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아침 출근을 하는데 아내가 일찍 퇴근을 하라고 하네요. 요즘은 주중에 한 번은 가족과 같이 저녁을 먹자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고 핀잔을 주면서 오늘은 같이 저녁을 먹자고 합니다. 그래서 그러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도 역시나 퇴근하는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습니다. 약속보다 늦게 퇴근하는 발걸음이 무거워서 그냥 들어갈 수 없네요. 며칠 전 아내가 냉채족발 얘기를 먹고 싶다고 했던 말이 기억이 나서 회사를 나서면서 더만족에 전화를 걸어서 주문을 해 놓았습니다. 다행히 퇴근하는 동선이랑 일치하고 지나갈 쯤에서 시간도 딱 맞아서 기다림 없이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아내가 언제 퇴근하냐고 문자가 왔네요. 문자에서 살짝 짜증이 느껴지네요. 조수석에 있는 족발 사진을 대신 보냈습니다. 오늘은 나의 전략도 먹혔습니다. 바로 궁금해하는 질문에서 조금전 상황의 짜증은 다 씻겨진 것 같았습니다. 저 혼자만의 생각일까요?
퇴근할 때 가족들을 생각하며 손에 뭔가를 쥐고 엘리베이터 앞에 섰을 때는 그냥 기쁩니다. 가족들의 반응이 어떨까? 아이들이 좋아하겠지? 아마 이런 경험은 아빠들이라면 모두 해 보셨겠죠? 오늘도 그런 좋은 기분으로 엘리베이터 앞에 섰습니다.
이런 날은 일부러 초인종을 누릅니다. 누군가가 나를 반겨주고 또 내 손에 들린 것을 보고 기뻐해 주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반응이 없네요. 다행히 아빠 바라기인 둘째 녀석이 나를 반겨줍니다. 역시나 둘째는 내 손에 있는 봉지를 뺏어서 식탁에 내려놓고 펼치기를 시작하네요.
다행히 아내의 반응도 좋았습니다. 먹고 싶었다면서 어떻게 알았냐며 물어오네요. 모른 척 시치미를 때는 것인지? 며칠 전 했던 말이 기억이 나서 사 왔다고 했더니 정말 나에게 얘기를 했던 것을 모르고 있네요. 지나가는 말로 했던 것 같습니다. 가족의 작은 말에 귀 기울여 보세요. 행복을 붙잡을 수 있습니다. 오늘 아내가 준비한 김치말이전병과 오이소박이국수 그리고 냉채족발까지 우리 가족 풍성하게 즐겼습니다. 참 더만족 냉채족발 괜찮네요. 더만족 족발 메뉴도 선택하고 실망한 적이 없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