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ly Cook

봄 비가 내리던 날, 나는 동래파전을 떠 올렸다

하나모자란천사 2018. 4. 6. 11:23

나이가 들면 감정 표현이 풍부해지는 것일까? 요즘은 괜히 날씨에 따라 기분이 따라가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요즘은 예전처럼 맑은 하늘을 볼 수가 없다. 겨우 비 온 다음 날이라야 파란 하늘에 뭉개 구름을 볼 수 있다. 아쉬운 것은 그런 날은 주말이 아닌 평일이라는 것이다. 오늘도 그렇다. 아침 출근을 하려고 아파트 입구를 나오는데 보고 싶었던 하늘이다. 야속한 하늘, 꼭 출근하는 날에만 이런 하늘이다. 마음은 맑고 포근한 봄 날씨를 즐기러 어디론가 떠나고 있지만 몸은 회사를 향하고 있다. 어쩌겠는가? 이것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가장의 숙명이 아니겠는가? 이 구속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아쉽지만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출근할 때는 맑은 하늘이었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그것도 제법 굵은 비가 내린다. 기상청에서 슈퍼컴퓨터를 바꿨다고 하더니 요즘은 일기예보가 정확한 편이다. 항상 욕만 먹더니 요즘은 바뀐 슈퍼컴퓨터 덕분에 욕먹을 일이 없겠다. 그러나 슈퍼컴퓨터가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았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어쩌겠는가? 세상이 그렇게 바뀌고 있는데, 괜히 쓸데없는 생각이다. 



이 비가 오늘도 내일도 계속 내릴 거라고 한다. 퇴근 시간이 다 되었다. 비 때문일까? 괜히 센티멘털하다. 갑자기 동래파전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아내와 연애시절을 떠 올렸다. 동래 금정산을 산행을 했을 때다. 벌써 1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이 추억을 아내와 같이 떠 올리고 싶었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파전을 만들 재료가 모두 있어서 마트에 들리지 않고 바로 집으로 향했다. 



아내가 냉동실에 있는 오징어를 미리 해동을 해 두어서 특별히 준비할 재료는 없었다. 오래간만에 가족들을 위해 아빠의 요리가 시작된다. 재료는 부침가루, 쪽파, 양파, 생각, 오징어, 계란이 전부다. 동래파전하면 두툼한 것이 제일 먼저 떠 올랐다. 요리를 시작하기 전 만개의 레시피를 통해 간단하게 요리 과정을 확인하고 요리에 들어간다.



먼저 부침가루를 볼 용기에 넣고 물을 부어서 적당히 반죽을 만든다. 나는 정확한 계량은 하지 않는다. 그냥 대충 눈과 손의 느낌으로 만든다. 



오징어를 좀 큼직하게 썰고 싶었는데 아내가 가늘게 썰어 달라고 요청을 했다. 이런 것에 고집을 부릴 이유가 없다. 아내의 말을 따른다.



부침가루(밀가루) 반죽에 계란을 풀지 않고 파전 위에 별도로 계란을 푼 것을 올린다. 내가 먹었던 동래파전도 그랬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색감 때문에 더 맛이 있었던 것 같다.



다른 해산물이 없어서 양파와 당근도 적당히 썰어서 준비를 했다.



쪽파는 어머니댁에서 공수한 재료다. 손질해서 물기를 제거한다.




넓은 팬에 기름을 두르고 불에 팬을 달군 후에 쪽파를 반죽에 묻힌 후 바닥에 깐다. 그위에 밀가루 반죽을 더 올리고 손질해둔 해물, 양파, 당근 등을 더 올리고 계란 풀어놓은 것도 올린다.



문제는 뒤집는 것이다. 처음 것은 너무 크게 붙여서 뒤집다가 찢어졌다. 그래서 두 번째는 요령이 생겼다. 너무 크게 붙이면 뒤집기가 힘들기 때문에 크기를 줄였다.



보기에는 그래도 재료가 대부분 어머니댁에서 직접 공수한 것이라 싱싱해서 그런지 맛있다. 아내도 아이들도 맛있어한다. 아내와 나는 파전을 먹으면서 옛 얘기를 나눈다. 아이들은 알 수 없는 둘만의 추억이 깃든 이야기다.



가끔 아빠인 내가 직접 요리는 만든다. 대부분 단순하게 만들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아내와 아이들은 좋아한다. 맛이 있어서가 아니라 늘 아내의 요리만 먹다가 다르기 때문에 신선함을 느끼는 것 같다. 내 요리의 비결은 신선함이다. 때문에 자주는 만들지 않는다. 아주 가끔씩 드문드문해야 가치가 있다. 오늘은 비까지 내려서 그 효과가 더 했다. 결국 오늘도 성공이다. 가끔씩 가족을 위해 간단한 요리라도 도전을 해 보라. 직접 해 보아야 그 기쁨을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