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Life/Photo Essay

내가 사진을 배워 나가는 과정 (5) - 다급했던 순간

하나모자란천사 2018. 8. 25. 06:47

오늘도 한 권의 책을 통해서 사진을 배우고, 일상에서 사진을 남기며 사진을 익히고 있다. 사진을 조금 찍어보거나 이론을 알게 되면 기술서에서 말하는 지침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예술적 관점에서 생각하게 된다. 어느 정도 사진을 찍다 보면 초첨이 맞지 않는 사진도 멋질 수 있고, 어떨 때는 초점이 안 맞아서 더 멋진 사진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뿐만이 아니라 기술서의 이론대로 찍으면 오히려 더 발전이 없고 틀에 박힌 습관 때문에 고생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렇듯 사진은 내공이 점점 깊어질수록 기술서의 이론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은 초점의 문제만이 아니다. 그럼에도 유독 초첨의 문제가 가장 먼저 장애 요소로 나타나는 것은 눈과 렌즈의 혼동 때문이다. 초점 맞추기는 왜 간단하지 않은지, 인간의 눈과 렌즈의 차이가 무엇인지, 그것들 사이에 어떤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가 있는지 제대로 알 때 초점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다. 






퇴근길이다. 오늘은 태풍 전야다. 태풍 솔릭이 북상 중에 있다.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평소에 잘 이용하지 않던 지하 주차장에 주차를 시키고 아파트 입구에 막 들어선 순간이다. 순간 아내가 주차를 어디에 시켰는지 걱정이 되었다. 아내와 전화 연결이 되어 지하 주차장에 주차를 시켰는지 확인하고 있는 찰나에 주차장으로 차 한 대가 들어오고 있었고, 전조등에 반사되어 순간 내 모습이 스크린에 투영되어 실루엣처럼 나타났다. 왼손에는 전화기를 들고 있었다. 아내와 통화 중인 전화기를 내려놓을 수 없어서 왼손에는 전화기를 들고 오른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눌렀다. 미리 카메라를 세팅해 놓지 않았고, 셔터 속도를 확보할 수 없었고, 또 한 손으로 카메라를 쥐고 있었다. 카메라의 흔들림으로 인해 초점이 맞을 수 없었다. 혹자는 초점이 맞지 않은 사진은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한다. 책을 통해 읽은 글 때문일까 나는 초점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게 생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