시 이런 생각을 해 보며 다시 길을 거닌다.



다시 징검다리를 건너 반대편으로 건너고 있는데 징검다리 한가운데서 낚시를 즐기고 있는 분들이 보인다. 처음에는 그냥 시간을 낚는 이들로 생각했다. 옛 시절의 강태공들이 그러하지 않았던가? 그들은 낚시가 아닌 세월을 낚으며 후세에게 좋은 시들을 많이 남겼다. 그런데 이들은 시간을 낚고 있지 않았다.



멀리서 보았는데 그들의 손에는 쏘가리, 동자개로 보이는 물고기들이 잡혀 있었다. 사천강의 물이 깨끗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녀석들이다. 다음날에도 족구대회의 결승을 보기 위해 잠깐 이곳을 들렀는데 그날도 낚시를 즐기는 이들이 많았고, 그들 또한 제법 많은 물고기를 잡은 것을 보았다. 



도심에서 이렇게 낚시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사천이다. 사천에 이런 강이 있음이 좋다. 이렇게 산책을 하면서 사색에 빠질 수 있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것이 좋다. 주말 마땅히 가고 싶은 곳이 없다면 그냥 아이들 손을 잡고 사천강과 항공우주 테마공원에 나와서 봄을 만끽해 보라. 그것으로도 충분히 힐링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