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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널 해안선을 따라 겨울바다를 거닐다

하나모자란천사 2020. 1. 19. 14:27

오늘도 어김없이 카메라를 챙겨 들고 밖으로 나섰다. 언제나 그렇듯 목적지를 정해놓고 나선 발걸음이 아니다. 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을 하고 나서도 어디로 갈지 방향을 잡지 못했다. 이럴 경우 거의 삼천포로 향하고 있는 나를 뒤늦게 발견한다. 오늘도 그랬다. 목적지가 정해지지 않은 채 삼천포로 향하고 있었다. 그냥 가볍게 산책을 즐기고 싶었다. 홀로 겨울 바다를 거닐고 싶었다. 생각이 미치자 목적지가 떠 올랐다. 오늘의 목적지는 진널 해안산책로다.




남일대해수욕장이나 진널전망대로 갈 때에 나는 신향마을 방파제를 이용한다. 주차 공간도 넉넉하고, 상황에 따라 남일대해수욕장이나 진널전망대 어디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신향마을 차를 주차하고 산책을 시작했다. 



언제나 그렇듯 신향마을 등대로 먼저 향했다. 남일대해수욕장의 겨울 풍경을 사진에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코끼리바위도 사진에 담아 본다. 해는 떠 올랐으나 구름이 드리워져 있고, 미세먼지 때문에 깨끗한 풍경을 담을 수 없었다.



코끼리바위 뒤로 삼천포 화력발전소의 굴뚝이 보이고 겨울이라 기온 차이로 인해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잠시 후 낚싯배 한 척이 부두로 들어오고 있었다. 이렇게 추운 겨울에도 낚싯배를 이용하는 이들이 있나 보다.



오늘은 진널 해안선을 따라 진널 방파제까지 산책을 나설 생각이다. 신향마을 방파제를 빠져나와 진널 해안선으로 들어설 무렵 삼천포 화력발전의 굴뚝과 해가 같은 선상에 놓여 있는 것을 보았고 순간 구름 사이로 햇살이 드러난 것을 보았다. 뭔가 좋은 느낌에 그대로 셔터를 눌렀다.



추운 날씨에도 손맛을 느끼고자 갯바위에서 낚시를 즐기는 이들을 볼 수 있었다. 요즘은 어떤 어종이 낚일까? 오늘도 진널 방파제에는 많은 낚시꾼들이 진을 치고 있을 것 같다.



햇살이 조금 더 강해지기를 바랐지만 오히려 기세가 더 약해지고 있었다. 원했던 그림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냥 사진 몇 장을 더 찍었다.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 보이 중년의 부부로 보이는 분들이 나의 발자취를 따라오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진널 해안선으로 들어서면 진널 해안산책로 안내도가 있다. 오늘은 해안선을 따라 진널 방파제 끝까지 간 후 돌아올 때 진널 전망대를 둘러서 신향마을로 갔다가 다시 남일대 해수욕장을 지나 코끼리 바위까지 걸을 생각이다.



사진을 취미로 생활하면서 혼자 산책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오히려 혼자 걷는 것이 더 좋다. 다른 이와 속도를 맞출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천천히 거닐면서 담고 싶은  풍경이다 싶으면 셔터를 눌렀다.



진널 해안산책로에는 애기동백이 많다. 이번 겨울이 따뜻하기 때문일까 애기동백의 대부분이 떨어지고 없다. 누군가 일부러 모아둔 것일까? 아니면 자연스럽게 이렇게 떨어진 것일까? 벤치 위에 떨어진 애기동백을 사진에 담아 보았다.



이제 산책로에서 내려와서 해안을 따라 거닐었다. 암반 구간이라 미끄러짐만 주의한다면 문제가 없을 것 같다. 갯바위 위에 서서 낚시를 하고 있는 이가 있다. 사진에는 혼자 외롭게 낚시를 하고 있는 이의 모습이 담겨 있지만 사실은 혼자가 아니다. 누가 사진을 사실을 기록하는 도구라고 했던가? 사진도 찍는 이의 의도에 따라 사실과 왜곡된 진실을 보일 수 있다.



해안선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진널 방파제에 도착을 했다. 오늘도 방파제의 입구부터 끝까지 낚시를 즐기는 이들이 많았다. 월척을 낚아 올리는 모습을 보고 싶었으나 그러질 못했다. 다시 신향마을까지 돌아왔다. 여기서 산책을 끝내고 돌아갈까 생각을 하다가 딱히 다른 일정이 없어서 코끼리 바위까지 산책을 가기로 했다.




출렁다리를 건너 남일대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출렁다리를 건너고 코끼리 바위를 볼 수 있는 스카이워크를 지나 백사장을 가로질렀다. 누군가 지나간 발자국을 따라 걸었다. 아무런 생각 없이 거닐다 보니 어느새 코끼리 바위까지 다다랐다.



코끼리 바위에 도착했을 때 물때가 썰물 때라 코끼리 바위를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었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코끼리 바위를 바라본 게 처음이다. 스카이워크에서 망원렌즈로 코끼리 바위를 담기만 했었는데 이렇게 가까이에서 광각렌즈로 코끼리 바위를 담으니 전혀 다른 느낌이다. 구름 사이로 햇살이 코끼리 바위를 비추고 있어 때를 놓치지 않고 셔터를 눌렀다. 멀리서만 코끼리 형상을 비슷하게 닮았다고 생각을 했는데 가까이서 이렇게 바라보니 정말 코끼리 형상이다.



이렇게 신향마을에서 시작한 발걸음은 진널 해안선을 따라 방파제까지 그리고 다시 신향마을로 돌아와 출렁다리를 지나 스카이워크, 남일대 해수욕장을 가로지르고 코끼리 바위까지 대략 두 시간에 걸쳐 8Km를 걸었다. 힘들지 않고 산책하기 딱 좋았다.