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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4 - 사진으로 떠나는 대한민국 105선, 04 경상남도, 이태훈

하나모자란천사 2018. 8. 31. 16:58

 2018년 책 100권 읽기 아흔아홉 번째 책입니다.


내가 태어나고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곳이 경상남도이다. 가장 잘 아는 곳이기도 하다. 아쉬운 것은 부산과 묶어서 한 권의 책에 소개를 하다 보니 내가 알고 있는 좋은 곳들이 다 소개되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무구한 역사를 자랑하고 있기에 숨겨진 보물과 같은 곳이 꽤 많고 오랜 역사를 배경으로 사연이 많은 곳이 많은데 모두를 책으로 소개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 아무튼 내가 잘 아는 곳이기에 그리고 대부분 다녀온 곳이기에 부담 없이 책을 읽었다. 책을 읽기 전 더 궁금했다. 과연 내가 예상하는 그곳을 소개할까? 아직 발걸음을 못한 곳이 있을까? 살짝 기대가 되었다.




처음 소개가 된 곳은 경남 창녕이다. 우포늪이다. 아무래도 사진가의 입장에서 경남을 소개하다 보니 사진 찍기 좋은 곳을 먼저 소개한 것 같다. 우포늪은 몇 차례 다녀온 곳이다. 원래부터 우포늪을 가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산을 좋아하다 보니 창녕의 화왕산을 다녀오면서 우포늪도 함께 둘러보았다.



아마도 사진가들은 나와는 반대일 것이다. 나도 사진에 관심을 가지면서 알았다. 우포늪이 유명한 출사지라는 것을. 그래서 사진가들은 우포늪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우선을 것이다.



이제 나도 다시 우포늪을 찾고 싶다. 예전에는 산을 타기 위해서 창녕을 찾았지만 이제 나도 사진을 찍기 위해 우포늪을 찾고 싶다.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다.



다음 소개된 곳은 부산의 해운대와 광안리이다. 너무 유명한 곳이다.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다음은 감천문화마을이다. 최근에는 다녀오지 못했다. 나는 이런 마을이 좋다. 이번 여름 여수를 다녀왔을 때도 여수의 고소동 벽화마을이 좋았다. 이런 마을은 대부분 마을이 생겨난 사연이 있다. 그런데 도시를 재개발할 때 다 밀어 버리는 것이 싫다. 왜 우리는 유럽처럼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지키지 못하는 것일까? 아쉽다. 참고로 지금은 감천문화마을로 불리지만 마을 생김새를 따서 '다랑이논 마을', '부산의 산토리니', '부산의 마추픽추'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곳은 신앙촌 사람들이 처음 집을 지을 때, 골목길 어느 곳에서도 막히지 않게 하고 가난하더라도 전망만큼은 함께 나누자는 합의하에 집을 지었다고 한다.



다음은 가야산 합천 해인사이다. 이곳도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사찰이다. 이제 이런 프레임 속의 프레임 구조가 익숙하다.



이태훈 작가의 책을 읽고 그의 사진을 보면서 한옥의 아름다움에 조금씩 빠져 든다. 예전에는 이런 고택이 싫었는데 지금은 다르다. 왜일까? 내가 늙었기 때문일까? 



참고로 함양 정여창고택은 못 가본 곳이다. 다음에 시간을 내어 가 보고 싶다.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조만간 발걸음을 해 볼 생각이다. 지도에서 찾아본다.





이 사진을 보며 백석의 시가 떠 올랐다. '흰 바람벽이 있어'라는 시다. 사진을 시작하고 난 후 나의 달라진 모습 중 하나다. 잠깐 그의 시를 다시 보자.


흰 바람벽이 있어

                                                                 - 백석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 쩔은 다 낡은 무명썃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느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주 앉아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느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굴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아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 잼'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아직 배우고 알아야 것이 많다. 지금까지는 세상을 너무 좁게 보고 살았다. 이제 조금 더 넓게 세상을 바라보고 사진을 통해서 세상을 느끼고, 좀 더 깊숙이 그리고 가까이 다가서고 싶다. 한 권의 책으로 또 나는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