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방학기간 동안 부모들은 자유롭지 못하다. 요즘 아이들 방학숙제는 아이들의 숙제가 아니라 어른들의 숙제인 것 같다. 뭐 그리 체험하는 과제가 많은지? 방학기간 동안에 주말은 내 시간을 사용할 수 없고 아이들을 위해서 보내야 한다. 지난주에는 아이들과 함께 통영에 루지를 타고 왔는데, 이번 주는 어디를 가야 하나 벌써부터 걱정이다. 그래도 나야 뭐 주말 하루 또는 이틀이지만 아내는 매일 아이들 밥 챙겨주는 일이 생겼다. 정말 맞벌이하는 가정은 아이들 방학이 큰 고민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방학이다 보니 아이들의 늦잠으로 아침 겸 점심으로 브런치를 먹는 모양이다. 내가 출근할 때 두 아이 녀석은 일어나서 나를 배웅하지도 않는다. 뭐 기대하지도 않았다.
어제는 아이들을 위해서 두부 스테이크를 만들었다고 아내로부터 문자가 왔다. 그런데 이거 뭐야 나는 아침에 간단하게 누룽지 먹고 나왔는데 아이들은 두부 스테이크를 먹이고, 남편보다 아이들이 더 소중하다는 걸 이렇게 티를 내는 것인가? 그래도 저녁에 먹으라는 말에 서운함을 달래 본다.
맛있겠다고 회신을 보냈더니 둘째 녀석이 아빠를 놀리는 것도 아니고 엄마가 만든 것 중에 가장 맛있다는 회신을 보내왔다. 역시나 립서비스 하나는 최고인 녀석이다. 암튼 둘째 녀석이 맛있다고 하니 은근히 기대는 된다.
퇴근 후 나도 두부 스테이크 먹고 싶다고 했더니... 아내가 잠깐 기다리라고 한다. 둘째 녀석의 말을 믿기로 했다. 역시 나의 몫을 남겨 놓았구나 하고 기대를 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아내가 소스를 팬에 올려놓고 샤워를 하느라 소스가 다 졸았다고 한다. 그래서 소스 없이 두부 스테이크만 먹으라고 한다. 뭐야 이거 너무하잖아. ㅠㅠ 두부 스테이크 자체로는 맛이 뭔가 부족하다.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는 말을 건넨다. 내 말에서 내가 서운해한다는 것을 아내가 느꼈을까?
괜스레 내가 미안하다. 그런데 내가 미안함 마음을 가지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닌가? 그래도 오늘 퇴근할 때 안내가 먹고 싶다는 파파이스 햄버거를 사 가지고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오늘도 모다아웃렛의 파파이스는 문은 열려 있지만 사람이 없다. 도대체 여긴 장사를 하는 것인가? 안 하는 것인가? 벌써 두 번째 헛걸음을 했다.
오늘도 꿩 대신 닭이다. 파파이스 대신에 새로 오픈한 버거킹에 들렀다. 그런데 가격은 꿩 대신 닭이 아니다. 차라리 이 돈이면 나는 피자나 치킨 또는 족발을 사 먹겠다. 그래도 아내가 좋아하는 햄버거를 사 가지고 퇴근을 했다. 다들 웃는 모습에 나도 좋다. 다음에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먹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