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ing Story

#0314 - 사진의 사상과 작가정신, 최민식

하나모자란천사 2019. 8. 25. 22:46

 2019년 책 100권 읽기 예순두 번째 책입니다


최민식 작가의 책을 읽었다. 그의 책은 결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책은 전부 읽고 싶다. 그러나 그의 책은 아껴 읽어야 한다. 다 읽어 버리면 더 이상 기다릴 수 없기 때문이다. 처음 작가의 책을 읽었을 때가 생각난다. 어떻게 그 나이에도 저렇게 열정적으로 사진 작업을 할 수 있을까? 부러우면서 한편으로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는 내가 작가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었다. 작가에 대해 제대로 알 게 된 것은 알쓸신잡 부산 편을 통해서다. 그때 더 이상 작가의 새로운 책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예술은 보이게 하는 것이지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게 아니다. - 파울 클레


사진은 현실을 재현하고자 하는 노력에서 시작된다. 첫 번째는 현실을 자기 자신의 마음속에 재생시키려는 생각에서, 두 번째는 그 현실을 다른 사람에게도 이해시키려는 목적에서 시작된다. 


사진은 인생을 진실하게 묘사해야 하며, 우리가 실제로 행동하려고 생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사진은 무엇이며 사진이 인간의 삶과 어떠한 관계에 있고 또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반영했고, 어떻게 반영해야 하는가를 살펴 인간 삶의 정신적인 본질을 구현하는 일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창작은 결코 우연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실은 끊임없는 노력의 소산이다. 목표를 정하고 오직 그 한 가지 일에만 정신을 쏟아야 한다. 


사진가는 인간과 자연에 대해 깊은 애정을 지녀야 한다. 또 이 지상의 모든 존재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지녀야 한다. 지상의 존재들은 모두가 다 무한한 가치를 지난다고 믿는 마음이 사진의 진실성이다.


사진가에게 체험은 힘이다. 체험하지 못한 세계를 어떻게 감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경험에서는 창작의 독자성이 나올 수 없다. 체험은 바로 사상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길을 개척하지 않고 스스로를 믿지 않는 사진가는 자신의 목소리를 찾지 못한다. 자기 주도성이 부족한 사진가는 모호한 자세를 취하게 된다. 사진작가는 적극적인 자기주장을 반드시 지녀야 한다. 어떤 일이든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인내와 의지를 가지고 그 일을 이루어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소매를 더 걷어 올리고 배워 익히자!


전시장에 간다. 눈길을 끄는 사진 앞에 선다. 그것을 5분 동안 바라본다. 사진에서 눈을 떼지 말아야 한다. 사진은 발견이다. 사진은 시간 밖에서 온 아이디어다. 사진은 눈으로 볼 수 있는 통찰이다. 성공적인 사진은 형식이나 내용이 분리되지 않는다. 형식과 내용이 동시에 발생한다. 사실 그 둘 사이엔 어떤 차이도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유진 스미스의 사진집을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이전에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집을 보고 싶었고, 지금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의 책을 읽고 있지만 지금은 유진 스미스의 사진집을 보고 싶다. 베르너 비쇼프라는 사진작가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싶다.


사진은 형식보다는 감동으로 만들어진다. 그것은 현실과 감각을 모두 필요로 한다.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마치 작가가 사진가의 삶 마감하면서 자신이 깨달은 것을 다 알리고 싶다는 간절함이 책에 녹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최민식 작가의 여러 책을 읽었다. 그의 책이 좋아서 더 많은 책이 출간되기를 바고 있었고, 그 연세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것을 보고 놀랬다. 그러나 내가 그를 알게 된 것은 그가 사망한 이후였다. 이 책은 2012년 12월에 출간되었고, 작가는 2013년 2월에 사망을 했다. 그렇다면 정말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그의 사진 인생에서 깨우쳤던 모든 것을 이 책을 통해 담아낸 것은 아닐까?



최민식 작가는 세상에서 잊힌 사람들을 찍었다. 볼품없이 일그러지고 불쌍한 사람들, 가까이 가고 싶지 않은 곳에 사는 사람들의 외로운 외침, 자신의 운명과 씨름하는 슬프고 고독한 인간의 모습을 담았다. 사진 속의 아득한 시절, 아득한 옛사람들의 서러운 인생 이야기를 담았다.


사진가가 되기 위해서는 삶의 미묘함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삶의 과제에 대한 질문에 항상 목말라해야 한다. 영혼에서 우러나오는 것을 사진으로 표현하겠다는 의욕, 그리고 사진을 찍고 또 찍고, 또다시 찍겠다는 의욕이 있어야 한다. 사진가의 의지는 그 사람의 기질, 처한 상황 그리고 살아오면서 쌓은 삶의 경험 등에 의하여 결정된다.


나는 80대의 노인이다. 그러나 지금도 하루하루가 무척이나 재미있고, 쉴 새 없이 흑백 필름으로 촬영하기에 바쁘다. 내 운명을 받아들이고 의무감으로 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을 즐기면서 살고 있다. 


최민식 작가는 주어진 삶이 다 하는 날까지 그렇게 살았을 것이다. 나도 그런 삶을 살고 싶다.


최민식 작가의 책을 읽고 나도 테마를 정해서 그 테마에 맞는 소재들을 찾아 사진을 찍어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는 책을 통해 이런 말을 남겼다.


어릴 적에 가난한 생활을 깊이 체험했던 나는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알았던 덕분에 그들의 모습을 찍을 수 있었다. 체험은 나에게 있어 모든 것이다. 경험은 그것이 혹독하면 할수록 더 깊은 깨달음을 준다. 사진은 대중, 특히 가난한 사람을 이해할 때만 힘이 된다. 나의 사진은 인간의 삶을 밝히는 작업이며 넓고 깊은 인생 경험을 전하는 도구다. 


나는 촌놈이다. 내 나이에 맞지 않게 예전 것을 많이 경험했다. 지금의 세대들이 향수를 불러일으킬만한 것들 그것은 우리에게서 점점 잊혀가고 있다. 그래서 잊혀 가는 것들이라는 주제로 향수를 불러일으킬만한 주제로 사진을 찍어 보고 싶다. 블로그에 카테고리를 하나 만들었다. ‘잊혀가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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