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남사예담촌을 가족과 함께 다녀오려고 계획을 세웠다. 이곳은 지리산 산행을 가면서 지나치기는 했으나 직접 거닐어 보지는 못했다. 언제부턴가 주변 지인들이 이곳을 다녀온 후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그 사진을 보고 꼭 다녀와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드론을 가지고 내려다보며 촬영을 하면 좋은 사진과 영상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 멀지도 않은 곳이다.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당일코스로 가족 나들이를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때문에 미뤄졌다. 벌써부터 계획을 세우고 있었으나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남사예담촌만 둘러보기에는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가벼운 산행 후 이곳을 다녀가면 좋을 것 같은데 마땅한 산을 찾지 못했다.
어쩌면 올해도 넘길 것 같았는데 지난 주말 우연히 이곳을 다녀오게 되었다. 원래 계획은 가족이 함께 나들이를 다녀올 생각이었으나 둘째 아이와 둘이서 이곳을 다녀왔다. 아니 혼자다. 아이는 차에서 잠들어 있었고, 혼자 가볍게 사전답사의 성격으로 이곳을 둘러보았다.
지난 일요일 태풍 쿵레이가 지나고 날씨가 좋았다. 주말 태풍 소식으로 인해 토요일은 회사에서 비상대기를 하고 있었고, 일요일도 다른 계획이 없었다. 다행히 요란스러웠던 태풍 쿵레이는 별다른 상처를 남기지 않고 조용히 지나갔다. 토요일 오후부터 맑은 하늘을 보여주었다. 날씨가 너무 좋아 일요일을 그냥 보내고 싶지 않았다. 지난 주말 한우산으로 산행을 나서면서 보았던 지리산의 모습이 떠 올랐다. 그래 지리산 산행이다. 그렇게 지리산 산행을 계획하고 길을 나섰지만 불발로 끝났다.
기회는 이렇게 찾아왔다. 돌아오면서 남사예담촌을 들렀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마을은 조용했고, 태풍이 지나간 다음이라 찾는 사람도 거의 없어서 혼자 조용히 마을을 거닐 수 있었다. 원래 이곳은 가족과 함께 방문하려고 했다. 오늘은 사전답사의 성격으로 둘러보기로 했다.
배움의 휴식터 산청 남사예담촌
'남사예담촌'은 고즈넉한 담장 너머 우리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어 표면적으로는 옛 담 마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내면적으로는 담장 너머 그 옛날 선비들의 기상과 예절을 닮아가자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부터 경북하면 안동 하회마을이요, 경남하면 산청 남사마을이라고 할 정도로 유명한 농촌 전통테마마을, 체험 휴양마을인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제1호와 산청 9경 중 한 곳인 남사예담촌은 변화하는 현재 속에서 옛 것을 소중히 여기고 지켜나가는 배움의 휴식터로 자리하고자 합니다.
한옥 풍경이 어우러진 전통문화 배움터 남사예담촌에 오셔서 배움이 있는 휴식을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남사예담촌은 지리산을 산행하면서 지나치기만 했다. 별로 아는 게 없다. 입구에서 남사예담촌을 설명하는 리플릿을 챙겼다. 설명이 조금 아쉬웠다. 오탈자도 아쉬웠다. 나도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오탈자가 많다. 리플릿은 성격이 다르다. 이곳을 안내하는 인쇄물인데 오탈자가 있으면 안 된다. 혹 관계자가 내 글을 본다면 수정해서 반영했으면 한다. 계획된 발걸음이었다면 사전에 충분히 정보를 가지고 방문했을 것이나 뜻하지 않게 찾은 발걸음이라 그냥 가볍게 둘러보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혼자 조용히 마을 이곳저곳을 거닐어 보았다. 아름다운 마을이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뽑히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가볍게 마을을 돌면서 사진을 찍었다. 좋은 것은 이곳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천천히 옛 담장을 거닐며 풍경을 즐기고 있는데 담장 안쪽에서 아주머니 한 분이 잘 익은 대봉감 홍시 하나를 건네주었다. 사양을 했으나 아주머니가 괜찮다며 하나 먹으라고 한다. 이럴 때는 한 번 사양 후 받아먹는 게 우리의 정서다. 맛있게 먹었다.
중산리를 빠져나오면서 지리산 산행을 대신해서 고성 갈모봉 편백휴양림으로 가족 산행을 가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때문에 오래 머무를 수 없었다. 가볍게 마을 외각을 돌면서 사진을 찍었다. 남사예담촌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회화나무 담장이다. 그곳을 찾았다. 포기하고 차로 돌아가고 있는데 주차한 곳 바로 옆에 있었다. 이곳에서 마지막 사진을 찍고, 주차장에서 드론을 띄워서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
집에 돌아와서 리플릿을 통해 남사예담촌을 다시 둘러보았다. 이날 내가 본 것은 남사예담촌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다음에 가족과 함께 이곳을 다시 찾을 때는 사수천 외각도 둘러보고 싶다. 무엇보다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로를 거닐어 보고 싶다.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가 생각났다. 장군이 진주를 지나 전라좌수영으로 들어가는 그 길이다.
산청은 문화관광해설사가 없을까? 다음에 이곳을 거닐 때는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이곳을 거닐어 보고 싶다.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 정도면 사전답사로 나쁘지 않았다. 가을 남사예담촌의 풍경은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