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거슬러 어린 시절을 찾아 떠난 산책, 사천시 사남면 화전마을 거닐다.

시간을 거슬러 어린 시절을 찾아 떠난 산책, 사천시 사남면 화전마을 거닐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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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거슬러 어린 시절을 찾아 떠난 산책, 사천시 사남면 화전마을 거닐다.

삶의 행복을 공유하는 하나모자란천사

일요일 아침이다. 오늘은 산행을 대신해서 산책을 나섰다. 아이들 없이 아내와 단둘이서 산책을 나섰다. 목적지는 집 근처 사천시 사남면 화전마을이다. 시골 마을을 거닐며 옛 시절에 대한 향수를 떠 올리고 싶었다. 돌이켜보면 지금에 비하면 가난하고 가진 것도 없었고, 풍족하지 않았지만 가장 웃음이 많고 행복했던 시절, 그 시절을 떠올리고 싶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랐던 1970~1980년대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물론 그 시절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픔이고 상처일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분명 그 시간이 행복이었다. 아직 세상 물정 모르고 순수했던 생각을 가졌던 그 시절, 동무들만 있으면 깔깔대고 웃을 수 있었던 그 시절로 시간을 거슬러 거니는 산책이다. 화전마을이라면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화전마을은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산책을 다니는 곳이다. 사남면사무소 인근에는 카페도 들어서고 원룸도 많이 생기고 있지만 죽천천을 거슬러 오르다 보면 마을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수록 예전 그 시절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정겨운 곳이다.




집을 나섰다. 아파트 단지에서 최고 속도 20 Km/h 제한 표지판이 보인다. 매일 보는 표지판이다. 유독 오늘 내 눈에 띄는 것은 왜일까? 지금 내 인생의 속도를 가늠해 본다. 이제 조금 천천히 달려도 되련만 아직도 청춘으로 생각하고 고속으로 달리는 나를 발견한다. 나의 그런 심리 상태를 읽고 누군가 나에게 안전하게 천천히 인생을 살라고, 이제는 속도를 줄이고 삶을 돌아보면서 살라고 경고하는 것 같다.



11월의 마지막 주가 시작되었다. 춥다. 겨울이 시작되었다. 다행히 아내와 난 따듯하게 옷을 입고 나섰다. 마지막 잎새까지 다 떨구고 가지만 앙상하다. 한장의 사진이 지금의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다.



아파트를 빠져나가면서 서편 하늘을 바라보았다. SPP의 크레인이 눈에 들어왔다. 저곳을 보면 늘 마음이 착찹하다. 처음 이곳 사천에 내려왔을 때 조선 산업이 활황이라 많은 이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휑하니 빈 크레인만 저 상태로 멈춰 있다. 아직 해는 떠 오르지 않았지만 태양의 붉은 기운이 서편 하늘까지 조금씩 물들이고 있었다. 저 태양의 기운을 받고 다시 예전의 영광을 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조금씩 구름이 걷히고 파란 하늘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날씨가 좋아지면 덤으로 하루를 얻은 것 같은 느낌이다. 오늘도 그럴 것 같다.



아내와 나란히 걸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함께 한 지붕 아래에서 살지만 아내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 아침에 눈뜨고 일어나면 출근하기 바쁘고, 퇴근 후에는 피곤에 찌들어 잠들기 바쁘다. 이런 시간이 필요하다. 빨간 우편함이 눈에 들어왔다. 요즘은 시골집에도 공장에서 만들어 찍어낸 똑같은 우편함이 걸려 있다. 생각해보니 예전에는 집집마다 우편함을 만들어 걸어 놓았기 때문에 가지각색이었다. 옛 시절을 떠 올릴 수 있는 물건을 하나 찾았다. 



담쟁이넝쿨이다. 음지에 있는 넝쿨은 벌써 말라서 생명을 다했고, 양지에 있는 넝쿨은 아직도 줄기를 뻗어가며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저도 자신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겠지. 우리의 삶도 인생도 그렇다. 그 끝은 이미 정해져 있다. 아등바등 살면서 조금 더 나아가면 뭐가 달라지는 것일까? 정말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인정하기 싫은 것일까?



아내와 마을을 돌아 나오다 허름한 동네 이발관을 보았다. 간판만 보아도 오래된 건물이다. 내부를 보고 싶었다. 내가 생각하는 그런 모습의 동네 이발관을 떠 올렸다. 낡은 의자, 수동 바리깡, 물조리개, 연탄보일러, 장기판, 바둑판 등 그 시절의 동네 이발관 이미지를 떠 올렸다. 순간 나는 과거로 돌아갔다. 옛 시절을 떠 올리는 그림을 또 찾았다.



점방이다. 정겨운 단어다. 그리운 단어다. 참새와 방앗간을 생각했다. 내가 참새라면 점방은 방앗간 같은 곳이다. 나의 어린 시절은 그랬다. 요즘 아이들은 점방이 뭐하는 곳인지 알 수 있을까? 그냥 지나치기가 아쉬웠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문이 닫혀 있을 것 같아서 아내와 점방과 관련된 얘기를 하면서 지나치는데 주인아주머니가 문을 열면서 앞마당을 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점방은 요즘의 동네 슈퍼와 같은 곳이다. 나와 비슷한 연배는 점방을 알겠지만 요즘 세대를 모를 것 같아서 설명을 했다. 아주머니께 점방과 관련된 어린 시절을 추억을 이야기하고, 점방이라는 간판을 보고 그 시절이 생각나서 들어왔다고 얘기를 했다. 


아주머니가 재미난 이야기를 해 주셨다. 가끔 점방이라는 간판을 보고 점(사주)을 보러 찾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 점방이라고 하니 이곳이 점을 치는 곳으로 알고 찾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


아내와 둘이서 깔깔대고 웃었다. 생각해보니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점방에서 따뜻한 캔 커피와 그 시절 고급 과자에 속했던 '오징어 땅콩'을 구입해서 먹었다. '오징어 땅콩'은 그 시절에도 있었다. 지금도 생각난다. '오징어 땅콩'과 '빠다 코코넛'은 고급 과자였다. 이 가게에서 그 시절을 떠 올릴 수 있는 아이템을 많이 찾을 것 같다.


어디선가 좋은 냄새가 났다. 내가 좋아하는 냄새, 익숙한 냄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많은 책들이 놓여 있다. 어떤 책들이 있을까? 시간이 허락되면 저 계단에 앉아 책 한 권을 읽고 나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물론 아주머니가 허락을 해 주어야 한다. 가끔 들러서 친분을 쌓아야 할 것 같다.


화전점방은 화개장터와 같은 곳이다. 왜? 조영남씨의 노랫말처럼 있어야 할 건 다 있구요. 없을 건 없기 때문이다. 과자, 음료, 라면 등 식료품뿐만이 아니라 위 사진에서와 같이 아주머니가 직접 작업한 십자수와 다양한 전통차 등도 판매하고 있다.



고개를 돌리다가 오래된 라디오를 발견했다. 그리고 우측 상단에 낡은 브랜드를 보았다. 너무나 익숙한 브랜드명이다. 지금도 좋아하는 브랜드다. 개인적으로는 삼성이란 브랜드보다 LG를 더 좋아한다. 대부분의 백색 가전은 LG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IT 관련된 제품은 삼성을 많이 사용한다. 삼성은 누구나 알겠지만 왕관 모양의 금성, GOLD STAR는 모르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LG전자의 전신이다.



사남면사무소 쪽으로 걷다가 삽살개로 보이는 녀석을 만났다. 마당에 묶여 있어서 안심하고 가까이 다가갔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겁이 많은 녀석이다. 순둥이다. 짓지도 않는다. 나는 저를 바라보는데 저는 나를 바라보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너무 순한 녀석이라 아내가 꼭 녀석을 눈망울을 보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쉽게 눈을 보여주지 않았다. 나랑 사랑놀이라도 하자는 것인지 한 걸음 다가가면 뒤로 몇 발작 물러서 버렸다. 결국 주머니에 있던 오징어 땅콩의 도움을 받아 녀석의 눈망울을 볼 수 있었다. 역시나 순하고 아름다운 눈망울을 가졌다. 아이들과 함께 왔더라면 아이들이 너무 좋아할 것 같다. 나중에 사진이라도 보여줘야겠다.




산책을 나서면서부터 아내가 어제 아이들과 함께 사남면에 새롭게 생긴 하나로 미니에서 '한강라면'을 먹었다고 얘기했다. 한강라면? 나는 그런 브랜드를 들어보지 못했다. 브랜드가 아니라면 새롭게 출시된 라면이라고 생각했다. 참고로 우리 집에는 TV가 없다. TV를 틀어도 뉴스(News)에서 들여오는 소식들이 모두 나쁜 소식들, 각종 사건과 사고뿐이라 아예 TV를 없애 버렸다. 그래서 세상 물정을 모른다. 처음에는 불편할 거라 생각했는데 사는데 불편함은 없다. 단점은 있다. 가끔 지금의 나처럼 대화에서 단절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눈치껏 살아야 한다.



이게 한강라면이다. 특정 브랜드가 아니다. 라면은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나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한강라면이라는 이름은 한강둔치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끓여 먹는 것이 유행이 되어 그렇게 불린다고 한다. 군대에서 먹던 봉지라면(뽀글이)이 생각났다. 이른 아침부터 라면을 먹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한강라면의 맛이 궁금했다.


오리지널 한강라면은 좋아하는 라면과 용기를 구입하고, 위 사진에서와 같이 인덕션을 이용해서 야외(한강변)에서 라면을 끓여 먹는 것이다. 라면을 끓일 때 면에 찬바람을 맞히면 면발이 쫄깃쫄깃하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한강 둔치에서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끓인 라면, 얼마나 쫄깃쫄깃할까? 무엇보다 추운 날 밖에서 손쉽게 먹을 수 있는 라면이라면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궁금하면 오백 원이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서 시골의 넉넉한 인심을 사진에 담아 보았다. 까치밥이다. 그리 높지 않은 곳이라 충분히 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시골의 인심을 읽을 수 있었다.



아내와 죽천천 개울을 건너며 산책을 마감했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처음 목표로 삼았던 시간을 거슬러 나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서 즐거웠던 그 시절을 떠 올릴 수 있어 좋았다. 종종 이런 시간을 가지려 한다. 참고로 이 글은 11월의 마지막 주에 작성된 글이다. 깜빡 잊고 뒤늦게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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