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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_#14. 강만길의 내 인생의 역사 공부

하나모자란천사 2023. 2. 25. 10:59

저자인 강만길은 한국근대사 연구와 저술활동을 통해 진보적 민족사학의 발전에 힘을 쏟은 고려대 사학과 교수입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저자에 대해서 아는 게 없었습니다. 저자에 대해 더 알고 싶지만, 지금은 저의 관심사에서 먼 분야라 앞으로 그의 책을 또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중학교 때 가장 싫어했던 과목이 국사였습니다. 성적도 좋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에는 가장 좋아했던 과목이 국사입니다. 그 짧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가장 싫어했던 과목이 가장 좋아했던 과목으로 바뀌었을까요? 선생님 때문입니다. 중학교 때 국사 선생님은 무서운 분이었지만, 고등학교 때 국사 선생님은 졸업 후 첫 발령으로 우리와 만난 여선생님이었습니다. 그때는 진보와 보수에 대한 개념이 자리잡지 않은 때였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다수 진보적인 성향의 선생님이었습니다.

 

졸업 후 대학을 다니면서도 한동안 선생님과 편지를 주고받았고, 몇 차례 만남을 가졌던 것 같은데 오래되었네요.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실까요? 아직 교편을 잡고 있을는지? 궁금하네요. 당시는 책을 거의 읽지 않았고, 특히나 소설은 읽지 않았는데 선생님 영향으로 한국의 근대사를 다룬 조정리 작사의 장편소설 '태백산맥'을 읽고 선생님께 책에 대한 이야기를 편지로 썼던 기억이 있네요. 

 

 

작가는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다고 합니다. 일본어로 일본의 역사를 강제로 배웠다고 합니다. 해방과 전쟁을 겪었고, 작가가 대학에 입학하고 사학을 전공으로 선택할 그 시기에는 한국의 역사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던 때라고 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난 뒤 그것을 복구하는 과정에는 자연히 경제가 발전하는 과정이 따르는데 왜 작가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걷게 되었을까요? 처음에는 이 책을 재미있게 읽어나가지 못했습니다. 다분히 작가의 개인적인 부분에 맞춰 이야기가 전개되었고, 식민지하에서의 역사는 아픈 상처이기도 하고 잘 모르는 부분이기도 해서 그냥 가볍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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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해방 후 한반도의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남, 북이 분단될 수밖에 없었고, 7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통일은 쉽게 풀어낼 수 없는 숙제임을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6.25 전쟁도 결코 갑자기 일어난 전쟁이 아니라 일어날 수밖에 없던 전쟁이라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반도가 분단된 상태를 유지해야 주변 4대 강국의 안전이 보장되기 때문에 우리 땅의 남북 주민들이야 분단의 고통에 시달리건 말건 주변 강대국들은 칼과 다리가 여전히 두 동강인 상태로 유지되기를 바란다는 현실을 잘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통일이 되면 그들에게 칼이 될 수 있고, 다리가 될 수 있는 우리 땅의 통일을 왜 그들 4대 강국이 진정성을 가지고 논의하고 도울까요? 우리 땅이 어느 쪽으로 통일되어도 그들에게는 화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때문에 한반도의 통일은 주변의 개입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부에서 우리의 힘만으로 이뤄내야 합니다.

 

작가는 역사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따라서 어느 한 정권을 평가할 때는

 

첫째, 그 정권이 국민의 정치적 자유를 얼마나 보장했는가?
둘째, 경제적으로 그 정권이 생산력을 얼마나 발전시켰으며 그 열매가 얼마나 고루 분배되었는가?
셋째, 인간의 역사는 만민평등을 지향해 왔는데 그 점에서 사회적으로 그 정권이 얼마나 역사의 길을 따랐는가?
넷째, 문화적으로는 그 핵심은 사상의 자유를 얼마나 보장했는가?

 

이 4가지 관점이 역사적 평가의 기준이 된다고 합니다. 이 관점에서 볼 때 현 정권은 어떠할까요?  후반부로 가면서 몰입하고 책을 읽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특히나 역사학은 인간 세상에서 일어난 그 많은 사실들에 대해 알기만 하는 학문이 아니라, 그 사실들을 언제로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이해력과 능력, 그리고 남들과 또 지금과는 다르게 설명할 수 있는 창의력과 응용력이 어느 학문보다도 요구된다는 구절이 좋았습니다. 지금까지는 역사는 사실에 대한 기록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을 해석하고, 이해하기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때문에 역사는 힘이 있는 어느 한 조직이 일방적으로 해석하면 위험합니다. 부끄럽게도 박근혜 정부 때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려고 했을 때 반대했던 이유를 이제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