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여수를 세 번째 찾았다. 처음 여수를 방문할 때도 계획되지 않은 갑작스러운 방문이었고, 이번에도 예정에 없었던 가족여행이 되었다. 세 번의 여수 여행 중 만족도는 이번이 가장 높았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장소의 선정은 중요하다. 여행 목적지에 따라 보고, 즐기고, 먹는 것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여행 계획을 세우지 않고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 계획을 세우고 출발한 여행도 끝에는 뭔가 아쉬움이 남았다. 이번 여행은 사전 계획 없이 다녀왔지만 좋았다. 아내도 동의했다. 무엇 때문일까? 어떤 이유로 이번 여행이 만족스러운 것일까? 궁금했다. 이유를 밝히면 다음에도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장소의 선정이 제일 먼저고, 이후 보고, 즐기고, 먹는 것을 챙긴다. 사실 잠자리는 그다음이었다. 이번 여행은 잠자리 말고는 다른 것은 살피지 않았다. 그렇다면 보고, 즐기고, 먹는 것보다 잠자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인가? 지금까지는 그 반대로 생각했다. 좀은 불편하게 자더라도 보고, 즐기고, 먹는 것에 투자를 하는 것이 여행을 즐거움이 더 클 것이라 생각했다. 이번을 기회로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가깝게 지내는 회사 직원의 장모님 부고를 접했다. 장례식장이 여수였다. 10월 9일 화요일이 발인이라 월요일 저녁에 방문하기로 했다. 가족끼리 알고 지내는 사이여서 아내도 함께 동행하기로 했다. 다음날이 휴일이라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아내에게 연락해서 동의를 구하고, 장례식장 인근에 호텔이나 펜션을 검색했다. 당일 갑작스럽게 방을 찾아서 그런지 마음에 드는 방이 없었다. 조금 멀더라도 좋은 곳으로 선택하고 싶었다. 지난 여수 여행에서 아내가 호텔방이 불편하다고 했다. 이번에는 펜션으로 선택했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펜션으로 예약을 했으니 가볍게 한 끼 정도 밥을 해 먹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하라고 했다. 그게 전부다. 5시에 퇴근 후 옷을 갈아 입고, 아내와 아이들을 테우고 여수로 출발했다. 아이들은 펜션에 풀어놓고 아내와 둘이서만 장례식장을 다녀올 계획이라 내비게이션에 펜션 주소를 입력했다. 저녁 7시 30분쯤 펜션에 도착해서 아이들 저녁을 간단하게 차려주고 아내와 나는 여수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조문을 마치고 밤 10시를 넘기고 밖으로 나왔다. 아이들 걱정이 되었지만 믿고 아내와 둘이서 여수 야경을 즐기기로 했다. 두 번의 여수 여행에서 거닐지 못했던 낭만포차 거리를 걸어보고 싶었다. 내비게이션에 이순신광장을 입력하고 주차할 곳을 찾았으나 마땅한 장소가 없었다. 낭만포차 거리를 천천히 지나면서 주차공간을 찾았으나 역시나 없었다. 이번에도 낭만포차는 나를 허락하지 않는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고 낭만포차의 끝자락을 지나고 거북선대교 근처에 가서야 주차할 공간을 찾았다. 주차 후 낭만포차 거리를 거닐었다. 다음날이 휴무라 늦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거북선대교 아래에서 시작한 산책이 이순신광장까지 이르렀다. 꽤 먼 줄 알았는데 걷다 보니 별로 멀지 않은 곳이다. 이순신광장을 돌아 낭만포차를 거닐며, 포차에서 판매하고 있는 메뉴를 하나씩 살펴보았다. 대부분 비슷한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장례식장에서 저녁을 먹었기 때문에 눈길이 가는 음식은 없었다. 천천히 가을 밤바다를 즐기며 야경 사진을 찍었다. 천천히 더 즐기고 싶었으나 펜션에 두고 온 아이들이 걱정되어 자정 무렵이 되어서 펜션으로 돌아갔다. 기우였다. 역시나 녀석들은 아이패드가 있으면 잘 논다.
아이들은 온돌 바닥에 재우고 아내와 나는 침실에서 잠을 잤다. 편하게 잘 잤다. 습관 때문에 일찍 일어나 새벽에 혼자서 펜션 주변을 거닐어 보았다. 날씨가 흐려 바다가 잘 보이지 않았다. 돌아가니 아이들도 일어나 있었다. 아이들부터 차례대로 스파를 즐겼다. 여름 같으면 옥상에 있는 풀을 즐기겠지만 지금은 추워서 풀을 운영하지 않았다.
차례대로 스파를 즐기는 동안 아침은 아빠인 내가 준비를 했다. 밖에 나오면 아빠의 몫이다. 아침은 알탕에 삼겹살이다. 아침부터 무슨 고기냐고 할 수 있지만 아침에 고기를 먹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는가? 오늘 테라스에서 바다를 보며 먹었다. 바다를 보며 아침을 먹을 수 있는 곳이 흔하지는 않다.
아침을 먹고 정리하고 나니 퇴실할 시간이 가까웠다. 아쉬웠다. 온돌이 너무 따뜻해서 좀 더 자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먼저 방을 빠져나와서 펜션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음에 여수에 온다면 다시 이곳에 묵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혹시나 해서 챙기고 간 매빅 에어를 준비해서 띄웠다. 폴링인블루 주변을 찍고 있으니 펜션 사장님께서 관심을 보였다. 그냥 레저용으로만 알았다고 한다. 내가 드론을 날리는 동안 아내가 사장님께 설명을 했다고 한다. 촬영한 사진을 보여드렸다. 사진을 보내줄 수 없냐고 해서 명함을 받았다. 집으로 복귀 후 드론으로 찍은 사진과 영상을 살펴보았다. 잘 나온 사진 중 몇 컷을 골라 메일로 보냈다. 좋은 인연을 만들어 놓아서 나쁠 것은 없다.
이제 당분간 여수 여행은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사람 일은 알 수 없다. 올해 세 번의 여수 여행 중 두 번은 뜻하지 않게 찾게 되었다. 또 이곳을 찾는다면 다른 펜션에서 지내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지만 다시 폴링인블루에서 묵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다음에는 복층이 있는 다른 방에서 묵어 보고 싶다. 혹, 폴링인블루와 관련된 정보를 얻고 싶다면 이곳을 클릭하면 된다.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을 같이 올리려고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편집을 못하고 있다. 이러다 10월이 지나갈 것 같아서 우선 여행 기록을 먼저 남겨 본다. 더 좋은 화질의 영상은 이곳을 클릭하면 유튜브의 4K 화질의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