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책 100권 읽기 아흔한 번째 책입니다.
월간 사진 8월호다. 별별 몸을 탐구하다. 어릴 적 마음이 먼저냐, 몸이 먼저냐를 두고 친구와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물론 어른이 되고 나서 그 둘이 '결국은 하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어떤 순간만큼은 몸이 마음을 대신하고, 정신을 지배하며, 감정을 이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예술 속 몸은 더더욱 그렇다. <월간사진> 8월 특집호의 주제는 '몸'이다. 당당한 몸, 유쾌한 몸, 수줍은 몸, 슬픈 몸, 진지한 몸, 그리고 절규하는 몸까지 다양한 몸의 표정들과 소리를 담았다. 작가적 시전으로 몸의 아름다움을 탐닉하는 사진부터 몸을 통해 사회적 금기와 고정관념에 맞서는 작품에 이르기까지. 총 24명의 국내 및 해외 작가들이 참여했다. 작가를 서치하고 선정하면서 이토록 넓은 스펙트럼을 지닌 주제가 또 있을까 싶을 만큼 흥미진진함을 느꼈다. 사람에게 몸이 있듯 카메라에도 '바디'가 있으니, 카메라 바디를 꿰뚫어 보기 위해 알아두면 좋은 카메라 용어까지 알차게 준비되어 있다.
몸의 소리. 과거 몸은 인간의 영혼과 이성을 담는 그릇으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몸은 인간의 정신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존재로 격상됐고, 더 나아가서는 내면의 목소리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하트 시그널이 되었다. 우리는 '몸'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일까. 단순히 아름다운 곡선을 예찬하기 위함일까. 아니면 글이나 말로는 내뱉기 어려운 복잡 미묘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일까. <월간사진>은 현대미술 속에서 몸과 사진을 결합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24인의 작업을 한데 모았다. 몸을 이용한 사진 작업의 변화과정과 함께 그들의 진솔한 고백을 들어볼 수 있다.
왜 하필 '몸'일까? 19세기 중반 사진이 발명된 이후 사진은 다양한 매체적 실험을 바탕으로 인간의 몸을 묘사해왔다. 전반적인 예술 관점에서 몸의 위상은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사진의 역사 속에서 사진가들이 그려낸 몸은 어떠한 패러다임과 함께 전환되어 왔는지를 정리했다.
니체가 등장하기 전까지 몸의 위상은 그리 높지 않았다. 단지 인간의 이성과 영혼을 담는 '그릇' 정도로만 취급될 뿐이었다. 이는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라는 데카르트의 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몸을 정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등하게 취급하는 생각에 변화가 일기 시작한 건 니체의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세상에 공개되면서부터다. 니체는 몸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로 보았다. 몸은 생각하는 존재가 아니라고 규정했던 과거의 이원론적 사고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그는 몸을 사회성과 정치성에 근거해서 바라보았다. 메를로 퐁티 역시 몸과 정신은 서로 연결되는 상호 교류적인 존재라고 주장했다. 몸으로 인간의 정신, 영혼 등을 표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진이 발명되기 전 초상화를 소유한다는 것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것과 같았다. 이유는 단순하다. 초상화 하나를 제작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귀족만의 소유물이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야말로 부와 권력의 상징이자, 신분을 구별 짓는 수단 중 하나였다. 이처럼 초상화는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매체이자,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수단이었다.
월간 사진 8월호는 사람의 몸을 주제로 하고 있다. 잡지를 넘기다 보면 내가 생각하고 있던 몸과 다른 관념의 몸을 볼 수 있다. 나는 사진을 찍을 대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작가들은 일반인들과 다른 눈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사람의 몸을 이렇게 아름답다는 것과 사람의 몸 하나로도 작가의 상상력과 마음의 눈이 열렸다면 얼마든지 다양한 주제로 사진을 찍을 수 있음을 알았다. 사진을 찍을 대상이 없다. 주제가 없다는 말은 이제 쉽게 내뱉지 못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몸을 주제로 다양한 몸을 소개했으니 그에 걸맞게 카메라의 몸인 바디 용어를 설명하고 있다. 그동안 사진과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기에 나에게는 새롭지 않았다. 그래도 복습 차원에서 다시 개념을 잡을 수 있도록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용어 설명은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전자책으로 종이책의 정가보다 저렴하게 구입하면서 기다리지 않고 바로 책을 구입할 수 있어서 좋다. 잡지는 집중력을 요구하지 않기에 머리가 복잡하거나 자투리 시간에 읽을 수 있어 좋다. 앞으로도 월간 사진은 계속 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