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책 100권 읽기 백여덟 번째 책입니다.
시집을 읽었다. 나태주 시인의 '오래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라는 시집이다. 이 시는 '풀꽃'이란 시다. 지금까지 나는 시집을 읽지 않았다. 시는 한가하고, 여유 있는 사람들만 읽는 장르라 생각했다. 그런 나의 생각이 어리석었다. 한 편의 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짧은 글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책은 읽는 동안 독자로부터 많은 사고를 일으키는 책이라 생각한다. 시를 읽으면서 많은 생각들을 했다. 시인이 사용한 단어를 곱씹으며, 그 풍경을 상상하기도 하고, 내가 시인의 마음이 되어 보기도 했다. 좋은 느낌이다. 직접 보고 느끼기 전에는 아무것도 판단하지 말라! 그 말이 생각난다.
어떻게 이 시집을 선택하게 되었을까? 나는 요즘 사진을 독학으로 배우고 있다. 책을 통해 혼자서 사진을 배우고 있다. 책에서 사진은 시와 같다는 글을 많이 보았다. 처음에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직도 완전히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직접 경험을 해 봐야 한다. 시집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시점에 SNS를 통해서 나태주의 '풀꽃'이란 시를 보았다. 오래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 이 글에 끌렸다. 사진도 이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물을 바라보더라도 사진가가 보는 세상은 다르다. 그 다름이 관찰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눈으로 본다고 보이는 것이 아니라 생각했다. 오래 보아야 예쁘고, 사물의 본질을 깨닫고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시집을 읽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마침 다른 누군가가 나에게 나태주라는 시인의 시집을 읽어 보라고 추천했다. 이끌림은 이런 것이다.
위 시를 읽어 보라. '때는 봄'이라는 이 문장을 읽을 때 나는 이미 봄을 떠 올리고 있다. 산을 붉게 물들인 진달래 또는 개울가 흐르는 물을 따라 핀 노란 개나리를 떠 올린다. 그리고 아침이라고 한다. 그 개울가에는 이제 막 떠오른 붉은 태양이 수면에 살짝 모습을 드리우고, 아침 안개가 자욱하다. 시를 읽으면 이런 상상을 하게 된다.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사진에 감성이 들어가야 한다고 하는데, 감성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 조금 깨닫는다. 왜 먼저 작가의 길을 걷고 있는 이들이 책을 많이 읽어라. 특히나 시집을 읽어라. 사진은 시와 같다는 말을 이해한다.
남의 것을 부러워하기보다는 내 것을 더 많이 사랑하고 아끼고 소중히 여기며 살았어야 했다. 내가 얼마나 귀한 사람인가를 처음부터 알았어야 했다.
희망을 잃지 말자. 사람을 잃지 말자. 내가 가는 길이 혼자라고 느껴지더라도 사람을 잃지 않으면 된다. 혼자가 아니라면 다른 누군가와 함께 한다면 그것이 바로 길이 되기 때문이다.
이 시를 읽으며 해바라기의 행복을 주는 사람을 떠올렸다. 내가 가는 길이 비록 힘들고 멀지라도 그대와 함께라면 희망이고 행복이다.
학창 시절 읽었던 그 시를
당시에 좋아하는 애가 있으면,
다들 왜 푸시킨의 이 시를 적어서 보냈는지?
당시는 요즘처럼 자기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했고,
또 지금보다는 나중에 대학에 가서 자유롭게 만나자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감정은 때에 따라 움직이는 것...
그때의 그녀는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감성이 말라 버린 지금에서 다시 읽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좋은 시는 가슴을 찡하게 하는 뭔가가 있네요.
잠이 오지 않는다고,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투덜거리며 시를 읽었는데
이제 자야 할 명분을 찾았다.
저녁에 잠든다는 건
내일의 소망을 가슴에 안는다는 일이고
오늘의 잘못들을
스스로 용서하고
잊는다는 것이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이다.
간절하면,
어떤 형태라도
나에게 해답이 나타난다.
나는 자야 한다.
새벽 두 시가 다 되어서 잠들었다.
지금 시각은 새벽 5시 58분이다.
일찍 깨었다.
더 잘까 하다가 못다 읽은 나태주 시인의 시집을 꺼내 들었다.
‘풀꽃과 놀다’를 읽었다.
더 읽을 수 없었다.
지금 당장 풀꽃들과 놀아 보고 싶다.
다행히 비는 더 내리지 않고,
하늘도 열려 있다.
한 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배낭에는 드론을 넣고,
밖을 거닐러 나간다.
풀꽃들과 놀고 싶다.
아끼지 말자.
똥 된다.
적어도 나는 이렇게 살지 말자!
오늘부터 노력하자.
나는 언제나 청춘이고 싶다.
흔히들 말하는 육신적인 청춘을 말하지 않는다.
사고의 청춘을 말한다.
이 시에서는 마음가짐으로 표현하고 있다.
늘 생각만큼은 청춘으로 남고 싶고, 그렇게 살고 싶다.
나는 지금도 그렇게 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뒷모습은
고칠 수 없다.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과연 나의 뒷모습은 어떨까?
왜 사람들은
아등바등 그렇게 바쁘게 살아야 할까?
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 조차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뚜렷한 목적이나 의식도 없이,
남들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으니 나도 그렇게 사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오늘부터 생각을 조금 바꿔보자.
내가 나태주 시인의 시집을 구입한 것은
바로 이 시 ‘풀꽃’에 끌렸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사진을 배우면서 사진이 이와 같다고 생각했다.
사물을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야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고,
본질을 꿰뚫어야 사물을 사랑할 수 있다.
그렇게 사랑하는 마음을 담고 사진을 찍어야
예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내가 사진을 배우면서 시를 읽는 이유이다.
누구의 글인지도 모른 채
그저 글이 좋아서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레 꾹꾹 눌러 적어서 보낸 편지...
그때는 그렇게 애틋하였는데,
세월이 무섭다.
분명 그렇게 정성스럽게 쓴 것은 기억이 나는데
누구에게 보냈는지 기억나질 않는다.
지나고 나면 다 부질없는 것이라도
그 순간만큼은 열정적으로 사랑하라고 말하고 싶다.
언젠가 한 번은 경험하게 될 이별
가족이기에 자녀이기에 공허함이 더 클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도 막내인 나에게만큼은 마지막 남은
힘을 다 쏟아 그렇게 나에게 유지를 남겼나 보다.
이 글을 보며 아버지의 유지를 떠 올린다.
어차피 한 번은 경험할 일이라면,
나도 멋진 아빠로 남고 있다.
미리 이런 글을 적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딱 내 모습이다.
모두의 모습이다.
그래서 그의 시가 끌린다.
공감을 참 쉽게 이끌어 내었다.
별다방에 앉아 나태주 시인의 시집을 읽었다. 다섯 개의 별점을 주고 싶었다. 그러나 또 그의 남은 시집을 읽어야 하기에 일부러 하나를 뺀다. 만족하면 다시 그의 시집을 읽을 것 같지 않아서 그랬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다시 또 이 시집을 꺼내어 읽고 있을 나의 모습을 상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