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영화를 보았다. '더 서클'이다. 영화(The Circle)는 2017년 4월 28일에 개봉한 미국의 SF 드라마 영화로, 데이브 에거스의 2013년작 동명 소설에 기반하여 제임스 폰솔트가 직접 각색하여 연출하였고, 톰 행크스, 엠마 왓슨, 존 보예가, 캐런 길런 등이 출연한다. 이 영화는 일반인들이 그렇게 흥미를 가지고 좋아할 소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이런 소재의 영화를 좋아한다. 영화를 보면서 구글이나 페이스북을 떠 올렸다. 우리는 정보화의 순기능을 통해 많은 것을 누리고 편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정보라는 것은 정보를 쥐고 있는 자가 나쁜 마음을 품게 될 경우 정보화의 순기능은 사라지고 정보화가 가진 역기능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잠깐 영화 얘기를 해보자. 이 영화에는 엠마 왓슨이 나온다. 해리포터에서의 앳된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그 귀여웠던 꼬맹이가 언제 이렇게 성장을 했을까? 그 사이 나는 내가 나이가 들어가고 늙었다는 것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인가? 영화는 이런 내요이다.
소규모 회사의 전화상담부에서 일하던 메이(엠마 왓슨)는 친구 애니(카렌 길런)를 통해 대기업 '더 서클'의 면접 기회를 얻는다. 투명한 유리로 된 벽과 문을 지나 오픈된 공간에서 이뤄진 일대일 면접에서는 지원 동기, 비전 따위의 두루뭉술한 질문 대신 '성찰 vs 소통' 같은 양자택일의 문제 혹은 안내데스크 직원의 이름 같은 예상 못한 질문이 쏟아진다. 고객경험부에서 일하게 된 메이는 이제 전화 대신 문자로 고객을 만난다. 물론 예전보다 업무는 수월해졌지만, 매번 고객만족도를 조사해 그것이 곧 자신의 점수가 된다는 점은 살 떨린다. 메이는 87점으로 초짜치고는 양호한 점수를 기록 중이다. 그런데 회사는 업무 능력을 넘어서 오픈된 인간을 요구한다. CEO 에이몬(톰 행크스)이 최근 직원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씨체인지'라는 이름의 무선 카메라가 얼마나 세상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지 힘주어 말했다는 것이 상징적이다.
SNS 시대의 명암을 조명한 영화들은 많지만, <더 서클>은 참여자의 자발성을 강조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SNS 시대의 수동적인 희생양이 아니라 일단 부딪혀보는 주인공의 캐릭터 특성은 어쩌면 에마 왓슨이 메이 역에 캐스팅된 이유일 거라 짐작된다. 그러나 화장실 갈 때 등을 제외하고는 24시간 내내 카메라에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해야 하는 상황을 주인공이 별다른 고민 없이 받아들이는 모습이나,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상처 입히는 끔찍한 상황을 이내 털고 일어나는 메이의 모습에 선뜻 공감하기란 어렵다. 설사 그녀가 씨체인지 카메라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는 전사를 고려하더라도 말이다. 양자택일 성격의 입사 면접시험 문제처럼, 영화는 관객에게 이분법적 선택지를 강요한다. 그러나 영화가 보여주는 해답은 이분법적 선택지에 걸리지 않는 무수한 가능성을 차단하면서 밀어붙인 결과치고는 맥빠진다. 이런 상황에서 비밀을 죄악시하는 SNS 세상에서 진짜 비밀이 없어야 할 사람은 따로 있다는 영화의 메시지가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갈지 의문이다. 데이브 에거스의 동명 소설 원작을 제임스 폰솔트 감독이 직접 각색하고 연출했다.
영화를 보면서 서클이라는 회사명에서 구글을 떠 올리고, 서클이라는 회사의 성격을 보면 페이스북을 떠 올리게 된다. 이미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이름의 회사들이다. 실제로 그들이 가진 막강한 정보력은 사실 나와 우리들 개인들에게서 나오는 것인데 그 정보를 그들이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지만 그들이 나쁜 의도와 생각으로 정보를 이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정보화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이나 생각을 무작정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영화에서 메이(엠마 왓슨)이 그랬듯이 정보화는 그 순기능이 주는 많은 혜택을 무시할 수 없기에 역기능이 작용하지 못하도록 관리와 감찰을 하는 기능이 필요하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역할은 정부와 공공기관이 해야 할 일인데 반대로 정부가 민간 기업의 정보를 역으로 이용할 경우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애플이 FBI의 아이폰 잠금 해제 요구에도 개인정보보호가 우선이라며 제공하지 정책에 대해 잘했다고 말하는 것 아닌가? 물론 여기에도 더 깊이 파고 들어가면 순기능과 역기능 사이에서 매 순간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아무튼 이 영화를 통해 정보화의 역기능의 위험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을 하고, 평소 개인정보와 SNS 사용 시 주의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참고로 정보화의 역기능이란?
정보화 역기능(Negative Effect of Informatization)은 컴퓨터 및 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의 활용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정보화 역기능은 컴퓨터를 통한 각종 비도덕적 행위에서부터 학생들의 시력 저하, 인터넷 중독 등의 문제를 광범위하게 포괄한다. 불건전 정보(음란∙폭력성 정보)의 유통, 허위정보 유포, 사생활 침해, 사이버성폭력, 지적 재산권 침해, 언어폭력 및 훼손 , 채팅방을 통한 불건전한 교제, 정보시스템 불법 침입∙파괴, 사이버중독(게임중독, 채팅중독 등), 소득에 따른 계층 간 정보격차의 확대, 국가 간 경계 약화로 인한 무한 경쟁 체제 돌입, 형식적·수단적인 인간관계의 증가 등이 정보화의 역기능의 대표적 사례들이다.
학교에서 인터넷 프로그래밍이나 정보보안 분야 강의를 할 때 학생들에게 정보화의 순기능이 아닌 역기능에 대한 영화를 보고 생각들을 정리하는 리포트를 종종 요구했다. 개발자 또는 해커 또는 보안관리자를 꿈꾸는 아이들이 정보화의 역기능으로 인한 위험성을 깨우치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혹, 이런 종류의 영화를 보고 싶다면 아래 리스트를 참조하기 바란다.
내가 대학시절에 보았던 영화 산드라 블록이 주연한 The Net라는 영화도 좋아고, 윌 스미스와 진 해크먼이 주연한 에너미 오프 스테이트도 좋았다. 비록 오래된 영화이더라도 나는 아직도 가끔 조용히 혼자서 이런 영화를 다시 본다. 주말 조용히 이런 영화를 통해 정보화의 역기능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