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수명이 70세에서 80세, 90세로 늘어나면 우리의 인생설계 계획도 바뀔 수밖에 없다. 무작정 살기에는 우리가 살아야 할 삶의 기간이 너무 길기 때문이다.
비유를 하나 들어보겠다. 아프타를 팔고 근사한 단독주택을 짓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하자. 훌륭한 집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건자재를 써야 하겠지만, 이보다 저 먼저 해야 할 일은 정확한 설계도를 그리는 일이다. 통풍과 배수 관계를 고려해야 하고, 필요한 방의 수와 구조·배치도 생각해야 한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그린 설계도일수록 더 좋은 집이 만들어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우리의 인생도 이와 마찬가지다. 가급적 젊었을 때 자신의 인생 목표를 디자인하고 그에 맞는 설계도를 꼼꼼히 준비한다면 인생에서 성공할 확률은 더 높아질 것이다. 사실 인생 70년 시대에는 사람들이 별 고민을 하지 않아도 큰 착오 없이 살 수 있었다. 당시에는 20(교육과 병영을 밟는 시간)-30(직장생활을 하는 기간)-20(은퇴생활을 하는 기간)의 라이프 사이클이 통용되었다. 즉 태어나서 20년간 공부하고 30년간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면, 그 후 20년간의 노후생활은 넉넉하지는 않으나 그럭저럭 꾸려갈 수가 있었다.
그러던 것이 IMF 경제위기 이후 한국 사회가 변하고, 평균수명이 80세로 늘어나면서 라이프 사이클이 30-20-30으로 아주 위험하게 바뀌었다. 공부하는 기간과 은퇴생활을 하는 기간은 옛날보다 대톡 늘어난 반면,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기간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요즘 취업 빙하기를 맞아 취업 재수, 삼수를 하는 젊은이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제대로 된 직업을 구하려면 30년 정도는 공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전혀 '빈말'은 아닌 듯하다.
반면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수시로 실시하면서 샐러리맨들의 평균 직장생활 기간은 최근 20년 정도로 크게 줄어들었다. 그 결과, 30년간 공부하고, 20년간 직장생활을 하고, 30년간 은퇴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이 나타난 것이다. 20년간 일을 해서 자녀들을 낳아 기르고 노후자금까지 마련한다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물론 평소에 이모작 인생, 삼모작 인생을 착실히 준비해온 부지런한 사람에게는 이런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아무 대책도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은퇴를 맞는 사람들은 심각한 무기력증에 빠질 수밖에 없다. 건강해서 온몸에 에너지는 넘쳐나는데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30년간을 집 안에서 보내야 한다면, 이는 즐거운 은퇴생활이 아니라 고통스러운 은퇴생활이 될 것이다.
사람의 수명이 늘어나는 것은 축복받을 만한 일이나, 거기에 맞는 대책을 수립하지 못하면 인생이 고달파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젊었을 때에 자기계발 노력을 열심히 하거나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경력을 쌓아, 라이프 사이클의 공식을 20-30-30, 또는 20-40-20으로 바꿔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령화 시대에는 재테크보다 인생설계(Life Planning) 계획을 짜는 데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는 바로 이런 배경에서 나오는 것이다.
2017/07/17 - [The 2nd stage of Life] - 인생을 두 번 사는 이모작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