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ing Story

#0216 - 사진이란 무엇인가, 최민식

하나모자란천사 2018. 9. 2. 20:07

 2018년 책 100권 읽기 백한 번째 책입니다.


아무리 표현기법이 뛰어난 사진이라고 해도 내용이 뚜렷하지 않다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 그런 사진에서는 힘을 느낄 수 없으며 가치 있는 사진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사진가의 철학이 담긴 사진만이 모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사진작가에게는 누구도 침법하지 못하는 사진과 인간에 대한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진정 좋은 사진작가가 되기 위한 조건은 인간의 참 모습을 발견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진작가는 무엇보다도 자기 중심이 뚜렷한 개성의 소유자여야 하며, 걸작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결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신념이라는 단어를 떠 올렸다. 작가는 신념을 가지고 사진을 대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작가의 신념은 그의 글을 통해서 알 수 있다.


“나는 어떠한 어려움에도 인류의 문화적 유산을 기록한다는 보람을 갖고 매번 카메라를 들고 있다”


사진기법은 시대마다 변할 수 있어도 사진의 사회적 가치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사회적 가치를 담아내지 못해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지 못하고 일순간 끝나버린 사진은 작품으로서 의미가 없다. 수십년 전에 창작되었으면서도 지금까지 생명을 이어오는 사진들은 표현기법이 세련되어 보이지 않을지라도 그 안에는 사진의 가치가 오롯이 담겨 있다.



강력한 느낌을 주는 사진을 찍으려면 먼저 대상을 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여러 기법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자기의 눈으로 본 내용을 화면에 정직하게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복잡하게 변하는 현실속에서 감동적인 한 장면을 잡아내 그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사진’은 ‘카메라’가 만들지만 ‘사진의 마음’은 ‘사람’이 만든다. 사진은 누구나 찍을 수 있지만 사진작가는 아무나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사진이 사실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 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그 안에 담긴 다큐멘터리 속성 때문이다. 


사진은 작가가 관찰한 이미지를 타인에게도 볼 수 있게 하는 매체다. 사람들은 사진을 흔히 “그 현장에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좋은 사진이란 보는 이에게 실제로 그 현장에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사진작가의 의식세계는 개인의 과거경험을 통해 얻은 수많은 이미지들의 세계다. 사진은 작가의 경험이다. 사진작가는 인간과 자연, 그리고 이 세계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사진작가는 현실에 기반해 작품을 창조해 내는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좋은 사진은 시선을 멈추게 하는 힘이 있다. 사진의 목적은 다양하다. 제품을 팔기 위한 광고사진일 수도 있고,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여 기부금을 받으려는 사진도 있다. 아무 이유가 없이는 훌륭한 사진이 될 수 없다. 어떤 목적과 이유 없이 찍은 사진은 사람들의 시선을 멈추게 하지 못한다. 따라서 사진작가는 카메라를 잡는 순간 자신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나는 무엇 때문에 촬영을 하려고 하는가?”


그리고 자기가 의도하는 사진의 목적을 분명히 한 후에 대상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촬영해야 한다. 사람들의 시선을 멈추게 하는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다음과 같은 질문을 자신에게 끊임없이 던져야 한다.


“나는 왜 사진을 찍으려 하는가?”

“나는 어떻게 찍으려 하는가?”

“나는 무엇을 찍으려 하는가?”


이 책은 전반부는 최민식 작가가 생각하는 사진작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의 글을 통해서 사진작가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조금, 아주 조금 알았다. 나는 사진작가가 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나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어서 기록하고 싶다. 이 책의 후반부는 위대한 사진작가에 대한 소개이다. 이미 다른 책을 통해서 나는 3명의 위대한 작가를 알고 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로버트 카바, 세바스티앙 살가도이다. 그 외의 작가는 이름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특별히 눈에 띄는 사진은 기억하고 있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누드와 다른 누드 사진을 알게 해 준 웨스턴이 있고, 처칠 영국 수상의 사진을 담아 유명해진 카르시 등이다. 아직은 흉내 내는 것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이런 사진을 보면서 사진을 보는 내 눈이 조금씩 밝아 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은 생각을 한 사진은 비더의 사진이다. 재회라는 이름의 바로 위 사진이다. 시대적 배경은 1973년이다. 한 군인이 공항에서 가족들을 만나는 극적인 순간을 담았다. 사진의 주인공은 베트남에서 5년동안 억류돼 있다가 풀려나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 스탐 중령이다. 다시 못 볼 것 같았던 가족의 재회 장면만큼 감동적인 순간이 또 있을까? 비더는 이 작품으로 1974년 퓰리처 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나는 왜 이 사진을 오랫동안 보고 있었을까? 사진을 보는 순간 가족애와 사랑을 느꼈다. 사진에 대한 설명이 없더라도 느껴지는 감정이었다. 그런데 설명을 보고 나니 그 감동은 몇 배로 증폭되었다. 조금 더 생각하니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저 장소에 비더라는 작가 혼자가 있었을까? 수 많은 작가들 중에서 왜 이 사진이 특별히 눈에 띄었을까? 사진가의 위치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았다. 아마도 대부분은 비행기에서 내리는 스탐 중령을 시선을 두었을 것이다. 어떤 계기였는지 알 수는 없지만 작가는 스탐 중력의 뒷모습을 통해서 가족의 표정을 담았다. 군인이라는 무게감과 스탐 중령의 심리와 가족의 심리까지 내면적으로 다 파악하지 않았을까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