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Life

자동차 오래타기에 동참? 아니면 바꿔?

하나모자란천사 2017. 6. 26. 12:31

한 때는 나의 보물 1호에 등록되었던 녀석(2002년식 카렌스 2 디젤)입니다. 15년간 나의 손발이 되어 주었고 거친 나의 운전 습관 때문에 참 많은 고생을 했던 녀석입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특별한 문제없이 나와 우리 가족의 든든한 발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녀석이 얼마 전 교차로에서 신호 대기 중 갑자기 시동이 꺼지는 상황이 발생을 했습니다. 배터리나 전기 계통에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시동이 꺼져서 황당했습니다. 처음에는 키를 돌렸으나 시동이 걸리지 않아 황당했는데 다행히 신호가 바뀌기 전 몇 번의 시도 끝에 시동이 걸려서 무사히 퇴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별다른 문제도 없었고 주중에 시간을 빼기도 힘들어서 정비를 못하고 있었는데 지난 금요일 저녁 퇴근 시 시동을 거는데 한 번에 걸리지 않고 힘이 없이 시동이 걸리는 느낌이 있었고, 토요일 아침 시동을 거는데 같은 현상을 보였습니다. 일단 약속이 있어서 처리 후 정비소를 들리려 생각을 했는데 볼일을 마치고 토요일 오후 4시쯤 시동을 거는데 걸리지 않네요. 배터리나 시동모터는 문제가 없는데 시동이 걸리지 않네요.




엔진 쪽이나 연료 계통의 문제로 의심이 되어 보험회사에 연락 후 긴급출동 서비스 불렀니다. 토요일 오후라 보험회사 지정 서비스도 기아자동차 카 클리닉도 일찍 문을 닫았네요. 긴급출동 아저씨가 몇 군데 전화를 걸더니 다행히 아직 영업을 하는 곳이 있어서 그곳으로 갔습니다. 좀 오래된 정비소가 걱정이 되고 염려도 되었습니다. 보닛을 열고 오랫동안 점검을 했지만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정비하시는 분도 연세가 좀 있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혹시 스캐너 없는지 물어보고 스캐너로 검색하면 원인을 찾아 주지 않을까요?라고 말하고 스캐너로 검색을 해 보니 케이블 불량으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현대기아차 지정 부품점에 연락하니 부품이 있어서 당일 수리를 마쳤습니다. 케이블 교체 후 키를 돌리니 정상 상태와 같이 힘을 받으며 시동이 걸리네요. 문제는 부품 교체를 위해 리프트를 이용해서 차를 올렸을 때 하부와 바퀴를 보니 앞 타이어 안쪽 방향으로 편마모가 너무 심해서 이 상태로 더 운행하면 안전에 문제가 있어 보였습니다.


일요일 둘째 녀석을 데리고 타이어를 교환하러 왔습니다. 정비사에게 내용을 설명을 했습니다. 타이어는 교환한 지 1년이 되지 않았고 휠얼라이먼트는 타이어 교환 시 항시 점검을 했는데 왜 이런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좀 상세하게 점검으 해 준다고 하네요. 점검하는 동안 아이가 강아지를 발견하고는 강아지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잠시 후 정비사가 와서 황당한 얘기를 하네요. 새 타이어로 교환하더라도 또 같은 현상이 생길 것 같다고 합니다. 이유는 휠얼라이먼트의 문제가 아니라 휠 자체가 충격으로 뒤틀림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타이어 4짝에 휠까지 같이 교환하려고 하니 거의 1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하네요.


좀 의구심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질문을 했죠? 차 구입하고 사고가 아닌 이상 휠이 문제가 있어서 교체하는 경우는 처음 얘기를 듣는다고 얘기를 했더니 휠을 걸어서 상태를 설명해 주세요. 젊은 친구가 이래저래 설명하는데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처음에는 그냥 앞/뒤 휠을 방향만 바꿔서 타이어만 교환을 해 달라고 했다가 안전과 관련된 것이라 한번 더 강력하게 권고를 해서 그냥 호구가 되기로 맘먹었습니다.




대신 적당한 수준에서 네고를 하니 최종 92만원 견적이네요. 이 차를 구입하고 1회 수리비로 92만원 견적이 처음입니다. 토요일 엔진 케이블 교체 비용까지 포함하면 105만원의 비용이 들었습니다. 15년 된 차에 이 만큼의 비용을 들이는 것이 경제성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이것저것 따지고 직접 가격이나 정비 내용을 검색해서 확인하는 것도 귀찮습니다. 그냥 지역에 있는 정비 업자들도 먹고살기 힘들 텐데 한 번쯤은 알고도 속아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대신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젊은 친구가 열심히 하는 모습에 약간의 신뢰를 느끼기도 했고요. 그런데 우습네요. 몇 개월 전 아시는 분이 모닝 타이어 교환하러 갔다가 휠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휠까지 교체하고 온 것을 보고 그런 게 어딨냐고? 속은 것 같다고 호구되었다고 말한 것 같은데 내가 그러고 있으니 말이죠.



그래도 돈을 들여서 정비를 받고 나니 맘이 홀가분하네요. 타이어 교체 전에는 100Km 이상 밟을 경우 핸들의 떨림이 있어서 얼라이먼트 문제인가 생각을 했는데 암튼 그 문제도 사라지고 시동 꺼짐 문제도 해결이 되었습니다.



애마에게 돈을 투자한 만큼 최소 5년은 더 타 주어야 할 것 같네요. 그럼 이 녀석을 20년을 운영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자동차 오래 타기 운동으로 10년 타기를 했는데 20년을 타게 되면 오래 타는 것인가요? 요즘은 자동차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아내의 모닝을 운전하면서 오히려 경차가 더 편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다음에 차를 바꾸더라도 큰 차를 욕심내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아마 이러한 생각도 미니멀 라이프에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어요. 차는 A -> B 지점으로 나를 이동시켜주는 역할만 잘 하면 문제가 없다. 이 녀석도 그 역할만 잘 한다면 20년이 아니라 그 보다 더 오래 타는 것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