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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47 - 서양미술사의 그림 vs 그림, 김진희

하나모자란천사 2018. 12. 18. 07:54

 2018년 책 100권 읽기 백 서른한 번째 책입니다


무언가를 음미할 때는 무엇보다 여유가 필요하다. 물론 시간적인 여유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여유가 더 중요하다. 제아무리 시간이 넉넉하게 주어져도 마음의 여유가 없다면 대상을 충분히 느끼고 여운까지 즐기는 일은 불가능하다. 미술 감상에서 가장 중요한 게 바로 마음의 여유다. 마음의 여유는 추체의 감각을 섬세하고 예민하게 북돋워 감상 대상을 그 정수까지 충만히 느끼게 한다. 그런 여유를 갖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일상의 과제나 업무에 치여 생겨난 조바심과 불안감도 내려놓아야 하겠지만, 이른바 전문 지식이나 경험의 부족에 따른 소외감과 열등감도 털어버려야 한다.




역시나 전문가들의 시선은 다르다. 나의 막눈으로는 아무리 보아도 볼 수 없었던 것은 작가는 보고 있다. 그녀의 그림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마다 정말 그런 장면이 그림에 있었나 싶어서 다시 쳐다 보고, 또다시 쳐다 보기를 반복했다.


책은 구성은 다르지만 공통점을 가진 두 장의 그림을 먼저 보여 준다. 그림의 그린 작가에 대한 소개 없이, 각각의 그림에 대한 시대적인 배경과 내용을 설명한다. 설명을 들으면서 그림을 조금씩 알게 되었을 때, 마지막에 이 그림을 그린 작가에 대해 소개를 한다. 


우리의 존재는 “참을 수 없이 가벼운” 것이 아니라, 어떤 부분도 버릴 수 없이 소중한 것이 된다. 그런 기적 같은 선물인 삶이 만나는 모든 것들은 즐겁지 않을 수가 없다. 성공, 행복, 명예 등은 그런 즐거움의 여러 양상 중 하나일 뿐 절대적인 가치를 가진 것이 아니다.



세상 모든 것에는 수명이 있다. 대단히 가슴 아프지만 그 사실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사람뿐 아니라 미술도 그렇다. 인생은 짧고 예술 역시 그러하다. 오래된 미술 작품들이 육탈을 하고 나면 우리 곁에는 구글 아트 프로젝트와 같은 디지털 데이터들만 남을 것이다. 아니 그보다 먼저 인류의 수명이 다할지도 모른다. 전쟁광들이 권력을 잡고, 끊임없이 서로 죽고 죽이는 인류의 형태는 앞으로 100년 후의 생존도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 인류가 기적적인 개과천선을 해서 장기 생존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컴퓨터 속의 미술작품은 구글 디지털 도서관 프로젝트가 모아 놓은 인류의 지식과 함께 AI들의 교양 자료로 쓰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용도로의 연명도 태양이 식어버리는 50억 년 후에는 끝이 나고 말 것이다.


남자가 여자의 윤기 있는 긴 생머리에 끌리는 데에는 생물학적인 이유가 있다고 한다. 진화심리학의 설명에 따르면 남자가 매력을 느끼는 여성의 신체 부위는 대개 유전자의 품질과 건강을 잘 보여주는 지표의 역할을 하는 곳인데 머리카락도 그중 하나다. 즉 풍성하고 윤기 있는 긴 머리카락은 그 사람의 건강 상태가 오랜 기간 동안 양호했음을 알려준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