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책 100권 읽기 여든아홉 번째 책입니다.
새벽 공기는 조금 시원해졌지만 한낮은 여전히 무더운 날씨다. 입추도 지났는데, 아직 말복이 지나지 않아서 일까 여전히 덥다. 이런 날씨에는 시원한 도서관에서 집중해서 책을 읽는 게 좋다. 빌린 책의 반납이 도래되었고, 새로운 책도 읽고 싶어 사천도서관으로 나왔다. 한 권의 책을 빠르게 읽고 다시 한 권의 책을 읽기 시작한다. 그 책이 바로 내 사진에 힘을 주는 101가지다. 아직 내 사진에는 어떠한 힘도 없다. 그래서 이 책이 기대가 된다. 도서관에서는 여유롭게 책을 읽으며 바로 독서노트를 남길 수 있어서 좋다. 아이패드만 있으면 책을 읽으면서 그 순간 느낌을 메모로 남겨 두었다가 책을 읽고 난 다음 독서노트로 옮긴다.
이 책의 특징이 있다. 사진과 관련된 책이면 응당 많은 사진이 실리게 마련인데 이 책엔 사진이 한 장도 없다. 사진 기술서와 이론서를 보면 내용을 설명하고 이해를 돕는 목적의 자료사진이 등장한다. 아름다운 모델이나 멋진 풍경을 찍은 것이 많은데 그런 대상은 누가 찍어도 멋지게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실제 상황에서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에는 사진을 대신해서 그림이 들어가 있다. 독자들의 상상력을 제한하지 않으려는 작가의 의도가 보인다. 무엇보다 이 책은 읽는 순서가 없다. 그냥 편하게 읽을 수 있고, 빠르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사진에 있어서 카메라라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이 책은 사진의 소프트웨어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책이다. 일단 기억에 남는 내용 몇 가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지금 내가 무엇을 찍고 있는지, 주인공이 누군지 끊임없이 생각해라.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빛을 의심하라.
전원을 켜고 끌 줄 안다면 거리로 나서라.
가볍고 튼튼한 카메라면 뭐든지 좋다.
틈이 날 때마다 당신이 가진 카메라의 사용 설명서를 읽어라.
자신만의 관점을 만들어라.
좋은 사진은 ‘건지는 것’이 아니라 ‘찍는 것’이다.
좋은 인물 사진가는 좋은 이야기꾼이다.
“당신의 사진이 불만스럽다면 충분히 가까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 로버트 카파
사진은 빛으로 그림 그림이다.
어떤 카메라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마음에 드는 사진을 1년에 한 장만 건질 수 있다면 나는 아주 운이 좋은 편이다.” -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흐린 날을 사랑하라. - 흐린 날이 오히려 인물사진을 찍기에 좋은 날이다.
비 온 뒤엔 색이 생생하다. 완전히 마르기 전까지는 대상의 색이 훨씬 생기 있어 보인다.
ISO까지 자동으로 결정해 버리는 어리석은 완전 자동 모드는 금물이다.
반복을 깨라. 예상을 깨라. 항상 변화를 시도하라.
풍경 사진을 찍을 때는 풍경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 장치를 넣어라.
화면 가운데의 수직선과 가로선을 기준으로 수평을 잡아라.
시각은 여러 감각 중 하나일 뿐이다.
사진은 2차원 세상이지만 2차원 세상에 머물도록 해서는 안된다.
자신이 찍고 싶은 것을 찍으면 사진 찍기가 즐겁다.
중요한 것은 구도가 아니라 구성이다. 찍고 싶은 것만 담는 것이 중요하다.
프레임 속에 다시 프레임을 형성하면 주목도가 높아진다.
좋은 사진을 알아보는 눈을 기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좋은 사진집을 많이 보는 것이다.
줌렌즈는 독이다. 최소한 사진을 배우는 단계에선 줌렌즈는 독이 된다.
사진의 마지막 5%는 배경에서 결정된다. 배경도 당시 사진의 일부다.
좌우로 한 걸음, 앞뒤로 한 걸음, 앉고 엎드리면 사진이 바뀐다.
사진은 빛과 함께 시작된다.
태양을 바라보며 건물을 찍어야 할 때 참을성 있게 기다려라. 구름이 태양을 가려줄 때까지.
리터칭, 밝기는 조절하되, 색은 바꾸려 하지 마라.
사진에는 찍을 때의 감정 상태가 담긴다. 내 사진을 보거나 다른 사람의 사진을 볼 때 이런 감정 상태를 읽어 보는 것도 유익한 일이다.
사진에 사람이 있으면 보는 이는 사람에 가장 먼저 주목한다. 사람 중에서도 뒷모습보다는 옆모습, 앞모습에 더 주목한다. 같은 크기의 앞모습이면 남자보다 여자에 더 주목한다. 같은 크기의 여자 앞모습이라면 움직임이 큰 쪽에 더 주목한다. 움직임이 크고 얼굴도 보이면 사진 전체 크기에서 작은 요소라고 하더라도 주목받는다.
야경 사진은 한밤중에 찍는 것이 아니다. 해가 떨어지고 난 뒤 아직 하늘에 푸른빛이 남았을 때 찍어야 좋은 밤하늘을 담을 수 있다. 동이 트기 전 새벽도 마찬가지로 좋은 색을 제공한다.
렌즈를 많이 들고 다니지 마라. 통상 바디에 하나 물려 두고 하나는 가방에 넣고 다니면 적당하다. 세 개 이상 들고 다녀도 잘 갈아 끼우게 되지 않는다. 무거운 것도 문제이지만 렌즈의 초점거리를 바꿔야 되는 경우의 절반 이상은 촬영거리를 바꾸는 것으로 해결된다.
피사체를 재해석하는 좋은 방법은 반영된 이미지를 찍는 것이다.
전경을 걸치고 찍으면 좋다. 전경을 걸치고 찍는 이유는 이미지의 심도를 깊게 하기 위해서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전경에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만약 걸치고 찍은 전경이 카메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면 효과도 뚝 떨어진다.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사진을 찍어라.
멋진 풍경 속에 사람을 넣으면 남들과는 다른 풍경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지금까지 말한 것들은 모두 잊어도 된다. 단 이것만은 기억하라. 가장 좋은 사진은 재미있는 사진이다.
사진은 시이며 수필이다. 전부를 보여 줄 수 없다는 면에서 또한 리듬을 타야 한다는 점에서 사진은 시에 가깝다. 주어와 서술어를 몽땅 다 넣고 나면 사진이라 할 수 없다. 한 장의 사진에 이야기의 기승전결을 모두 넣을 수 없다. 정서적으로 호소하고 가슴으로 읽을 수 있는 것이 사진이다.
초보자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사소한 것에 있다. 사진을 찍으러 거리에 나선다면 늘 ISO를 미리 확인하라. 지난밤 야경을 찍느라 1600으로 세팅했던 ISO를 오늘 날씨에 맞게 200이나 400으로 바꿔라. 일단 길거리에 나섰다면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 렌즈 캡을 벗겨 두고 카메라의 전원도 켜 둬라. 순간적으로 셔터를 누를 수 있어야 한다. 어느 세월에 가방에서 꺼내 렌즈 캡을 벗기고 전원을 켤 것인가?
사진은 회화를 해방시켰다. 사진의 발명과 더불어 정밀묘사의 필요성이 없어진 화가들은 실물과 다르게 그리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추상성이 깊어지면서 다양한 그림들이 탄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눈에 보이는 것을 보이는 그대로 사진으로 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마음의 눈을 길러야 한다. 그러나 어렵다. 그림은 작가가 생각한 대로 생략이나 추가할 수 있지만, 사진은 카메라 렌즈 앞에 펼쳐진 세상을 그대로 옮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렵다.
갑자기 셔터를 눌러야 한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어떤 현장과 마주쳤을 때 셔터를 누르기에 앞서 본능적으로 눈앞에 드러난 모든 것을 관찰한다. 모든 조건을 다 살필 수는 없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분명히 보고 찍어야 한다. 색, 빛, 반사 등을 보고 각 요소들의 위치를 보면서 전반적으로 조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 일단 마음에 들었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조금 더 기다려라. 일단 느낌이든 본능이든 마주친 대상 앞에서 숨죽이며 기다리다가 최종 포인트를 추가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동시에 프레임을 어지럽힐 방해물이 없는지도 확인한다. 그리곤 셔터를 누른다. 이렇게 누른 사진이 좋은 사진이 될 가능성이 높다.
표준렌즈만으로 충분하다. 브레송뿐 아니라 여러 대가들이 50미리 렌즈 하나만 들고 사진을 찍었다. 표준렌즈가 사람의 시각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브레송이 카메라를 “내 눈의 연장”이라고 했던 것에서 잘 알 수 있다. 왜곡이 덜하고 조리개 최대 개방치가 크고 무게가 가볍고 가격도 싼 편이다. 먼 곳은 가까이 다가가서 찍고 가가운 것은 물러서서 찍어야 하기 때문에 사진의 기본을 배울 때 좋다. 사진기자들도 대부분 초보시절엔 푲ㄴ렌즈 하나만 지급받아 훈련한다.
보급형 DSLR에 번들 렌즈 하나면 충분하다. 이제 막 사진을 시작한다면 보급형 DSLR을 권한다. 렌즈는 번들 렌즈 하나면 된다. 이어서 여유가 생긴다면 50미리 표준렌즈를 구입한다. 보급형 바디는 크롭 바디이므로 50미리 렌즈가 망원렌즈 역할을 하니 인물을 찍을 때 유용하다. 다시 추가할 여유가 생긴다면 플래시를 권한다. 야간에도 셔터 속도를 확보할 수 있으며 역광을 극복할 수 있다. 실내에서 인물의 피부톤이 생기 없어 보이게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다시 추가할 여유가 있다면 200미리까지 지원되는 줌렌즈를 권한다. 예산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니 자신에게 맞춘다. 어두울 땐 밝은 렌즈가 좋긴 하지만 바깥에선 큰 차이가 없다 다시 추가할 여유가 있다면 삼각대를 권한다. 밫의 변화를 기다리며 한두 시간쯤은 한자리에 머무를 일이 많다. 이럴 땐 낚시하듯 카메라를 삼각대에 걸어 두면 체력 소모가 줄어든다.
색은 의미를 담고 있다. 붉은색은 태양, 왕, 성직자, 권의, 피, 정열, 뜨거움을 상징한다. 푸른색은 하늘, 바다, 평화, 시원함을 상징한다. 노란색은 태양, 에너지, 황금, 따듯함을 상징하다. 시대와 문화와 종교에 따라 다르다. 컬러사진은 색을 담고 있다. 사진에 등장한 색은 모두 의미가 있는 것이다. 자신의 의도에 맞는 색을 가려서 쓸 수 있어야 한다.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세상은 넓다. 사진가는 넓은 세상 중에서 카메라의 네모에 담긴 만큼만 찍는다. 사진을 보는 사람은 사진가의 네모 안에서도 자신이 생각하는 만큼만 받아들인다. 그래서 찍은 사람이 바라본 현실과 관람객이 본 사진은 차이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