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Life/Photo Essay

내가 사진을 배워 나가는 과정 (8) - 기다림

하나모자란천사 2018. 9. 14. 13:30

저 거미는 모든 준비를 다 마쳤다. 이제 남은 것은 기다림이다. 천천히 인내하며 기다리는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기다린다면 언젠가는 때가 올 것이다. 나는 아직 저 거미와 같이 준비도 끝나지 않았다. 상태를 놓고 보자면 저 거미보다도 못한 상황이다. 그런데 조급함을 가지고 뭔가 결실을 얻고자 생각하고 있다면 욕심이다. 아직 난 멀었다. 조금 더 준비를 해야 한다. 지금보다 더 열심히 책을 읽어야 하고, 세상을 좀 더 깊이 있게 바라보아야 하고, 보이는 만큼 자꾸 찍고 또 찍어서 갈고닦아야 한다. 그렇게 준비를 마치고 난 뒤에도 저 거미와 같이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기회는 오랜 기다림 뒤에 온다는 것을 저 거미를 통해 배우자.




사진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제법 많은 책을 읽었다. 주말이면 카메라를 손에 쥐고 다닌다. 어디서 무엇을 하더라도 사진을 찍는다. 그런데 좀처럼 사진이 늘지 않는다.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기다림이다.



어머니와 함께 금문리 해변의 부잔교 위를 거닐다가 한 마리의 거미를 보았다. 저 거미는 언제부터 저곳에 거미줄을 치고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거미의 행동 패턴을 보자면 아마도 어제 어둠이 내리는 시점부터 거미줄을 치고 먹이가 먹잇감이 걸려들기를 기다렸을 것이다. 멀쩡한 거미줄을 보면 아직까지 먹이가 걸려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녀석은 꼼짝도 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언젠가는 먹잇감이 걸려들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서 말이다. 오늘은 저 거미가 나의 선생님이다. 사물을 통해서 인생을 배운다. 세상에는 배울게 너무 많다. 그래서 세상이 좋다.


- 2018년 9월 10일, 일요일, 오전 9시쯤

- 사천시 용현면 금문리 해변

- 어머니와 함께 산책을 즐기며 사진을 남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