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책 52권 읽기 일흔네 번째 책입니다.
아주 오래간만에 소설을 읽었습니다. 원래 소설은 저의 독서 성향과는 거리가 멀었는데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박웅인의 '책은 도끼다' 시리즈의 영향일까요? 그 책의 영향으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읽고 그 이후에도 '오베라는 남자',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등의 소설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또 한 권의 소설을 읽었습니다. 김영하 작가의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입니다. 김영하 작가에 대해서는 사실 잘 몰랐습니다. 그를 알게 되고 그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JTBC '알쓸신잡' 이후입니다. 지난여름 아내와 영화 '택시운전사'를 보러 갔다가 예고편으로 '살인자의 기억법'을 보게 되었고, 배우 설경구 씨가 주연으로 나와서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 그 영화가 김영하 작가의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을 영화로 만든 것이란 것을 알고 책을 구입해 두었다가 이제야 읽었습니다.
이 소설은 몰입도가 높습니다. 처음에는 짧고 강렬한 문체에 적응을 못해서 '뭐지~ 이거'라고 생각했는데 읽다가 보면 책에 금방 빠져듭니다. 일단 읽기는 쉬웠습니다. 이유는 소설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이 많지 않습니다. 책을 다 읽고서야 알게 되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연쇄살인자 70세 노인인 김병수 씨와 딸 은희(사실은 딸이 아닌 그의 요양 보호사로 밝혀집니다), 그리고 딸 은희와 결혼하려는 또 다른 연쇄살인자인 박주태(그는 김병수를 지켜보던 형사로 밝혀집니다)가 거의 전부입니다. 등장하는 인물이 적다 보니 갈등 구조도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뭔가 큰 반전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게 만드는 것이 그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것과 책의 제목에서와 같이 살인자의 기억법을 통해 사건이 밝혀지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결국 다양한 상상을 하면서 최종 반전으로 상황은 급 마무리됩니다. 저는 절반의 추측이 맞았습니다.
처음에는 지금까지 읽었던 소설과 조금 달라서 어리둥절하다가 조금씩 책에 빠져들면서 이 책을 내려놓지 못하고 쭉 끝까지 읽었습니다. 저는 이 소설은 전자책으로 읽었습니다. 책의 끝에 권희철이라는 문학평론가의 이 책에 대한 해설이 있습니다. 그는 이 책의 단점이 있는데 그 단점은 이 소설이 너무 잘 읽힌다는 것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왜 그것이 단점일까요? 소설에서 뭔가 찐한 감동을 기대하거나 아니면 소설에서 지적인 소양을 얻어야 하는 것일까요? 나는 그냥 쉽게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책을 원했고 이 책에서 그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여름 이후로 책 읽기의 재미를 읽어 버리고 책 읽는 것이 주춤해 있었는데 이 한 권의 소설로 책 읽는 즐거움을 조금이나마 다시 찾은 것 같습니다. 김영하 작가의 다른 소설도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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