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부류에 대한 설명만 남았다. 결국 사진에 감성을 담아야 하는데, 그 감성은 사진을 찍는 그 순간에 다 담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이쯤 되면 카메라뿐만이 아니라 다른 도구들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사진을 찍었을 때 그 감성을 다 담지 못했다면 후보정을 통해서라도 완성을 해야 한다. 넘치면 덜어낼 수 있어야 하고, 부족하면 더할 수 있어야 한다. 포토샵이나 라이트룸을 통해 사진을 완성하는 과정이다. 아직 여기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더 미룰 수 없다. 여기까지가 내가 사진을 배워가는 과정이다. 반년이 지났다. 새해가 시작되면서 사진을 배워보자고 생각했고, 지금까지 혼자서 사진을 배워가고 있다. 아직은 미숙함 그 자체다. 나에게는 시간이 많다. 천천히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사진을 배워 나가보자. 나를 위해서 그리고, 혹 나와 같은 과정을 걷고자 하는 다른 누군가를 위해 이렇게 글로 기록하자.
사진은 내가 즐겨 찾는 곳 카페 띠아모에서 찍은 사진이다. 실루엣처럼 그림자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이가 바로 나이다. 이곳은 나의 아지트이다. 주말이면 혼자 이곳에서 시간을 보낸다.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생각도 정리한다. 지난 주말에도 이곳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주차장에 차가 들어오면서 유리에 빛이 반사되어 눈이 부시었다. 창가로 가서 블라인드를 내리려고 하는데 내가 앉아 있던 벽 쪽에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어 또 다른 내 모습을 사진에 담아 보았다. 사진은 또 다른 나를 발견해 나가는 과정이다.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을 넘기고, 하늘의 뜻을 깨닫는다는 지천명을 앞두고 있는 이 시기에 내가 사진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그냥 우연히 사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일까? 이 시점에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사진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 작년 한 해 동안 자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나를 제대로 알아야 내 삶이 행복해질 것 같았다.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다. 아직도 나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나를 발견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 시점에 사진이 내게 성큼 다가왔다. 사진은 나를 발견해 나가기 위한 도구이다. 시간이 흘러 내 사진을 보면 내 마음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지금 내가 사진에 관심을 두고 혼자서 사진을 배워 나가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