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책 100권 읽기 백 스물네 번째 책입니다
살다 보면 괜스레 힘이 빠지는 날이 있다. 오늘이 아니 요즘이 그렇다. 딱히 이유는 없는데 사는 게 힘들고 고달프다고 여겨진다. 모든 것이 귀찮다. 뭘 해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이럴 때 나를 다 잡아 주는 것이 책이다. 문제는 그 책마저도 읽기 싫을 때가 있는데 상황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하다는 의미다. 살면서 이런 경우를 종종 접한다. 그럴 때마다 무너질 수 없다. 극복해야 한다. 극복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드론이라는 취미 생활을 하는 것도 사진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다. 주중에는 드론도 사진도 즐길 수 없다. 남은 것은 책인데,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럴 땐 시각적인 책을 읽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매월 구입해서 읽는 잡지가 월간사진과 사진예술이다.
사진 위주로 그냥 가볍게 책장을 넘기면서 볼 수 있어서 좋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월간사진이 어렵게 느껴졌다. 소개된 사진들도 일반인의 사진보다는 예술적인 사진이 많다. 최근 월간사진의 구성을 보면 사진예술과 월간사진이 바뀐 것이 아닌가 싶다.
11월호는 '1+1=∞'라는 내용으로 협업하는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제목이 의미하는 것처럼 서로 다른 작품 세계가 만나 무한대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낸다는 내용이다.
나는 예술의 세계를 모른다. 통상적으로 예술하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서 타인과 협업을 통해서 작업을 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이것이 보편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월간사진 11월호에서는 이런 보편적인 생각을 깨트리고 협업을 통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작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세상은 점점 복잡하고 다양해지고 있다. 산업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요구되는 항목이 컨버전스, 곧 융합이다. 서로 다른 분야가 융합을 통해서 새로운 서비스와 가치를 만들어 내고 이것이 경쟁력이 되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스마트폰이다. 컴퓨터, 통신, GPS, 음악, 영상, 사진, 게임 등 다양한 서비스가 결합되어 하나의 서비스와 상품으로 탄생했다. 불과 10년 전의 일이다. 이후 전통산업과 IT가 융합되어 다양한 서비스들이 창출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인 흐름이 창작과 예술분야에도 옮겨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과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이 모여서 새로운 예술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월간사진 11월호에서는 그들이 만들어 내고 있는 예술세계를 만날 수 있다.
위 사진들은 그들이 만들어낸 작품 세계에 대한 소개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창작 활동을 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월간사진 11월호를 읽으며 내가 관심을 가진 내용은 다큐멘터리 사진 분야이다. 예술 분야는 아니지만,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지만 누군가에게는 꼭 알려야 하는 사실을 제공하기 위해, 지구와 인류의 오랜 공생을 위해서 사진을 찍는 이들을 보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관심을 가지지 않지만 누군가는 그 사진을 보고 지구의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런 사고와 생각들이 하나 둘 모이면 세상을 바꾸지 않을까? 자신의 남긴 사진 한 장으로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신념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그들이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는 원동력이 아닐까.
뒷모습을 찍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어떠한 이유로 사람들의 뒷모습을 찍기 시작했을까? 월간사진 11월호에는 아는 사람의 뒷모습을 담는 홍장현 작가를 소개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누군가의 뒷모습이 시선을 잡아끌었다면, 온전히 드러나는 진실성에 매료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