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은 내가 우리 집 요리사가 되는 날입니다. 뭐 항상 그런 것은 아니고 가끔은 고생하는 아이와 아이들을 위해서 요리를 합니다. 사실 제가 요리를 잘 하는 것은 아니지만 늘 엄마가 해주는 음식을 먹다가 아빠가 요리를 하면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도 아이들이 맛있어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요리를 형편없이 하는 것도 아닙니다. 20대 초반부터 결혼까지 자취생활이 10년은 넘었고, 군생활을 하는 동안 3개월 GOP 근무 시 소대가 단독으로 근무를 해서 3개월 동안 소대원의 식사를 책임지기도 했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칼질은 아내보다 더 잘한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오늘은 가족을 위해 요리하는 남편과 아빠가 되기로 했습니다.
오늘 메뉴는 새우를 재료로 한 새우 소금구이와 새우튀김입니다. 와룡산 새섬봉에서 내려온 후 남양동에서 송포동으로 바로 향했습니다. 실안 해안도로를 따라 포도농장을 지나 씨맨스 선상카페를 지나자마자 오른쪽 건물이 새우를 먹을 수 있고 판매를 하는 곳입니다. 8월 팀원 워크숍 때에 이곳에서 새우를 구입해서 먹었는데 싱싱하고 맛이 있어서 가족들과 함께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거성 수산(벌떡 새우)인데 계절에 따라 시세가 다르지만 여름철에는 1Kg에 3만 원입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새우가 살아서 박스 안에서 벌떡 벌떡 뛰고 있었는데 집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박스에 들어 있는 아이스 팩 때문인지 새우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네요. 흐르는 물에 새우를 씻었더니 다시 정신을 차리고 살아 서 움직이네요.
우선 쉽게 만들 수 있는 소금구이입니다. 팬에 쿠킹 포일을 두 겹으로 깔고 왕소금(굵은소금)을 깔고 그 위에 양파를 얇게 쓸어서 펼치고 새우를 위에 올립니다. 그리고 팬의 뚜껑을 닫고 불을 올리면 됩니다. 새우가 살아 있기 때문에 뚜껑을 꼭 닫아야 합니다.
잠시 후 새우가 이렇게 맛있게 익었습니다. 새우 머리는 그냥 몸통에 비해 금방 익지 않습니다. 또 머리는 그냥 먹기 어렵고 아이들은 머리를 잘 먹지 못하기 때문에 머리는 잘라서 특별한 요리를 만들어 냅니다.
새우튀김은 손이 많이 가는지라 요리를 준비하면서 사진을 남기지 못했네요. 전날 만개의 레시피를 통해서 사전에 새우 손질하는 방법과 맛있게 튀겨 내는 방법을 익혀 두었기에 막힘 없이 새우를 튀겨낼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새우를 튀겨서 건져 내자 마자 사라지고 없네요. 아내와 아이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먹어 치우네요.
참고로 새우 손질은 까다롭습니다. 튀김을 위해서는 꼬리의 삼각형 부분이 수분을 많이 먹고 있기에 잘라 내고 머리는 잘라내고, 다리와 몸통의 껍질을 벗겨냅니다. 그리고 새우 등의 내장을 이쑤시개로 제거하고 등이 굽은 새우튀김이 아닌 일식집 같이 일자로 쭉 뻗은 새우튀김을 만들기 위해서 새우의 배(다리가 붙은 쪽)를 4번 정도 나눠서 칼질하고, 몸통 위에서부터 쿡쿡 누르면 툭 터지는 소리가 나면서 새우의 근육이 끊어지는 것을 확인합니다.
이제 넓은 볼에 튀김가루를 준비하고 그 위에 얼음 몇 개를 놓고 최대한 찬물을 적당량 붓고 살살 저으면서 반죽을 합니다. 젓가락으로 국수를 비벼내듯 가볍게 반죽을 풀고 난 후 새우를 묻힌 후 튀겨내면 바싹바싹한 새우튀김이 완성됩니다. 사진을 남기지 못한 것이 아쉽네요.
이제 소금구이와 튀김에서 잘라낸 새우 머리는 먹기에 부담 없도록 눈 있는 부분과 머리에 있는 뾰족한 뿔은 잘라냅니다. 그리고 팬(웤)에 미리 버터를 녹여내고 마늘을 얇게 썰어서 버터에 마늘 향을 더하고 난 후 머리를 볶아 냅니다.
참고로 초벌로 소금구이를 했기 때문에 따로 소금 간은 하지 않아도 짭짤했습니다. 완성된 새우 머리 버터구이는 짭짤해서 밥반찬이나 소금구이로 딱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약속대로 오늘 점심은 아빠가 준비한 요리로 맛있게 한 끼를 해결했습니다.
일요일 늦은 오후에는 두 아이들과 함께 사천관광호텔에 목욕을 하러 나갑니다. 집에서 5분 거리 내에 시설이 좋은 목욕탕이 있어서 너무 좋네요. 사우나에서 산행을 피로를 풀고 나오니 배고 고픕니다. 작은 아들은 목욕 후에는 짜장면 먹는 게 공식화 되어 있지만 오늘은 큰 아이가 돼지국밥을 먹고 싶다고 하네요.
저도 돼지국밥을 좋아하기에 사남면에 있는 초당돼지국밥집에 들렀습니다. 이 집은 처음이네요. 굳이 돼지국밥을 먹으러 사천읍이나 삼천포로 나가지 않더라도 될 것 같네요. 최근에 사남면 주변에 맛있는 음식점들을 알게 되어 행복합니다.
오늘은 산행부터 새우요리와 목욕 후 돼지국밥까지 바쁘게 하루를 보냈지만 아이들과 추억을 만든 행복한 시간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