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34 - 바람을 먹고 이슬에 잠자다, 이종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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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34 - 바람을 먹고 이슬에 잠자다, 이종렬

삶의 행복을 공유하는 하나모자란천사

 2018년 책 100권 읽기 백 열아홉 번째 책입니다.


한 권의 책을 읽었다. 이번에도 사진과 관련된 카테고리의 책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 읽은 사진과 관련된 책과는 조금 다르다. 지금까지 주로 카메라나 사진을 잘 찍는 방법과 관련된 책을 읽었지만, 이 책은 생태 사진작가, 그중에서도 특히 조류를 대상으로 사진을 찍어온 이종렬 작가의 사진 에세이다. 그의 사진에 대한 내용과 사진에 대한 그의 철학을 엿볼 수 있었던 책이다. 제목은 '바람을 먹고 이슬에 잠자다'이다. 처음부터 이런 책을 읽었다면 내가 원했던 내용이 아니라 실망을 했을 것 같다. 지금은 이런 구성과 내용이 좋다.




작가는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신문사에서 오랜 기간 동안 보도사진 기사를 지내고 지천명을 앞두고 자신만의 사진을 찍고 싶어서 새로운 길을 나섰다. 어쩌면 나도 작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나 역시 지천명을 앞두고 있다. 그 시점에 나의 정체성을 찾고자 노력하면서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또 다른 준비를 하나씩 실행으로 옮기고 있는 중이다.


사진은 빛이 전부다. 사진에서 다른 것들이 필요하지 않거나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빛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책에서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빛의 중요성에 대해 읽고 또 읽었건만 눈으로 읽고 머리고 이해하는 것에만 그쳤다. 가장 중요한 것은 행동이다. 행동은 거기에 미치지 못했다. 작가는 달랐다. 그의 사진 찍는 행위는 습관적으로 기본에 충실했음을 글을 통해 읽을 수 있었다.


사진가에게 아침 빛살은 늘 대상을 새롭게 느끼도록 만들어 주는 마법의 광선이다. 부드럽고 따듯한 빛살이 피사체를 더욱 정감 있게 드러내고 깊은 대비로 입체감을 살려준다.


나는 아직 사진에 대한 사명감도 목적의식도 부족하다. 어쩌면 목적이 사진을 찍는 행위보다 더 중요하다. 과연 나는 무엇 때문에 사진을 배우고 사진을 찍으려 하는 것일까? 작가의 글에서는 분명한 사명감이 느껴졌다.


두 달 동안 야외 생활하면서 그 절반 이상을 강가에서 야영한 고니 작업은 후반에 가면서 ‘내 사진의 의미는 무엇이며, 누구를 위한 작업인가’하는 명제에 대한 의구심이 나를 흔들었고, 지쳐가는 육체는 따듯한 집과 기름진 음식이 주는 유혹에 약해지기 시작했다. 핫팩 두 개로 영하 10도의 겨울밤을 견디고 화장실을 가지 않기 위해 푸석거리는 칼로리 밸런스로 두 끼를 해결해야 했던 고니 작업은 내 사진 작업 중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으로 기억된다.


나는 나의 발길을 이끈 것이 저어새요, 나의 발길을 돌리지 못하게 잡은 것도 저어새요, 나도 전생엔 저어새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 일을 시작할 때 내 눈에 비친 저어새는 집을 읽고 흐느끼는 작고 여린 단발머리 소녀처럼 느껴졌는데, 이제야 사람들에게 저어새의 비밀스러운 생활사를 이야기함으로써 많은 이들이 이새의 미래에 대해 함께 생각할 수 있게 되길 기원하고 있다.




작가는 새들도 사람과 동등한 생명체로 여기고 그들의 삶을 존중하고 있음이 절실히 느껴진다. 찍어야 하는 분명한 목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삶에 최대한 개입하지 않으려는 것이 보인다. 


나는 두 해 동안 이들의 이야기를 취재하던 차에 내 맘 같거니 하여 아마추어 탐조가에게 이곳을 알려주었었는데, 그만 공개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장소가 되어 나와 뿔논병아리들의 조양한 만남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이 사건 이후 나는 사람들의 생각이 나와 같지 않고 대상을 접근하는 방식도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내가 야생동물을 관찰하거나 취재한 장소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하게 되었다.


지난해 시화호의 뿔논병아리 번식 둥지 앞에서 마치 촬영대회를 여는 듯한 모습의 해프닝을 보면서 생태사진을 하는 사람으로서 얼굴이 뜨거워졌다. 과거에는 자연에서 카메라를 메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동료를 만났다는 반가움이 앞섰지만 지금은 조용히 이들과 교감하는 장소를 잃게 될까 누군가를 만나는 것조차 두렵다. 작금의 사태는 시간이 부족한 많은 아마추어들이 촬영 정보를 교류하고 또는 캐내서라도 빠른 시간에 다양한 생태사진을 만들어 소유하고픈 마음과 과시하고자 하는 욕심이 빚어낸 산물로, 결국 스스로를 ‘새 사진 사냥꾼’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자연을 좋아하는 사진 애호가들에게 ‘새 사진 사냥꾼’이 만들어 낸 사진으로 평가받기보다 생명을 지키는 사진가로 평가받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좋은 사진을 만드는 작가의 비결


나는 해가 뜨면서부터 3시간, 일몰 전후 2시간 동안 작업하기를 좋아한다. 모든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업에 적절한 재료를 준비해 작업에 임하는 것처럼, 나도 가장 좋은 광선을 준비해서 작업하는 것이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다. 사진은 ‘사진을 찍는 이의 마음과 생각’이다. 똑같은 대상이라도 사진가가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피사체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대상이 나만의 특별함으로 느껴질 때라야 표피적인 아름다움에서 탈피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기본기에 충실해야 한다. 최근 사진에 대한 열정이 처음보다 많이 식었음을 느끼고 있다. 이유가 뭘까? 이유가 무엇이든 이 시기를 잘 극복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방법을 답습하고 싶지는 않다. 슬럼프각 겪는 이유가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른데, 남들의 방법으로 내가 겪고 있는 슬럼프를 극복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책을 읽는다. 그런데 이 책에서 실마리를 찾은 것 같다. 결국 내가 사진에 대한 열정이 식은 것은 지금까지 사진과 관련된 책도 제법 읽었고, 나름 계속해서 사진을 찍고 있지만 내 사진이 처음과 비교해서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실망감 때문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사진에 대한 나의 행동부터가 달라지지 않고 있음을 작가의 글을 통해 확인했다. 어떻게 이 슬럼프를 극복할지는 조금 더 생각을 해 보고 글로 정리하고 싶다. 


오늘은 다른 이야기로 글을 마무리 짓고 싶다. 삶에서 목적과 목표는 중요하다. 최근 책을 거의 읽지 못했는데, 이 책은 도서관에서 대여한 책이라 반납을 해야 한다. 지난 금요일이 반납일인데 일주일 연기를 했다. 이번 주 금요일까지 남은 두 권의 책을 꼭 읽어야 한다는 목적의식이 생기고 나니 퇴근 후 피곤함에도 책을 들었고, 다른 일은 모두 잊고 일단 이 책부터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처럼 목적의식이 명확하고 뚜렷한 목표가 있어야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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