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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체험, 공군 수송헬기 치누크(CH-47)을 탑승 - 공군과 함께하는 사천에어쇼 2018

하나모자란천사 2018. 11. 2. 13:53

가을이면 사천의 파란 하늘과 흰구름을 오색찬란하게 물들이는 것이 있다. 그것이 무엇일까? 바로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곡예비행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공군과 함께하는 2018 사천에어쇼'가 2018년 10월 25일부터 28일까지 나흘간 사천비행장 일원에서 진행되었다. 거의 매년 이 행사에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나간다. 국내에서는 이곳 사천과 성남이 아니고서는 볼 수 없는 행사다. 매년 보고 또 보지만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공연은 멋지다. 다른 어떤 수식어가 필요 없다. 다양한 특수비행을 통해 조종사들의 조직적인 팀워크와 고도의 비행 기동을 보면 황홀함 그 자체다. 공군 제복과 빨간 마후라의 그들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솔하다.




아쉽게도 내가 사천에어쇼를 참관했던 날은 날씨가 흐렸고, 정오를 지날 쯤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공연이 취소가 되었다. 행사장에서 보아야 가장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으나 볼 수 없었다. 위 사진은 다음날 사남면사무소 앞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 T-50의 굉음을 듣고 밖으로 나와 찍은 사진이다.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공연을 가까이에서 구경하는 기회는 놓쳤지만 올해 사천에어쇼는 내게 특별했다. 무엇이 나를 특별하게 했을까?



혹시 헬리콥터를 탑승해 보신 적이 있나요? 일반인이 평생을 살면서 헬리콥터를 탈 수 있는 기회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사천에어쇼에 공군이 함께하면서 일반인들이 체험할 수 없는 이색 체험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바로 공군이 운영하고 있는 수송기 또는 수송헬기 등을 탑승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세스나와 같은 경항공기 체험탑승 등의 프로그램도 있다. 위 사진이 이날 내가 체험 탑승한 헬리콥터인 공군 수송헬기 치누크(CH-47)이다.



2018 사천에어쇼가 시작이 되었고, 당일 날씨는 너무 좋았다. 다음날인 10월 26일 둘째 날에 탑승이 예약되어 있었다. 기대가 되었다. 사전 탑승 등록을 위해 함께 탑승할 일행과 함께 사천비행장으로 들어갔다. 날씨가 흐리다. 다행히 아직 비는 내리지 않았다. 이번 탑승자 명단에는 사천시 SNS 서포터즈로 활동하고 있는 분들이 많았다.



이날 함께 이색 체험에 참가할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천시 SNS 서포터즈들이 사천비행장 내에 마련된 사천시 종합 홍보관 앞에 모였다. 아직 체험비행 접수까지 시간이 남아서 다 함께 모여 기념사진을 찰칵...!!! 여기 사천시 SNS 서포터즈들이 모였다. 사진에 있는 이들의 평균 연령이 50이 넘을 것 같은데, 그래도 다들 좋단다.



이날 체험비행은 3차에 걸쳐서 진행이 되는데 우리는 2차 비행이라 아직 시간이 남았다. 사천에어쇼 홍보를 위해 뿔뿔이 흩어져 각종 전시장을 둘러보고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사천에어쇼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는데 터보 프롭으로 굉음이 들려 하늘을 올려다보니 CN-235 수송기가 1차 체험비행을 위해 하늘을 날고 있었다.



드디어 2차 체험비행을 위한 수속 안내가 나오고 늦지 않게 체험비행 접수처로 향했다.



오늘 우리가 탑승하게 될 기종은 공군 CN-235 수송기와 CH-47 치누크 헬기의 체험비행 코스가 설명되어 있다. 헬기는 공항에서 이륙하여 남해대교와 삼천포대교를 찍고 다시 공항으로 돌아오는 코스이고, 수송기는 광양만에서 남해 미조 앞바다까지 둘러오는 코스다.  비행시간은 모두 25~30분 내외이다.



체험비행 수속을 마치고 CN-235 수송기에 오르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다. 처음 체험비행 대상자로 연락을 받았을 때 나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대부분 헬기가 무섭다고 수송기를 선택했으니 나는 헬기를 탑승하면 어떠냐고 물었다. 비행기는 자주 타는 편이고, 터보 프롭 비행기도 타 본 경험이 있기에 헬기가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헬기를 탑승하게 되었다.



이날 체험비행에는 공군 수송기와 수송헬기 외에 청주대학교와 항공대학교에서 운영하는 경비행기 체험 프로그램도 있었다. 이날 접수처에서 확인해 봤지만 당일 예약은 끝나고 없었다. 내년에게 기회가 주어지면 경비행기를 체험하고 싶다.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고, 이제 기다렸던 치누크 헬기의 탑승 시간이 다가왔다. 버스 2대로 탑승자를 나눠 타고 헬기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버스에 내리자 웅장한 치누크 헬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공군 측의 배려로 탑승전 기체 앞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시간을 주었다. 다들 이색 체험을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 이제 수송헬기의 양측으로 나누어 탑승을 하고, 안전벨트와 귀마개를 착용했다.



잠시 후 기체에 시동이 걸었다. 귀마개를 이중으로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엔진 소음이 크게 들렸다. 탑승구 문이 닫히고 프로펠러가 돌기 시작하더니 이내 기체가 앞쪽부터 들리기 시작하더니 하늘로 서서히 오르기 시작했다.



적당한 고도까지 상승 후 헬기를 수평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았다. 헬기는 순식간에 사천공항을 지나 축동 위를 지나고 있었다. 위 사진은 가화천이 사천만과 만나는 곳이고, 바다 건너는 사남 일반산업단지이고, 멀리 희미하게나마 와룡산의 모습도 보였다. 날씨가 흐린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좋았다.



몸을 그냥 둘 수 없었다. 고개를 돌려 계속해서 사진을 찍었다. 기체의 흔들림과 진동이 심해서 제대로 된 사진을 찍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셔터를 눌렀다. 헬기는 곤양 하늘 위를 날고 있었다. 위 사진은 곤양면 소재지의 모습이다.



곤양을 지나고 나서 헬기를 바다 위를 날고 있었다. 다시 고개를 돌려 밖을 내다보는데 낯익은 곳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 술상마을이다. 가끔 드론을 가지고 항공촬영을 하는 곳이라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어쩌면 바로 아래서 어머니가 뭔가 하고 계실 수 있는데라는 생각을 했다. 일요일 어머니와 이모님을 모시고 사천 바다케이블카를 탑승했는데, 나의 예상대로 어머니가 밭에서 일을 하다가 헬기 소리를 듣고 위를 올려다보았다고 했다.



헬기는 남해대교를 찍고 삼천포대교를 향해 날고 있었다. 내 눈과 카메라는 계속해서 창밖을 주시하고 있었다. 저기 멀리 보이는 곳이 어디인가? 비토섬이다. 정확하게는 별학도 해상낚시공원이다. 여기도 내가 드론을 가지고 가끔 들리는 곳이다. 그래서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이제 비토섬을 지나 삼천포대교가 멀지 않았다.



이내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너무나 잘 아는 곳이다. 마도, 저도, 실안해변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 또한 주말이면 드론을 가지고 수시로 비행을 하는 곳이다. 삼천포대교를 찍고 싶었지만 내가 앉은 왼쪽에서는 삼천포대교를 볼 수 없었다. 아쉽지는 않다. 드론을 통해서 더 좋은 풍경을 언제라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기체는 처음 탑승했던 사천비행장으로 돌아왔고, 무사히 착륙을 했다. 이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 쉬는 이가 있는가 하면, 아쉬움을 남긴 채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이도 있었다. 즐거운 체험이었다. 나는 다 좋았다. 다만 흐린 날씨가 아쉬웠다. 어제와 같은 날씨였다면...




버스를 탑승하고 접수처로 돌아오니 공군 수송기를 탑승했던 이들도 체험비행을 마치고 돌아오고 있었다. 그런데 다들 표정이 어둡다. 왜 그럴까? 이날 CN-235 수송기에 학생들과 함께 탑승을 했는데, 조종사가 학생들을 위해 곡예비행을 한 모양이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웃음이 난다. 탑승 직전에 찍은 그들의 모습과 탑승 직후에 찍은 그들의 모습이 너무 대조적이다. 같은 날 찍은 사진이 맞나 싶을 정도다. 궁금하다면 몰래 사진을 오픈... 그랬다가는 후폭풍이 있을 것 같아서 공개하지 않는다.



체험비행을 마치고 나니 점심때가 다 되었다. 다 함께 모여 점심을 먹었다. 이제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공연이 시작되어야 하는데 기체가 하루 종일 저렇게 묶여 있다. 이유는 비 때문이다. 점심 후 한 두 방울씩 빗방울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곧 빗줄기가 쏟아졌고 블랙이글스의 공연은 취소되었다.



비를 피해 사천시 종합 홍보관에 시간을 보냈다. 사천 8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출력하는 서비스도 있고, 퍼즐 맞추기 놀이 등도 준비되어 있었다. 다들 상품이 걸려 있다고 하니 게임에 임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아이들과 집에서 1000 piece puzzle을 맞추기에 끌리지 않았다.



비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날 심정은 이 한 장의 사진으로 알 수 있다. 사진은 활주로 시멘트 위에 그려진 중앙선이다. 그냥 무거운 그 자체다.



비가 그치고 날이 개기를 바랐지만 빗줄기는 더 굵어졌다. 더 있어도 할 수 있는 게 없기에 예정보다 일찍 철수를 했다. 그래도 다행이다. 이날 3차로 오후에 체험 비행이 잡혔던 이들은 날씨 때문에 체험비행을 할 수 없었다. 



다음날 어머니와 이모님을 모시고 사천 바다케이블카를 탑승하고 각산 전망대에 올랐다. 그런데 어디선가 굉음을 울리며 천천히 이곳으로 다가오는 물체가 있었다. 바로 이틀 전 내가 탑승했던 치누크 헬기였다. 시간을 보니 3차 탑승객들이 체험비행을 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나른 지금 다른 공간에 있지만 저 헬기에 탑승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릴 수 있었다. 나는 벌써 타 봤다는 뭐랄까? 괜스레 우쭐거리는... 2018년 사천에어쇼를 막을 내렸다. 평생을 살면서 잊지 못할 추억을 하나 만들었다. 나와 같은 추억을 만들어 보고 싶다면 내년 이 맘 때를 노리면 된다. 사천에어쇼는 매년 10월 끝자락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