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카메라를 챙겨 들고 밖으로 나섰다. 언제나 그렇듯 목적지를 정해놓고 나선 발걸음이 아니다. 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을 하고 나서도 어디로 갈지 방향을 잡지 못했다. 이럴 경우 거의 삼천포로 향하고 있는 나를 뒤늦게 발견한다. 오늘도 그랬다. 목적지가 정해지지 않은 채 삼천포로 향하고 있었다. 그냥 가볍게 산책을 즐기고 싶었다. 홀로 겨울 바다를 거닐고 싶었다. 생각이 미치자 목적지가 떠 올랐다. 오늘의 목적지는 진널 해안산책로다. 남일대해수욕장이나 진널전망대로 갈 때에 나는 신향마을 방파제를 이용한다. 주차 공간도 넉넉하고, 상황에 따라 남일대해수욕장이나 진널전망대 어디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신향마을 차를 주차하고 산책을 시작했다. 언제나 그렇듯 신향마을 등대로 먼저 향했다. 남..
겨울이다. 추워야 하는 겨울이다. 이번 겨울에는 그렇게 춥지가 않다. 봄 날씨처럼 포근한 날이 많다. 이상 기후 때문일까? 들과 산으로 산책을 다니다 보면 봄에 피어야 할 개나리와 진달래를 겨울인 요즘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겨울에 봄에 피는 꽃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생각은 행동을 부른다. 봄을 떠 올리니 봄을 느끼고 싶었다. 주변에 봄이 기다려지는 곳이 없을까? 그동안 내가 다녔던 사천의 산과 들, 그리고 강과 바다를 떠 올렸다. 오래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봄을 떠 올리자 생각나는 곳이 있었다. 완사를 지날 무렵 완사역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을 수없이 지나쳤건만 완사역을 둘러본 적이 없다. 생각해보니 지금은 사천의 유일한 역사다. 진삼선이 폐쇄되고 난 이후 사천에는 완사역을 제외하고..
11월의 마지막 일요일 아침이다. 일요일 아침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날씨를 확인한다. 비가 내린다고 한다. 베란다로 향했다. 역시나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산책을 나가지 못할 정도의 비는 아니다. 시간대별로 날씨를 확인하니 정오 무렵부터 비가 거친다고 한다. 오늘은 아이들을 집에 두고 아내와 둘이서 산책을 나설 계획이다. 오늘은 삼천포 종합시장에 가서 수제비를 먹는 것부터다. 날씨 때문일까? 아내가 따뜻한 수제비가 먹고 싶다고 했다 마침 비도 내리고 있어 안성맞춤이라 생각했다. 일요일이라 집안 청소를 하고 아이들이 알아서 먹을 수 있도록 밥과 국을 준비해 놓고 삼천포로 향했다. 이 날은 삼천포 장날이었다.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장은 북적북적했다. 장터를 둘러보면 이것저것 군것질거리가 참..
입추도 지나고 가을의 문턱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여전히 한낮에는 뜨거운 태양이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뜨거운 햇살을 피해 그늘로 들어서면 확실히 선선함이 느껴집니다. 토요일 오후 점심때를 놓쳤습니다. 아침도 먹지 않고 집을 나와서 굶기는 그렇고, 먹어야 하는데 가볍게 허기만 채울 수 있는 게 필요했습니다. 이번에도 사천읍시장에 들러 물국수 한 그릇으로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가볍게 먹으려 했는데 시장 인심이 후한지라 가볍지 않았습니다. 오늘도 주말을 맞아 시골 어머니댁에서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기 전에 소화도 시킬 겸 사천읍성(수양공원)으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수양공원은 사천읍에 나왔다가 시간이 남으면 가끔씩 들러 산책을 즐기는 곳입니다. 오후 2시에서 3시 사이면 가장 더운 시간대입니다. 괜히 산책..
아내가 요즘 재미있게 시청하는 TV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모 방송사에서 방영 중인 '구해줘! 홈즈'라는 프로그램입니다. 바쁜 현대인들을 대신해서 프로그램에서 의뢰인을 대신해 적당한 집을 찾아주는 예능 프로그램이죠. 수도권에 많은 사람들이 사는 것은 그곳에 일자리 및 교육, 의료 등의 인프라가 집중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많으니 소비가 많고 소비가 많으니 공급이 많은 선순환적인 구조이죠. 그러나 많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방송을 보면서 최근에는 사람들의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여전히 집을 선택하는 데 있어 교통의 편의성 때문에 역세권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지만 요즘은 숲세권인지 아닌지도 선택의 기준이 되었네요. 왜 그럴까? 아파트가 숲을 이루는 대도시라면 가끔 사는 게 답..
사람들은 처음 기억을 잊지 않고 오랫동안 간직하려고 합니다. 첫인상, 첫 키스, 첫사랑, 첫 만남 등에서 우리가 처음의 이미지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은 첫 만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대상이 누구일까요? 오늘 나의 첫 만남에 대한 대상은 사람이 아닙니다.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이곳 '사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천과의 첫 만남은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사천에 내려오기 전에는 경기도 성남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곳에서의 생활이 나쁘지도 않았습니다. 굳이 이곳 사천으로 내려올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운명은 나를 사천으로 이끌었습니다. 어머니의 암 진단과 수술로 인해 멀지 않은 곳으로 내려와야 했습니다. 당시는 어머니를 얼마나 더 볼 수 있을는지 알 수 없었..
면요리를 좋아한다. 특히나 국수를 좋아하죠. 가끔 아내에게 '그 대충 국수 한 그릇 말아서 주세요'라고 말하면 아내가 내 말을 받아친다. '그 대충 한 그릇 마는 국수가 어딨냐'라고 국수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고 투덜 된다. 그럼 내가 선택하는 대안은 라면이다. 그런데 이제는 라면도 마음대로 먹을 수 없다. 집에는 라면이 없다. 뭐라 할 말이 없다. 원인 제공자가 나이기 때문이다. 혈압이 문제다. 아직 위험 수준은 아니다. 약을 복용해야 하는 수준도 아니다. 딱 커트라인이다. 문제는 계속 이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내가 저염식과 맵고 자극적인 음식은 없앴다. 문제는 그중에 내가 좋아하는 라면도 포함이 된다는 것이다. 나를 닮아서 아이들도 라면을 좋아하는데 아이들까지도 나 때문에 라면..
도심에 강이 있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나이가 들면 강이 있는 도시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복잡하지 않으면서 도심에 강이 흐르는 곳 그런 곳에서 살고 싶었습니다. 사천에도 그런 곳이 있습니다. 아직은 도심을 가로지르는 강이 아니지만 요즘 사천강을 사이에 두고 강 건너편에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고 있어 조만간 사천강도 도심을 가로지르는 강이 될 것 같습니다. 지난 토요일 오후 사천강으로 봄을 느끼러 산책을 나갔습니다. 징검다리사천강에 나오면 가장 먼저 향하는 곳입니다. 사천강에는 이렇게 강을 가로지를 수 있는 정겨운 징검다리가 있습니다. 바람은 제법 불었고, 아직도 찬 기운이 느껴졌지만 이제는 햇살에서 제법 따스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천강 좌·우에는 이렇게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봄이 기다려지는 2월의 둘째 주 일요일 아침입니다. 아직 잠들어 있는 가족들을 뒤로하고 혼자서 조용히 산책을 나섰습니다. 사남면과 용현면을 가로지르는 죽천천 둑방길입니다. 비록 강은 아니지만 집 근처에 물이 흐르는 천이 있다는 것은 작은 행복이고 축복입니다. 물이 있는 곳에 생명이 있듯이 이곳 죽천천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제가 봄을 기다리는 것은 죽천천 둑방길에서 쑥도 달래도 캘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머지않았습니다. 곧 다가올 봄을 기대하며 죽천천을 거닐었습니다. 봄을 기대하고 집을 나섰건만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아직 물이 오르지 않은 장미 넝쿨에서 봄이 아직 멀었음을 인지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동강의 가로등입니다. 오래된 유럽의 가스등과 같은 형태의 가로등입니다..
일요일 아침이다. 오늘은 산행을 대신해서 산책을 나섰다. 아이들 없이 아내와 단둘이서 산책을 나섰다. 목적지는 집 근처 사천시 사남면 화전마을이다. 시골 마을을 거닐며 옛 시절에 대한 향수를 떠 올리고 싶었다. 돌이켜보면 지금에 비하면 가난하고 가진 것도 없었고, 풍족하지 않았지만 가장 웃음이 많고 행복했던 시절, 그 시절을 떠올리고 싶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랐던 1970~1980년대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물론 그 시절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픔이고 상처일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분명 그 시간이 행복이었다. 아직 세상 물정 모르고 순수했던 생각을 가졌던 그 시절, 동무들만 있으면 깔깔대고 웃을 수 있었던 그 시절로 시간을 거슬러 거니는 산책이다. 화전마을이라면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산행을 좋아하고 즐긴다. 특히나 요즘 같은 가을에는 산이 좋다. 붉게 물든 단풍을 보는 것도 좋고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는 느낌도 좋다. 사천에 있는 명산은 거의 다 거닐어 보았다. 가장 많이 오른 곳이 각산이고, 그다음이 와룡산, 그다음이 아마도 집 근처에 있는 안점산 봉수대일 것 같다. 그 외에도 봉명산, 송비산, 이구산 등을 가끔 찾는다. 가을이 시작되면서 가족산행을 다시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사천이 아닌 인근 지역의 산을 찾았다. 당분간은 혼자 산행을 다녀야 한다. 아내가 주말에 해야 할 일이 생겼다. 그래서 집에서 가까운 산을 오르기로 했다. 일요일 아침은 평소보다 더 일찍 잠에서 깬다. 아직 동이 트기 전이라 책을 읽었다. 이내 아침이 되었고 날이 밝았다. 우리 가족은 운동이 필요하다. 등산이..
추석 연휴 기간이 짧아서 처가에 다녀오지 못했다. 주말에 시간을 내어 양산 처가에 다녀왔다. 아내가 무남독녀 외동이라 처가에 가도 재미가 없다. 혼자 심심하다. 그래서 아침을 먹은 후 보통은 스타벅스로 향한다. 이날도 그랬다. 스타벅스에서 오전을 보냈다. 카페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책을 읽어도 되고, 블로그에 포스팅을 해도 되고, 유튜브를 통해서 사진과 관련된 영상 강의를 들어도 된다. 보통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 점심을 먹을 쯤이면 아내로부터 연락이 온다. 그제야 짐을 챙겨서 아내와 점심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양산 스타벅스는 시외버스 터미널 옆에 있다. 양산에 오면 거의 이곳에서 시간을 보낸다. 이날은 카메라를 들고 나왔는데, 터미널에서 손님을 무한정 기다리고 있는 공중전화를 보..
바다 하면 여름을 먼저 떠 올린다. 무더운 여름을 보내기에 바다만큼 좋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여름이 아니면 겨울을 떠 올린다. 겨울 바다는 쓸쓸함이 있다. 가끔 TV 드라마에서도 겨울 바다를 홀로 거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상처의 아픔을 표현하는데 혼자 거니는 겨울 바다가 제격이다. 그런데 바다는 꼭 여름과 겨울에만 찾아야 하는 것일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가을 바다는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면 직접 느껴 보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혼자 가을 바다 구경을 나섰다. 멀리 갈 필요가 없었다. 가까운 삼천포 마리나 리조트로 나가 보았다. 때는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 오후 일몰 무렵이었다. 삼천포마리나리조트는 사천시 송포동에 위치하고 있다. 여름이면 삼천포마리나리조트 앞바다에서 동호인들이 요트와 윈드서핑을 즐..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이었다. 세월에 장사 없다는 말이 있듯 더위 또한 시간의 흐름을 비껴가지 못했다. 어떻게 이 여름을 보내나 걱정을 했는데 어느덧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가을 천고마비의 계절, 독서의 계절, 남자의 계절, 결실의 계절 등 가을 앞에 붙는 수식어도 많다. 힘들게 여름을 보내고 맞는 계절이라 반가움에 이런 수식어들이 붙는 것은 아닐까. 아무튼 나도 그 가을을 느끼고 싶었다. 어디라도 좋다. 혼자 조용히 산책을 즐기고 싶었다. 어디로 나갈지 방향도 정하지 않은 채 그렇게 밖으로 나갔다. 처음 간 곳은 용남중학교를 지나 선진리성으로 향하는 벚꽃터널이다. 자욱한 안개와 어우러져 가을을 즐기기에 좋았다. 그 느낌을 더 즐기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발걸음이 삼천포로 향했고, 결국 이곳 통창공원까지..
인생이 다 그렇다. 어디 인생만 그러하랴. 저 물총새의 삶도 그렇다. 그것도 매일 반복적이다. 주말 아침 산책을 나섰다. 썰물 때 갯벌에서 먹이를 찾아 이곳에 머물렀을 녀석들이다. 그런데 밀물이 시작되었고, 이제 만조에 가깝다. 먹이를 구할 갯벌은 바다가 다 삼키고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녀석들은 아직도 그 자리를 맴돌고 있다. 바다를 떠나 뭍으로 나와 쉬어도 되련만 나오지 않는다. 다시 썰물이 되기까지는 제법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선택이 필요한 순간이다. 녀석들은 여전히 지나간 시간에 미련을 두고 있다. 조금이라도 갯벌에 가까이 남고 싶은 모양이다. 이제 저들에게서도 자리싸움이 시작되었다. 먼저 자리를 차지고 있는 녀석들이 승리자다. 오늘의 기회 포착은 백로들 무리다. 그나마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