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 스마트한 삶(Smart Life)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힘든 하루였습니다. 5월이 이렇게 더워도 되는 것인지? 올여름을 어떻게 나야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됩니다. 퇴근 후 샤워를 해도 더위가 가시지 않아서 묵혀 두었던 선풍기를 꺼 내었습니다. 벌써부터 에어컨을 돌리면 올여름 나기가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선풍기로 더위를 날려 보려 했습니다. 그런데 작년까지 잘 사용했던 선풍기인데 작동이 되지 않습니다.
이 녀석 오래되었네요. 우리 집에서 함께 한 세월이 꽤 되었습니다. 가능한 에어컨은 사용하지 않았기에 이 녀석 때문에 10년이 넘는 여름을 잘 넘길 수 있었습니다. 그냥 버리고 새로 하나를 장만할까 생각을 하다가 미니멀 라이프의 규칙에서 어긋나는 것이라 어차피 작동이 되지 않아 버릴꺼라면 만져보고 버려도 늦지 않을 것 같아서 분해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뭐~ 선풍기가 복잡해 봐야 얼마나 복잡하겠냐는 생각으로 덤볐습니다.
증상은 버튼을 눌러도 선풍기가 작동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처음 한 번은 상판의 버튼이 먹히더니 그다음은 리모컨으로만 조작이 되었고 잠시 후에는 아예 작동이 되지 않았습니다.
분해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하판의 나사 6개를 제거하면 됩니다. 그런데 7개였네요. 다 풀었는 줄 알고 하판을 떼어 내다가 가운데 나사가 있는 것을 몰랐네요. 결국 나사를 잡아주는 부분과 코드를 감아 밀어 넣는 힌지를 해 먹었습니다. 뭐! 그 정도야 기능 부위는 아니니까 괜찮습니다.
선풍기 기능이 단순하다 보니 PCB 보드 역시 별거 없네요. 다시 4개의 나사를 제거하고 PCB 보드를 살펴보았습니다. 우선은 냉납이 있나 없나를 잘 살펴보았습니다. 사람도 오래되면 골다공증 같은 증상을 보이듯 PCB 보드도 오래되면 납땜한 부위가 기판에서 분리가 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 경우 처음 몇 번은 꽉 힘으로 누르거나 놓이는 상태에 따라 접점 부위가 연결이 되었다 되지 않았다 하는 증상을 보이게 됩니다.
선풍기를 분해하면서 처음 의심한 부분이 바로 냉납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선풍기의 PCB 기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있었습니다. 이젠 안경을 벗고 눈을 내리깔고 가까이서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습니다. 안 그래도 요즘 손톱 깎을 때 안경 벗고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깎는 모습을 아내가 지켜보면서 불쌍한 눈초리를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많이 안쓰러워 보였나 보네요.
갑자기 10년 전쯤이 떠 올랐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IT 기기를 좋아하고 있고 초고해상도 모니터를 사용하기를 즐겨했는데 선배들이 글이 보이냐고 할 때 많이 영감님이라고 많이 놀렸는데 이제는 내가 그 상황이 되었네요. 인생무상함이란 바로 이런 거였구나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행히 냉납은 아니어서 인두질은 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인두질하려고 신문지까지 준비를 했는데 WD로 해결이 될 것 같습니다. 원인은 푸시 버튼스위치에 있었습니다. 그동안 사용만 했었지 관리는 없었습니다. 그러니 고장이 날 수밖에 없었지요. 그런데 이게 어째 선풍기의 이야기 같지가 않게 느껴지는 겁니다.
우리의 인생이 이런 게 아니가 싶더군요. 멋도 모르고 닥치는 대로 열심히 일한 것뿐인데 그리고 아는 아직도 짱짱하다 팔팔하다 생각하는데 나의 일부인 내 몸은 내 마음대로 움직이는 않는 상황 마치 오늘 선풍기가 그랬던 것처럼 이제는 기름도 치고 관리도 받아가면서 그 상황에 맞게 사용을 해야 하는 게 아닌지...
기름을 치고 배터리를 갈아 넣으니 다행히 정상적으로 잘 작동이 됩니다. 녀석 이제 집에서 내쳐지지 않고 당분간 더 같이 생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녀석이 기름을 치고 배터리를 교환했는데도 작동이 되지 않았다면 더 전문가의 손길을 거치지도 못하고 버림을 받았겠지요. 딱, 내 나이가 우리의 인생이 그렇다고 느껴지네요.
이제는 상황에 맞게 그 능력에 맞게 조절해 가면서 오래오래 사용하기 위해서는 무리하게 돌릴 게 아니라 관리를 해 가면서 사용을 해야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내 생각은 아직도 20대의 팔팔했던 때와 달라진 게 없다고 느끼겠지만 내 몸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우치는 시간이었습니다.
때와 상황에 맞게 관리가 필요하다. 그래서 오늘은 커피를 대신해서 녹차를 마십니다. 왠지 오늘은 그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더 늦기 전에 내 몸을 관리하면서 성공적인 '인생 2막'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늦기 전에 이런 생각을 하고 준비를 위한 발걸음을 내디뎠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주간 회의를 마치고 상무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상무님은 나 보다 더 이런 생각을 많이 하시고 계셨습니다. 어느 한 마디도 그냥 흘리지 않고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확실히 젊은 청춘들은 다른 입장이더군요. 아직 팔팔하다 이거죠. 바로 10년 전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아! 인생이여... 인생이여...
요즘 이래저래 행복합니다. 일이 힘들지만 행복합니다. 이렇게 혼자 사소한 일들로 생각을 확장하고 사고에 사고를 더하고 명상을 하는 시간들이 즐겁습니다. 이 모든 게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고 난 이후에 생긴 일상입니다. 미니멀 라이프는 결국 책으로부터 시작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독서는 해야 합니다. 오늘도 '일일 부 독서 구중생 형극'이란 말을 실천해야 하는데 요즘은 글을 쓰는 것이 더 재미가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