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배우기 전에는 구절초도 몰랐고, 맥문동이 뭔지도 몰랐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했었고, 나와 함께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나는 그들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내가 그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은 것처럼 그들 또한 나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내가 달라졌다. 사진을 시작하면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관심을 두지 않았던 많은 것들에 관심을 가졌다. 이후로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나 홀로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것을 깨우치게 된다. 가끔은 멈추고 세상을 천천히 되돌아보면 나와 일상을 함께 하고 있지만 내가 모르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깨우치게 된다.
그렇게 아등바등 세상을 산다고 뭐가 달라지는가? 내가 달라지면 된다. 천천히 가끔씩 삶을 되돌아보면서 주변을 살피자. 주위에는 참 아름다운 것들이 많다. 그들에게 따사로운 눈길을 주고 애정을 주면 그들 또한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개 다가온다. 그 모습을 사진에 담는다. 그리고 웃는다. 행복이다. 내가 세상을 아등바등 살면서 갈구했던 그 행복이 사실은 내 주변에 늘려 있다. 내가 알아보지 못한 것일 뿐이다.
이제는 나보다 많이 가진 자들을 바라보며 부러워하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즐기는 삶을 살 것이다. 나를 조금씩 알아가면서 행복해지는 방법을 깨닫게 되었다. 결국 사진을 통해서 나를 알게 되었고, 나를 알게 되면서 세상을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