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책 52권 읽기 여든 번째 책입니다.
이 책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았다. 분명 읽었던 책인데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마도 이 책은 내가 독서노트를 기록하기 이전에 읽었을 것이다. 집에서 책을 찾아보았다. 보이지 않는다. 올해 초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면서 책장에 있는 다수의 책을 정리했는데 정리된 책에 포함이 된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이 책을 다시 구입할 필요가 가치는 없다. 고민을 너무 오래 하는 것도 좋지 않다. 이 책이 리디북스를 통해서 전자책으로 다시 나왔다. 그래서 5년 대여로 책을 구입했다. 넛지를 읽기 시작했다. 책에 빠져 들었다. 그리고 두 번의 후회를 했다.
첫 번째 후회는 읽었던 책이 맞다는 것이다. 처음 도입부를 읽을 때만 하더라도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출장길에 기내에서 읽어서 집중력이 떨어졌기 때문이었을까? 조금 더 읽어 내려가니 읽었던 책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괜히 구입을 했다. 기억을 최대한 더듬어 보면 이렇다.
우리는 삶을 살면서 많은 선택지를 누리고 있다. 이제는 너무 많은 선택지로 인해 올바른 선택을 하기가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적절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가이드를 제공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까? 일단 민주주의 제도에서 위배가 된다. 인간은 누구가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고 자신의 삶에 대한 선택권을 누릴 수 있다. 또한 인간은 만물의 영장으로 지혜를 가지고 있으며 누구나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올바른 판단과 선택을 내릴 수 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견해이다.
과연 인간은 항상 올바른 판단과 선택을 내릴 수 있을까? 이 책에서는 아니라는 결과를 제시한다. 인간은 그렇게 똑똑하지 않다. 똑똑하고 현명한 인간이라도 다양한 선택지에서 충분히 많은 실수를 할 수 있는 존재가 인간이다. 때문에 저자는 그 실수를 줄일 수 있도록 선택지를 축소하거나 조정하는 역할을 통해서 개인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넛지(Nudge)에 대해 알아보자. 넛지란 단어는 ‘팔꿈치로 쿡쿡 찌르는 행위를 의미한다’ 넛지는 행동경제학의 일환으로 발전이 되었다. 원래는 행동주의 심리학에서 시작되었으나 곧 행동주의 경제학으로 발전이 되었다. 어렵다.
행동주의 심리학 & 경제학이라. 행동주의도 어려운데 심리학과 경제학과 관련이 되었다니 더 어려워 보인다. 쉽게 예를 들어 보자. 책에서 언급된 문구를 생각하면 미국에서 급여는 주급과 월급이 있는데 주 정부에서 개인의 복지 및 노후 문제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저축을 늘려야 하는데, 정부가 개입이 연금제도를 개선한다면 개인들의 반발할 것이다. 이때 똑같은 상황에서 급여를 월급 형태로 월 1회 제공하는 것과 주급 형태로 주 1회씩 4회 또는 격주에 1회씩 2회를 제공하는 방법이 있는데 실험 결과 월급을 주 1회씩 제공하는 경우가 월 1회 제공할 때보다 저축금액이 더 높더라는 것이다. 이렇게 사람의 행동을 제어하는 심리를 이용하여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넛지라고 한다.
다른 예를 들면 미국에서는 비만 문제가 큰 사회이다. 이 경우 학교에서 급식에서 반찬의 배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용자가 특정 반찬을 더 많이 먹거나 덜 먹는다고 한다. 이러한 행동 제어를 통해 칼로리가 높은 음식은 덜 먹게 하고 영양소가 높은 음식은 더 먹게 할 수 있다는 원리이다. 이제 넛지라는 개념에 대해서 이해했다.
책의 전반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개입된 문제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낙관적으로 문제를 바라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통계의 자료를 통해서 알려주고 있다. 사람들이 비현실적인 낙관주의 때문에 리스크를 감수하고 있다면 넛지를 사용하여 그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넛지에서 언급된 행동주의 경제학의 대표적인 부분이 일시 무료이다. 미국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경우 이제는 거의 보편적인 것이 되어 있다. 예를 들면 지금 내가 사용하는 에버노트를 3개월 동안 무료로 모든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단, 사용자가 취소를 하지 않을 경우 이후에는 정기적인 비용이 지급되는 방식이다. 이를 디폴트 옵션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러한 방식(디폴트 옵션)으로 잡지나 신문 등을 정기 구독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것이 넛지 바로 행동주의 경제학의 개념이다.
이 외에도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이미 많은 넛지의 통제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예를 들면 고속도로의 커브 구간에서 속도를 줄이기 위해 바닥에 홈을 파서 소리로서 속도감을 느끼게 하여 속도를 줄이게 하는 것도 넛지의 행동 제어 사례이다.
책은 넛지의 효과를 확인 및 검증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을 제시한다. 대부분의 실험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은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실험 결과는 다수가 합리적인 결정보다는 심리적인 영향으로 이끌려가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넛지의 조명 효과를 통해서도 사람들은 나를 주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증명이 되었다. 내가 무슨 옷을 입었고,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나에 대해 주목하지 않기에 나는 나의 삶을 살면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의식해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포기하지 말자.
이 책을 통해서 사람들은 옳고 그름의 판단보다는 사회적 넛지에 동조하는 현상을 보이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았다. 문제를 이를 정보를 제공하는 측에서 나쁜 의도로 이용을 한다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걱정했다. 넛지를 긍적으로 활용하면... 대한민국이라는 사회가 보여준 이미지 때문에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그리고 걱정이 되었다.
넛지를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례로는 아파트 관리 요금 고지서의 다른 세대와 사용량에 대한 비교 분석치 자료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설득의 심리학이 떠오른다. 설득의 심리학의 확장판으로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책의 인용구에도 설득의 심리학의 저자인 로버트 치알디니의 실험에 대한 얘기도 언급된다.
이 책에 대한 두 번째 후회는 두 번 읽을 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일단 번역이 엉망이다.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다. 그래서 올해 초반 미니멀 라이프를 실행하면서 보관할 책과 버려야 할 책을 구분할 때 이 책은 버려야 할 책에 포함되어 버려졌다. 그런데 이 책을 다시 구입했고 며칠간 이 책을 잡고 있었는데 후회가 남는다. 다시는 이 책을 구입하는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이렇게 독서노트로 기록을 남기기 때문이다. 좀 더 일찍 독서노트를 기록하기 시작했다면 이런 실수를 범하지 않았을 것인데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