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Life/Photo Essay

여름의 문턱에서 코스모스를 바라보며 가을을 느껴봅니다.

하나모자란천사 2018. 6. 15. 15:38

독학으로 사진을 배우고 있다. 혹자는 요즘 세상에 누가 사진을 배우냐고 반문할 수 있다. 충분히 그렇게 말할 수 있다. 나 역시 사진을 배우기 전에는 그런 생각을 했다. 소위 말하는 뚝딱이 카메라의 경우 셔터만 누르면 모든 것을 알아서 찍어 준다. 더 나아가서 스마트폰 카메라는 뚝딱이 카메라를 시장에서 내몰아 버렸다. 시중에 유통되는 어지간한 스마트폰 카메라 기능이면 뚝딱이 카메라 수준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요즘은 AI(인공지능) 기능을 장착한 카메라 앱이 나오고 있고, 사진의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카메라 플래시에 인공지능을 탑재한 제품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굳이 사진을 배울 필요가 있을까? 과연 그럴까?




사진을 배워야겠다고 결심하고 혼자서 사진과 관련된 책을 꾸준히 읽고 늘 카메라를 휴대하면서 사진을 찍기 시작한 지 6개월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사진을 배우기 전과 배우고 난 후 나의 사진이 달라졌을까? 아직 모르겠다. 조금 달라진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다. 아직 내 사진을 보며 만족을 못한다. 사진의 퀄리티 측면에서 달라진 것을 못 느낀다. 하지만 사진을 대하는 태도만큼은 달라졌다.


나의 생활이나 행동 패턴도 달라졌다. 우선 혼자 조용히 산책을 즐기는 시간이 늘었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도 늘었다.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가족과 함께 여행(여행이라기보다는 나들이라는 표현이 나을 것 같다)을 떠나는 횟수와 시간이 늘었다. 나에게는 이것이 '소확행'이다. 소확행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의 소설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언급한 것으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말한다.



이것은 하나의 트렌드다. SNS를 보면 이러한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이것을 두고 위켄드 겟어웨이(weekend getaway)라고 말하기도 한다. 주말 이틀 동안 집 근처로 수시로 떠나는 휴가를 말한다. 여행이 '가끔 멀리' 보다 '자주 가까이'라는 개념으로 바뀐 것이다. 나도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따르고 있다. 주말 이틀 동안 가족과 함께 멀지 않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있다. 여행하면 사진이다. 가족도 나도 동시에 만족을 얻을 수 있어 좋다.



지난 주말에는 시골 어머니댁을 다녀왔다. 점심을 먹고 혼자 조용히 바닷가를 거닐었다. 내 눈에 코스모스 한 송이가 들어왔다. 순간 계절을 착각했다. 코스모스는 가을을 대표하는 꽃이다. 아직 여름이 시작되지 않았는데 홀로 이렇게 피어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이니 그냥 사진을 찍어도 된다. 달라진 것은 그냥 사진이 아니라 사진을 찍는 순간 내가 무엇을 느끼고 싶은지를 생각한다.


외로움이다. 코스모스는 원래 군락을 이뤄서 함께 핀다. 코스모스 군락을 보면 이쁘다. 그런데 홀로 핀 코스모스도 이쁘다. 이쁘다. 그렇지만 외롭다. 주변에 함께 꽃이 없고 혼자라서 외롭다. 그 외로움을 사진에 담고 싶었다. 그런데 처음 찍은 사진을 외로움보다는 이쁘고 화사한 느낌이 사진에 더 많이 담겼다. 카메라를 아래에 두고 꽃을 하늘에 두고 사진에 담으니 같은 꽃인데 다른 느낌이다. 위 사진보다 꽃이 드러나지 않는다. 배경도 화사함보다는 조금 음산하다. 위 사진보다는 외로움이 느껴진다. 난 그래서 위 사진보다 아래 사진이 더 마음에 들었다.


이것이 내가 사진을 배우기 전과 후 달라진 내용이다. 조금 더 생각을 입힌다. 사진을 보며 다른 것을 떠 올려 본다. 이 코스모스가 홀로 꽃을 피우기까지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아닐 수도 있다. 옆에 많은 코스모스가 자라고 있다. 그런데 이 녀석만 꽃을 피우고 있다. 다른 녀석들은 아직 꽃봉오리도 없다.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보는 것 같다. 좋을까? 난 아니었다. 외로웠다. 아이들도 이와 같다고 생각했다. 부모의 욕심에 남들보다 더 빨리, 더 많이, 그렇게 세상에 빨리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 과연 아이들에게 좋은 것일까? 이 코스모스처럼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어떨까?


한 장의 사진에 이런 생각을 담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