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14일 시월의 두 번째 맞는 일요일이다. 뭘 해도 좋은 계절인만큼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지난 주말은 태풍 쿵레이의 영향으로 아무것도 못하고 시간을 보내는 줄 알았는데 다행히 태풍은 요란스럽기만 했지 큰 상처를 남기지 않고 지나갔고, 날씨도 빨리 맑아져서 갈모봉으로 가족산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이번 주말에는 어머니를 모시고 하동레일파크로 가기로 했다. 작년에는 너무 이른 때에 방문을 해서 코스모스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올해는 때를 놓쳤다. 조금 늦은 느낌이 있지만 아직 길가에 핀 코스모스를 보며 스스로 달래 본다. 북천이라면 아직 코스모스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일요일 아침 일찍 어머니를 모시고 북천으로 향했다. 나의 간절함 때문이었을까 북천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길가에 더 많은 코스모스를 볼 수 있었다. 이곳은 작년 가을 이후 몇 차례 방문을 했기에 길을 잘 알고 있다. 바로 레일바이크가 있는 역 주차장에 주차를 시키고 매표소로 향했다. 다행히 이른 시간이라 그리 사람은 많지 않았다. 11시에 출발하는 레일바이크가 있어 티켓을 발행하고 코스모스 주변에서 사진을 찍어 본다.
이번에도 4인승 레일바이크 티켓을 발행했다. 이번에도 어머니께서는 당신은 타지 않고 우리 가족끼리 타라고 했다. 그럴 수 없다. 나는 이곳 하동 레일파크에서만 레일바이크를 3번이나 탔다. 오늘은 나 혼자 거닐며 사진도 찍고 드론도 띄울 생각이다. 때가 조금 늦어서 메밀꽃은 볼 수 없고, 북천 코스모스 축제가 끝나서 다양한 볼거리도 없지만 카메라 하나만 들고 있으면 어디라도 좋다. 그냥 산책을 즐기며 눈에 띄는 것을 찍으면 그 순간이 즐겁다.
무엇보다 오늘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나온 나들이라 사진에 담을 모델도 충분하다. 하동레일파크와 관련해서는 이전에도 몇 차례 글을 작성해서 올렸다. 이전 글을 보면 알겠지만 매번 방문할 때마다 조금씩 바뀌고 있다.
티켓을 발행 후 레일바이크 역사(구, 북천역) 주변부터 거닐었다. 전에 없던 조형물도 생겼고, 아직 이 주변에는 코스모스가 많아서 주변에서 가족사진을 찍었다.
역사 주변을 서성이다 자연스럽게 코스모스 열차 카페 주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동일한 패턴이다. 이제는 공식처럼 그렇게 발걸음이 옮겨진다. 기찻길을 거닐며 주변에서 가족사진을 담아 본다. 철길을 따라 핀 코스모스를 구경하면서 사진을 찍는 동안 레일바이크의 탑승 시간이 다 되었다.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아이들은 풍경열차를 타고 레일바이크를 타러 떠났다.
혼자만의 시간이다. 코스모스 축제가 열리는 들판으로 나갔다. 혼자서 코스모스가 핀 들판을 거닐다가 레일바이크가 하나 둘 모습을 보이자 철길 옆으로 이동해서 적당한 장소를 잡았다. 드론을 준비해서 띄우고 사진을 찍었다. 2인승 레일바이크가 지나가고 이제 4인승 레일바이크가 지나가기 시작했다.
이 구간은 내리막길 구간이라 레일바이크가 씽~하고 빠르게 지나간다. 순간을 잘 캡처해서 사진에 담아야 한다. 드론을 멀리 보내서 가족이 타고 있는 레일바이크를 찾으려 했지만 레일바이크의 상단에 지붕이 있어서 타고 있는 사람들을 확인할 수 없었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적당한 포인트에 드론을 정지시키고 지나가는 레일바이크 모두를 사진에 담아야 했다. 문제는 드론의 배터리 시간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기체를 내리고 배터리를 교환하고 다시 띄우는 시점에 가족이 탄 레일바이크가 지나가 버릴 수도 있다.
다행히 드론으로 가족이 타고 있는 레일바이크를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그러나 카메라로 사진을 담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욕심이었다. 아내와 아이들도 나를 보고서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게 가족이다. 가족이 탄 레일바이크가 지나갔으니 나도 레일바이크 역으로 돌아갔다.
우리 가족은 이곳에서 3번 정도 레일바이크를 탑승했다. 어머니는 처음이다. 반응이 궁금했다. 너무 좋다고 하셨다. 다음에 동네 어르신들과 다시 오고 싶다고 했다. 역사 주변에서 간식을 먹고 가족과 함께 코스모스가 핀 들판으로 나갔다. 코스모스 축제는 끝났지만 주말이라 뒤늦게 코스모스 구경을 나온 이들이 많았다. 지난 봄 이곳을 찾았을 때 공사중이던 건물이 FLOWER VIEW라는 전망대다. 전망대에 올라 넓은 코스모스 밭을 내려다 보았다. 꽃 밭에서 사진 한 장에 추억을 담고, 즐거운 오후를 보냈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기고서야 어머니댁이 있는 진교로 향했다. 가끔씩 들리는 식당에 들러서 소고기국밥으로 허기를 달랬다. 밥을 기다리는 동안 이날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살펴보았다. 어머니는 사진을 보는 것보다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더 행복해하셨다. 아내가 액션캠으로 촬영한 영상을 보니 터널 안 풍경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새로운 것들이 많이 생겼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영상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이번에 레일바이크를 탑승하지 않았다. 그러나 영상을 편집하면서 알았다. 북천 레일바이크가 매번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특히나 터널 구간에서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새로운 것들이 많이 생겨났다. 영상에서 아내와 아이들의 대화에서도 새로운 것들이 추가 되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다. 예전에 올린 영상과 비교하면 확실히 달라진 것을 볼 수 있다.
하동 북천 레일바이크는 언제나 만족감을 내게 선사한다. 봄에는 양귀비 꽃으로 물든 철길을 달리고,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활짝 핀 철길을 달릴 수 있다. 터널 구간에서는 다양한 볼거리가 있고, 터널을 지나 내리막 구간에서는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다. 이제 곧 겨울이다. 아무래도 겨울에는 오픈된 레일바이크를 즐기기에 부담스럽다. 벌써 내년 봄이 기다려진다. 다시 철길에 연분홍 빛의 양귀비 꽃이 활짝 피었을 때 아마도 습관처럼 그곳을 찾게 될 것 같다. 그때까지 기다리기 힘들다면 아직 늦지 않았다. 한 겨울이 오기전 레일바이크를 탈 수 있는 기회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